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단일 요금제·계시별 요금제 '유력'

[한스경제=이성노 기자] 정부가 주택용 전기요금 누진제에 대한 대대적인 개편에 들어간 가운데 완화·보완과 폐지를 두고 심층적인 논의에 들어갔다. 

정부가 주택용 전기요금 누진제에 대한 대대적인 개편에 들어간 가운데 완화·보완과 폐지를 두고 심층적인 논의에 들어갔다. /사진=연합뉴스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전력이 각계 각층의 민간 전문가와 함께 구성한 '전기요금 누진제 태스크포스(TF)'는 누진제 완화, 보완은 물론 폐지까지 검토하며 누진제 개선이 필요하다는 사회적 요구를 반영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 단일요금·계시별·누진제+계시별 등 의견 다양해
 
이처럼 정부가 누진제 TF까지 구성하며 주택용 전기요금에 대한 대대적인 개편에 들어간 가운데 업계 안팎에서는 다양한 시나리오를 그리고 있다.

누진제 폐지에 대한 여론이 우세한 가운데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 에너지환경대학원 교수는 단일 요금제를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 교수는 "구체적인 실태조사 결과가 나와야 하지만 외국 사례 등을 봐도 단일 전기 요금 체계로 개편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며 "다만 누진제를 폐지하면 전기 사용량이 적은 계층은 일시적으로 전기료가 뛰는 만큼 충격을 완화하기 위한 조치는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단일요금제로 전환된다면 전력사용량이 적은 가구의 요금 인상은 불가피하다. 현 누진제는 1단계 까지는 원가 이하의 요금을 부과하고 있고, 3단계부터 원가 이상으로 공급하고 있기 때문이다. 유 교수가 "전기 사용량이 적은 계층의 충격을 완화하기 위한 조치가 필요할 것"이라고 밝힌 이유도 여기에 있다. 

산업부 역시 지난 8월 "누진제를 폐지하면 현재 누진제 1단계를 쓰는 800만 가구, 2단계 600만 가구 등 총 1400만 가구의 전기요금이 올라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11일 오전 서울 강남구 팔레스호텔에서 '주택전기요금 누진제 개편 민관 태스크포스(TF)' 첫 회의가 열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실제로 산업부에 따르면 한전의 2017년 평균 전력판매단가인 1kWh당 108.5원을 동일하게 적용할 경우 총 2250만 가구 가운데 누진제 1구간 800만 가구와 2구간 600만 가구 등 총 1400만 가구의 전기요금이 오르고 나머지 850만 가구는 전기요금이 낮아진다. 전기를 많이 쓰는 사람을 위해 적게 쓰는 국민이 희생해야 한다는 논란일 일 수 있다.  

때문에 정부는 현실적으로 '계시별 요금제'를 염두에 두고 있다. 계시별 요금제는 3개 계절(봄·가을, 여름. 겨울)과 시간대(최대부하, 중간부하, 경부하)에 따라 전기요금을 차등 적용하는 방식이다. 산업부는 지난 2016년 누진단계를 개편(6단계→3단계)하는 과정에서 2020년까지 계시별 요금제를 도입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박성택 산업정책관은 지난 7월 "누진제보다 계시별 요금제가 전향적인 제도"라며 "소비자가 합리적으로 선택하고, 그에 대해 책임질 수 있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강승진 한국산업기술대학교 에너지대학원 교수는 보다 거시적인 관점에서 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는 전기요금에 대해 누진제 폐지 여부를 떠나 휴대폰처럼 다양한 요금제를 두고 소비자들이 선택하는 방안이 가장 효과적이라고 답했다. 

강 교수는 "요금제를 한 가지만 두기보다 소비자들이 자신의 생활 패턴을 고려해 선택할 수 있게 다양한 요금제를 두는 것이 좋을 것"이라며 "누진제는 그대로 두고 계절, 시간대별로 요금을 달리하는 계시별 요금제 등을 도입해 소비자들이 선택할 수 있게 해야 불만의 목소리가 줄어들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서 "형평성 문제를 고려해 모든 요금제의 평균요금은 동일하게 해야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계시별 요금제란 계절별, 시간별로 다른 요금을 적용해 사용량에 따라 요금을 내는 요금제를 말한다. 단일요금이 적용되기 때문에 누진제처럼 요금이 급격하게 증가하는 '요금폭탄' 가능성은 작아진다. 또 요금이 저렴한 시간대에 전기를 사용하면 요금을 절감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 

가정용 태양광을 설치한 가구는 요금이 비싼 시간대에는 태양광으로 생산한 전기를 사용하고, 요금이 싼 시간대에는 발전소에서 생산한 전기를 구입해 사용할 수 있다. 

가정용 에너지 저장장치를 설치했다면 요금이 저렴한 시간대에 전기를 저장장치에 저장해두었다가 요금이 비싼 시간대에 저장해둔 전기를 사용할 수도 있다. 

다만, 계시별 요금제를 도입하려면 전력 사용을 실시간으로 측정할 수 있는 '스마트계량기(AMI)'가 전 가구에 보급돼야 하는 전제조건이 있다. 때문에 계시별 요금제 도입은 당분간 일정 기간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성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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