내용요약 소비자 80% "누진제 폐지해야!"

[한스경제=이성노 기자] 정부가 매년 여름마다 논란이 되고 있는 주택용 전기요금에 대한 대대적인 개편을 준비하고 있는 가운데 누진제 완화, 보완·유지와 함께 폐지까지 고려하고 있다. 역대 최고 폭염이라고 평가 받았던 지난 여름까지만 해도 "쉽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뒤로 하고 지난 1974년부터 45년째 적용되고 있는 누진제에 대한 보다 근본적인 접근이 시작된 것이다. 

11일 오전 서울 강남구 팔레스호텔에서 '주택전기요금 누진제 개편 민관 태스크포스(TF)' 첫 회의가 열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17일 업계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전력은 지난 11일 서울 팔레스 호텔에서 '전기요금 누진제 태스크포스(TF)' 첫 회의를 개최하고 누진제 개선을 위한 논의에 착수했다. 

산업부와 한전은 현 누진제의 타당성을 검토하고 합리적인 개선방안 마련하기 위해 소비자·시민단체를 비롯해 전력·소비자 분야 학계, 국책연구기관, 법조계 등 다양한 분야를 대표하는 민간위원들과 함께 누진제 TF를 구성했다. 

누진제 TF의 주요할동은 △누진제 현황 및 문제점 분석, △주택용 전기사용 실태 분석 및 평가, △개선안 검토(누진제 완화, 폐지, 유지·보수 등), △국민여론 수렴(토론회·공청회 등), △누진제 최종대안 등이다. 누진제 TF는 국회 협의 등을 거쳐 내년 상반기까지 최종 개선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 1974년 시작된 누진제, 무엇이 문제인가

누진제는 지난 1974년 처음 도입됐다. 누진제는 사용량이 늘어날수록 단위당 요금이 올라가는 구조다. 1973년 오일 쇼크로 인해 '에너지를 아껴야 한다'는 인식이 강했고, 전기를 덜 쓰는 저소득층 보호 그리고 전력공급설비 효율성 측면이 부각되면서 일반 가정 전반에 적용됐다. 

3단계 누진율 1.6배로 시작한 이후 1979년 3월에는 5단계 누진율 3.9배로 변경했고, 4개월 뒤에는 2차 오일쇼크를 계기로 12단계 누진율 19.7배까지 확대됐다.  

이후 4단계(누진율 5.1배·4.2배), 7단계(누진율 18.5배), 6단계(11.7배)를 거쳐 지난해부터 3단계가 적용되고 있다. 현행 주택용 전기요금은 1단계(200kWh 이하) 93.3원/kWh, 2단계(201~400kWh) 187.9원, 3단계(400kWh 초과) 280.6원 등 최저단계와 최고단계 차이(누진율)는 3배다.

누진제는 지난 45년 동안 시대적 변화에 맞춰 수차례 개편이 이루어졌지만, 논란은 끊이질 않았다. 에어컨 보급률이 올라가면서 여름철마다 전기료에 대한 부담이 커졌기 때문이다. 특히, 역대급 폭염이 이어졌던 올해 여름에는 절정에 다다랐고, 정부는 한시적으로 누진제를 완화했다. 

현재 3단계인 누진 구간 가운데 1, 2단계 구간을 확대했다. 1단계 상한은 200㎾h에서 300㎾h로 100㎾h 조정하고 2단계 구간은 400㎾h에서 500㎾h 로 100㎾h 조정하기로 했다.  

당시 산업부는 "이번 누진제 한시 완화 조치로 인해 2단계 구간 이상에 속해있는 1512만 가구는 7~8월 두 달간 가구당 평균 1만370원(19.5%), 총 2761억원 규모의 요금 혜택을 받게 된다"고 밝혔다. 

하지만, 최대 3만원도 되지 않은 할인액에 민심은 오히려 더 들끓기 시작했다. '찔끔 인하', '언 발에 오줌 누기', '주고도 뺨 맞는 꼴' 등 이라는 불만이 폭주했다. '재난 수준의 폭염 상황'에서 국민들의 불편을 해소하기 위한 정부의 여름철 전기요금 지원대책을 체감하지 못하겠다는 뜻이다. 

누진제 수요억제 효과와 누진제 폐지 시 전기사용량 예상. /표=한국소비자연맹

◆ 소비자 80% "가정용 누진제 폐지해야!"

이런 불만은 실제 조사에서도 그대로 드러났다. 한국소비자연맹이 실시한 설문 조사에 따르면 소비자 10명 가운데 8명이 누진제를 폐지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설문에 참여한 509명의 소비자 가운데 80.7%(411명)가 가정용 누진제를 폐지해야 한다고 했고, 12.8%(65명)만이 누진제를 유지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누진제가 전기 사용량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는지에 대해서도 60.7%(309명)는 '효과가 없다'고 답했다. 32.4%(165명)만이 '그렇다'고 응답했다. 

누진제가 폐지됐을 때 전력량 사용의 변화에 대해서는 67.0%(341명)는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했고, 25.6%(130명)은 "사용량이 증가할 것"이라고 답했다.

누진제가 폐지되고 요금이 일부 조정(인상)된다고 가정했을 때 소비자가 수용할 수 있는 요금제는 현행 1구간(93.3원)과 2구간(187.9원)의 중간값인 140원을 가장 선호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강승진 한국산업기술대학교 에너지대학원 교수는 "과거와 비교해 1인당 소득이 올라가는 동시에 전력 소비 역시 높아지면서 누진제에 대한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면서 "여름철에 고온 현상이 지속되면서 에어컨 보급률 역시 80%까지 올라갔다. 이제 가정용 전기요금에 대한 선택을 해야 할 시기가 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누진제 TF의 정부 위원인 산업부 이용환 에너지산업정책관은 "올해 여름 폭염 상황에서 7~8월 두 달간 누진제 한시 완화를 통해 국민부담을 줄였으나, 한시조치가 아닌 보다 근본적인 누진제 개선이 필요하다는 사회적 요구를 반영해 그간 주택용 전기사용 실태조사를 거쳐 민관 TF를 본격 가동했다"고 말했다. 

이어서 "현행 누진제의 타당성을 면밀하게 검토하고 민간 전문가들과 함께 국민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서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개선안을 마련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성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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