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제주드림타워호텔 호재, 노형오거리 땅값 더 올렸다
구좌읍 월정리 카페거리, 3~4년 새 100배 껑충

[제주=김서연 기자] 한때 ‘제주도에서 한달살기’ ‘제주 이주’ 열풍으로 수직상승했던 제주도 부동산. 전국적으로 부동산 시장이 조정국면에 들어갔으나, 제주도는 ‘전국 부동산 상승률 1위’라는 수식어를 달고 있던 터라 타 지역과 동일하게 매매가격이 떨어져도 유독 그 폭이 크게 다가왔다.

서울은 ‘부동산’하면 아파트를 떠올린다. 시세차익을 기대할 수 있어 아파트만 제대로 당첨되면 ‘로또’라는 말도 나온다. 하지만 제주도는 그런 개념이 아니다. 제주도 부동산은 ‘토지’로 부동산을 움직인다고 봐야한다. 제주도 부동산은 서울처럼 아파트 인기가 아닌 천정부지 솟는 땅값으로 몸집을 키웠다.

하지만 제주는 언젠가부터 전국에서 ‘땅땅 거리는 곳’ 순위에서 몇 계단씩 밀려났고, 올해 3분기 기준 땅값 상승률은 세종, 부산, 서울에 이어 전국 4위까지 내려갔다. 집값은 미세한 등락을 거듭 중이다. 빠져나간 중국 자본, 사상 최대치인 준공 후 미분양, 제2공항 설립 여부 등으로 그 어느 때보다 어수선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제주 부동산 시장을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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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안도로를 따라 카페가 조성돼 있어 최근 몇 년 사이 땅값이 많이 오른 애월읍과 구좌읍 월정리. 제주 제2공항 사업 예정지인 서귀포시 성산읍은 제주 동쪽에 위치한다. 그래픽=이석인기자 silee@sporbiz.co.kr

◆ 노형오거리, 제주 부동산 들었다 놨다 하는 ‘핫 플레이스’

최근 몇 년간 제주 부동산 시장을 들었다 놨다 한 곳은 신제주에서도 핵심인 노형오거리다. 제주공항의 남쪽에 위치한 노형오거리가 제주 부동산 시장에서도 ‘핫 플레이스’였다. 집값도, 땅값도 훌쩍 뛰었다.

특히 내년 4분기 중 완공될 제주드림타워호텔이 호재가 됐다. 제주드림타워호텔은 롯데관광개발이 사업자로 나서 제주도에서도 핵심 상권인 노형동에 조성 중인 복합리조트다. 지하 6층~지상 38층으로 지어진다. 제주도의 랜드마크 개발을 위해 특별허가를 받은 건축물로 그 높이가 169m에 달한다.

제주드림타워호텔 입지 조건. 그래픽=이석인기자 silee@sporbiz.co.kr

노형동의 D공인중개업소 대표는 “요즘 ‘억’ 소리 나는 지역이 다 제주드림타워 근처”라면서 “제주에서도 큰 호텔에 속하는 메종글래드 제주 입지가 3~4년 전에는 전용면적 3.3㎡당 1000만원도 안 갔는데 몇 년 사이에 팍 오른 것을 보면 여기도 비슷할 것”이라고 귀띔했다.

5개 주요도로가 교차하는 신제주 최중심지인 노형오거리에 위치해 있을 뿐 아니라, 공항과 국제크루즈 터미널에서 각각 3㎞, 7㎞거리에 떨어져있다. 또, 500m 내외에 롯데, 신라면세점과 이마트, 롯데마트가 인접해있다. 이기훈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제주도의 건축물고도제한선이 55m인데 이를 훨씬 뛰어넘는다”며 “사드 규제 완화를 가정할 때 중국인 단체 관광객들의 패키지 상품에 반드시 포함될 면세점에 양쪽에 위치해 있다는 점은 향후 중국인 고객 유인에 큰 장점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D 대표는 노형오거리에서 한라산 방향으로 향하는 대로변에 위치한 아파트들이 최근 3~4년 전 대비 가격이 크게 뛰었다고 전했다.

“노형 아이파크 아파트, 한화아파트, 부영1차아파트, 대림e편한세상 1차·2차 아파트 이런 곳들은 전용면적 84㎡ 정도가 지금 5억5000만원 정도 해요. 서울 강북지역과 맞먹을겁니다. 이 아파트들이 생긴지는 10년 가까이 됐죠. 그 때만 해도 2억원 선에서 거래됐었는데 그 때 집 산 사람들은 모르긴 몰라도 이익을 엄청 봤을 겁니다. 구제주 아파트 값과는 1억5000만원 정도 차이가 나죠. ”

이 아파트들의 바로 건너편에는 선호도가 높은 제주제일고등학교가 있고, 아래로는 한라초등학교, 한라중학교 등이 있어 교육시설이 잘 갖춰진 편이다. 노형근린공원도 자리하고 있고 롯데마트·이마트 등 생활편의시설도 인접해 있다.

최근 제주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체적으로 보합과 약보합을 오가고 있다. 한국감정원이 10일 발표한 12월 둘째주 주간 아파트 가격동향에 따르면 제주의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대비 0.07% 올랐다. 첫째주에는 0.10% 올랐다. 제주시의 일부 재건축 또는 신축 아파트를 중심으로 상승 전환한 영향이 컸다. 서귀포시는 공급 증가 및 추가하락 우려로 하락세가 지속됐지만 그 폭이 축소되며 전체적으로 상승 전환했다.

11월만 하더라도 제주 아파트 가격은 하락세였다. 11월 한달 내내 아파트 매매가격지수 변동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미분양이 증가하는 가운데 가격 급등 피로감에 따른 추가 하락 기대감이 작용해 노후단지 위주로 하락이 지속된 것이 이유다. 2016년 이후 지속해서 공급이 실수요를 초과하고 있다는 점도 하락의 원인으로 꼽힌다.

D 대표는 ‘노형오거리 인근 건물의 임대료는 어느 수준까지 올랐냐’는 기자의 질문에 노형오거리 쪽에 빌딩을 오래 전부터 갖고 있던 지인 얘기를 해줬다. 제주도에 부동산 붐이 일기 전에는 일년에 1000만~1500만원 임대료를 받았던 상가가 지금은 무려 4000만~5000만원으로 껑충 뛰었다고 전했다. 월세로 따지면 한달에 80만원가량을 임대료로 지불하다가, 많게는 420만원까지 내게 된 것이다. 그는 신제주의 핵심이 된 노형오거리 대로변이 다 이런 수준으로 상향평준화됐다고 했다.

“(노형오거리 대로변을 가리키며) 지금 이 도로 보이시죠? 4년 전만 해도 건물 지을 무렵 1년 임대료가 600만원 정도였던 곳입니다. 지금은 3500만원이에요. 구제주도 1500만~2000만원까지는 가는데 여기(신제주)는 거기보다 1000만원 정도 더 간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제주 애월읍 해안도로에 위치한 카페. 이곳에 들어선 상점 대부분이 커피전문점을 운영하고 있었다. 사진=김서연기자

◆ “월정리 땅값 급등, 토박이도 신기해”

제주에서 최근 몇 년 사이 땅값이 가장 많이 오른 곳이 어디냐고 묻자, 공인중개업소 대표들은 하나같이 구좌읍 월정리를 꼽았다. 애월의 해안도로 역시 많이 오른 지역으로 꼽혔으나, 월정리가 단연 압도적이었다. 월정리는 공항에서부터 동쪽으로 30㎞가량 떨어져있다. 월정리해수욕장이 비교적 작은 규모로 펼쳐져 있는 곳이다.

스스로를 ‘제주도 토박이’라고 설명한 D 대표는 애월과 월정리 해변의 집값이 다락같이 오른 현상이 가장 놀랍다고 했다. 특히 월정리 해변의 경우 카페거리가 조성되고 유명해지기 전까지는 전용면적 3.3㎡당 10만~20만원 선이었으나, 가장 비싸게는 무려 100배가 뛰었다고 전했다.

“그 촌에 3.3㎡당 1000만원, 1500만원이 웬말이냐 싶죠. 지역 토박이들은 생각지도 못했던 금액이에요. 한 건물이라도 몸값이 이렇게 훅 높아져서 거래가 되면 그 지역은 그 가격 수준으로 키 높이기를 하는 거에요.”

이같은 ‘상향평준화’가 제주도 부동산 상승의 가장 큰 요인이라는 것이다. 노형동의 S공인중개업소 대표 역시 비슷한 말을 했다.

“제주도민 입장에서 제일 어이없게 오른 곳이 월정리에요. 해수욕장이 소규모로 조성돼 있어 선호하는 지역이긴 한데 이 정도까지는 아닌데. 실제로 가보면 들어선지 얼마 안 된 건물들이 해안도로를 끼고 죽 늘어서 있어요. 다 신축이에요. 예전에는 거들떠보지도 않은 곳인데. 그저 놀랍죠.”

“최고 어려운 시기를 지나고 있다”는 제주 부동산. 지금은 상승세가 한풀 꺾였지만 내년 2월을 변곡점으로 맞이해 또 분위기가 어떻게 흘러갈지 모른다. 제주로 몰린 투자자들이 다시 한번 잣대를 상향해 고쳐잡을지, 너무 오른 급등피로감이 작용할지 점점 더 풀기 어려운 고차방정식이 돼 가는 양상이다.

김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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