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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스경제=김솔이 기자] 삼성전자 주가가 끝내 3만원대로 추락했다. 반도체 경기 악화에 삼성전자 실적에 대한 우려가 커진 탓이다. 이 가운데 미·중 무역분쟁 등 거시적 환경이 주가에 부담으로 작용했다. 특히 반도체 경기 우려에도 눈높이를 낮추지 않던 증권사들까지 삼성전자의 실적·주가 전망치를 내려 잡는 추세다. 

1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4일 삼성전자는 3만8950원에 거래를 마쳤다. ‘50분의 1 액면분할’ 전 주가로 환산하면 200만원선이 무너진 셈이다. 이날 주가는 장중 3만8700원까지 떨어지며 52주 신저가를 새로 쓰기도 했다.

◆ ‘수요 부진->가격 하락->수요 부진’ 악순환

그간 삼성전자 실적을 이끌었던 반도체 경기의 ‘슈퍼 사이클(장기 호황)’이 사실상 막을 내렸다. 반도체 기업들의 생산 투자 효과로 공급은 늘어나는 반면 수요는 둔화하면서 반도체 가격이 하락세로 돌아섰다.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둔화로 모바일 D램 수요가 줄어든 데다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던 서버용 D램 수요까지 감소하고 있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11월 반도체 수출이 감소하는 등 4분기부터 반도체 수치의 둔화 속도가 예상보다 가파르게 진행되고 있다”며 “그동안 반도체 경기 상승세의 주역이었던 데이터센터들이 보유 재고를 소진하는 재고 조정을 진행하면서 반도체 물량·가격에 악영향을 끼치게 된다”고 진단했다. 

특히 반도체 가격 하락을 예상한 고객사들은 기존 재고를 소진할 때까지 주문을 미루겠다는 입장이다. 즉 ‘수요 부진에 따른 가격 하락, 가격 하락으로 인한 수요 부진’이라는 악순환이 만들어진 것이다. 박유악 키움증권 연구원은 “수요 하락은 고객사들의 가격 하락 기대감을 높인다”며 “이는 또 다른 고객사의 재고 축적 수요 지연으로 이어지고 수요 둔화의 폭을 키운다”고 설명했다.

◆ 4분기부터 실적 ‘고공행진’ 제동…스마트폰 사업부 부진 전망

이처럼 반도체 경기 둔화세가 계속될 경우 삼성전자 실적은 부진할 수밖에 없다. 반도체 사업부가 전사 영업이익에서 70% 이상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당장 4분기부터 삼성전자의실적 ‘고공행진’에 제동이 걸릴 전망이다.

한 달 전까지만 해도 삼성전자의 4분기 영업이익 시장 예상치(컨센서스)는 16조2000억원에 달했으나 현재 14조5000억원까지 내려왔다. 증권가에 따르면 전분기 13조7000억원을 기록했던 반도체 부문 영업이익의 경우 4분기 9조7000억원~11조9000억원 수준으로 대폭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또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출하량이 기대치를 밑돌면서 실적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황성진 삼성증권 연구원은 “4분기 스마트폰 판매량은 전분기보다 200만~300만대 늘어날 것으로 예측됐으나 전분기와 비슷하거나 소폭 하락할 것”며 “고가·중저가 스마트폰 모두 매출이 부진하다”고 설명했다.

◆ 삼성전자 목표주가 하향 조정…내년 전망 엇갈려

증권가에서 삼성전자를 바라보는 눈높이도 낮아지고 있다. 이달 들어서만 BNK투자증권·유안타증권·하이투자증권 등 주요 증권사 중 11곳이 삼성전자에 대한 목표주가를 내렸다. 반도체 업황 둔화로 삼성전자의 실적 전망치를 하향 조정한 데 따른 조치다. 다만 대부분의 증권사는 내년 1분기 이후 반도체 경기가 개선되면서 삼성전자 실적과 주가 역시 ‘상저하고’ 흐름을 보일 것으로 추측했다.

도현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내년 2분기부터 성수기 진입하면서 데이터센터 고객사의 구매 재개 등으로 수요가 증가하고 주요 반도체 업체들의 신규 캐파(CAPA·생산능력) 투자 축소로 인한 공급조절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며 “본격적인 주가 반등은 2분기부터 실적 개선과 함께 이뤄질 전망”이라고 예상했다. 

최도연 신한금융투자 연구원 또한 “D램 업황의 변곡점이 되는 내년 1분기를 삼성전자의 ‘비중확대’ 시기로 추천한다”며 “‘상저하고’의 수요 증가율과 공급 제약의 지속 등에 따라 2분기부터 D램의 재고가 감소하고 가격 하락폭이 축소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럼에도 일각에서는 반도체 수요 부진과 가격 하락세가 내년 하반기까지 지속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유종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반도체 경기 둔화세가 예상보다 가팔라 내년 실적도 예상보다 부진할 것”이라며 “수요가 감소하면서 재고가 늘어나는데 내년 수요가 회복되지 않으면 공급 과잉은 하반기까지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김솔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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