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10개 시민단체 금융위 규탄 기자회견 열 듯
감사원, 기재부까지 나서 금감원 압박
인사 적체에 시름하는 금감원
최종구 금융위원장(왼쪽)과 윤석헌 금융감독원장. 사진=연합뉴스

[한스경제=양인정 기자] 금융위원회가 오는 19일 정례회의를 열고 금융감독원의 내년 예산안을 심의할 예정인 가운데, 일부 시민단체와 경제단체가 금융위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어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진다. 금감원의 금융개혁 의지를 금융위가 막고 있다는 것이다.

16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복수의 시민단체 및 경제단체가 금융위를 성토하는 기자회견을 이번 주 중 열 예정이다. 이번 기자회견에는 참여연대, 금융정의연대, 민생경제연구소,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회, 한국파산회생변호사회 등 10개 단체가 참여하거나 참여를 검토 중이다.

구체적인 일정은 아직 잡히지 않았지만 이르면 이번 주에 기자회견이 있을 것이라는 게 시민단체 관계자의 전언이다.

기자회견에서는 우선 금융위 해체를 포함한 금융감독체계의 개편 주장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금융감독체계의 개편은 금융위의 정책 권한을 기획재정부로 이관하고 감독기능을 금융감독원에 통합시키는 방안을 중심으로 논의되고 있다.

또 금융위의 금감원에 대한 지나친 통제가 금융소비자와 일반 투자자의 권익을 보호하는 데 장애가 된다는 내용도 기자회견에 포함될 예정이다.

시민단체들의 이 같은 움직임은 최근 금융위와 금감원의 갈등과 관계가 깊다.
 
시민단체들은 금감원이 금융위의 지나친 통제로 금융소비자 보호라는 본연의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로 인해 그 피해가 금융소비자에게 고스란히 전가 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기자회견에 나설 단체들은 금융위의 이 같은 기조가 윤석헌 금감원 원장의 금융 개혁드라이브를 막고 있다는 점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 금감원은 윤석헌 원장이 취임 후 굵직굵직한 현안에 대해 정공법으로 돌파했다. 증선위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자회사 삼성바이오에피스에 대한 지분평가 방식을 ‘고의 분식회계’라고 결론 내린 것이 대표적 사례다. 금감원의 원칙적 감리가 증선위 결정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것이 업계의 주된 평가다. 이외에도 키코사태를 원점에서 재검토해 피해기업의 보상방안이 논의됐고, 최근 불거진 코스닥 시가총액 1위기업 셀트리온헬스케어의 회계처리에 대해서도 회계감리에 착수하는 등 단호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기자회견에 참여하는 단체들은 최근 언론이 금감원과 금융위의 불화를 ‘밥그릇 싸움’으로 조장하는 것도 비판하기로 했다. 금감원의 예산과 인력편성 권한 등 막강한 힘을 가진 금융위에 대해 감독권한만 있는 금감원이 마치 대등한 관계에서 밥그릇을 챙기는 모양은 아니라는 것이다. 

이번 기자회견에서 발언에 나설 시민단체 한 관계자는 “시민단체가 일방적으로 금감원을 두둔하고 나설만큼 금융위는 금감원을 압박하고 있다”고 선을 그었다. 이 관계자는 이어 기자회견 취지와 관련“금융개혁을 추진하는 금감원의 힘을 빼면 그 피해가 고스란히 금융소비자에게 돌아가는 것을 경고하기 위한 것”이라며 “금융위원장과 부위원장은 퇴진하고 금융위 해체를 포함한 금융감독체계를 신속히 개편해야 한다 ”고 말했다.

금융위는 금감원에 대한 갈등설과 불화설에 대해 불쾌감을 숨기지 않았다. 

최 위원장은 14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제36차 금융중심지추진위원회 회의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금감원 예산 문제는 감사원과 공공기관운영위원회의 요청에 따른 것”이라며 “갈등이라고 표현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최 위원장은 이날 기자들로부터 2019년 금감원 예산안을 놓고 금융위와 금감원의 갈등이 불거지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대해서도, “말을 자꾸 지어내는 것”이라며 논란을 일축하기도 했다. 

◆ 금감원 고질적 인사 적체 언제까지?...윤 원장 ‘부글부글’

최 위원장의 해명에도 외부로 들어난 문제로 볼 때 금감원과 갈등설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을 기세다. 

당장 금감원의 예산편성과 인사에 대해 감사원, 기재부, 금융위가 금감원을 삼면으로 둘러싸 집중 포화를 퍼붓고 있는 중이다.

금융위는 앞서 지난달 말  “내년 업무 추진비를 10% 이상 줄이고, 인건비도 올해 수준에서 감사원과 기획재정부 공공기관운영위원회 지적 이행 상황 등을 고려해 결정하겠다”는 내용의 내년도 예산 편성 지침을 금감원에 전달했다. 

또 감사원이 작년 금감원의 관리자급인 1~3급 상위 직급 직원 비중을 전체의 45%(현재는 43%)에서 30% 수준으로 대폭 줄이라고 요구했다. 여기에 금융위는 금감원의 경영평가심의위원회를 열어 금감원에 대해 C등급의 경영평가를 통보했다. 금감원은 2017년 경영실적 평가에 이어 2년 연속 C등급을 받았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금감원 안팎에서는 심화되는 조직 불균형으로 금감원의 감독기능이 마비될 지경이라며 불만의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고 있다. 이를 반영하듯 금감원 노조는 지난 3일 성명을 통해 “금융위가 임금동결과 예산심사권을 무기로 금감원 길들이기에 나섰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실제로 금감원은 내년 1월 정기인사를 앞두고 고질적인 인사 적체 문제에 직면해 있다. 

금감원의 전체 직원은 약 2000명. 이 가운데 3급(관리자급) 이상이 932명으로 전체 약 46%다. 팀장 경쟁률이 10대 1을 넘는 상황에다 국장급 승진도 좁아서 말 그대로 ‘항아리 모양’의 인사 형태다.

금감원의 기형적 인사구조는 이미 수년 전부터 굳어졌다. 금융위가 정원을 소폭 늘리긴 했지만 파견 인원을 감안하면 전체 정원에는 큰 변화가 없었다. 정원은 큰 변화가 없고 상위직급은 줄여야 하는 상황이니 금감원이 조직을 효율적으로 운영하기란 쉽지 않다. 게다가 다른 정부기관과 달리 취업제한까지 있어 조기퇴직을 유도할 방법도 마땅치 않다. 

결국 인사 적체의 원인을 제공해 비효율적 경영을 방조한 금융위가 금감원 경영평가에는 C등급을 준 셈이다. 이 때문에 윤석헌 원장이 금융위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드러낼 수밖에 없다는 후문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금감원의 인사 적체와 관련 “일단 팀장 승진부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금감원에서 5년 차가 되면 선임검사역이 되는데 이때부터 재취업 금지 대상”이라며 “대부분의 직원이 남게 되면서 인사 적체가 심해졌는데, 상위직급 비중을 줄이려고 하니 문제가 더 심각해졌다”고 말했다. 

양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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