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국민청원까지…소액주주들 "삼성바이오는 되고 경남제약은 안되고"
[한스경제=김지영 기자] 비타민C ‘레모나’로 유명한 제약회사 경남제약이 상장폐지 위기에 처한 가운데 소액주주의 반발이 만만치 않다. 소액주주들은 수조원 대 고의 분식회계에도 상장폐지를 면한 삼성바이오로직스(삼성바이오) 사례를 들며 ‘상장폐지는 안된다’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경남제약 전체 주식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소액주주들의 반발이 거센 만큼 한국거래소의 고민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거래소는 지난 14일 기업심사위원회를 통해 경남제약 상장폐지를 결정했다. 앞서 지난 3월 거래소는 분식회계와 경영권 분쟁 등을 이유로 경남제약의 주식거래를 정지한 바 있다.
이에 소액주주들은 상장폐지를 막기 위해 지난 8월 임시주주총회를 통해 기존 경영진을 해임하고 경영권을 가져왔다. 이후 경남제약 매각을 추진하며 지난 10월15일 사모펀드인 마일스톤KN펀드를 대상으로 170억원 규모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또 새로운 경영진에 대한 경영 신임서를 거래소에 제출하며 상장 유지를 위해 총력을 기울였다.
◆경남제약, 왜 상장폐지까지 갔나
거래소는 상장폐지를 결정할 때 △기업 계속성 △투자자 보호 △경영 투명성을 중심으로 판단한다.
경남제약은 올 3분기 12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지난해 흑자에서 적자로 전환했다. 당기순손실은 12억원이다. 이에 따라 거래소는 경남제약의 계속성 측면을 낮게 평가한 것으로 보인다. 삼성바이오의 경우 회사가 부실하지 않아 투자자가 피해를 볼 일은 없을 것이라고 판단했지만 경남제약은 이러한 확신이 서지 않았다는 것이다.
또 최대주주 변경, 유상증자 발행주식수 및 발행금액 변경 등 공시변경을 이유로 경남제약은 지난달 12일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됐다. 이 부분이 경영 투명성 평가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투자자 보호다. 지난 9월 말 기준 경남제약의 소액주주는 5252명으로 전체 주식의 71.9%(808만3473주)를 보유하고 있다. 최근 상장폐지 위기에 몰렸던 삼성바이오의 소액주주는 지난해 말 기준 8만175명이다. 이들은 지분의 21.5%를 보유하고 있다. 상장폐지라는 문 앞에서 구사일생한 MP그룹(미스터피자)의 올해 4월 말 기준 소액주주 수는 약 1만명이다.
절대 숫자가 삼성바이오와 MP그룹에 비해 많은 것은 아니지만 전체 주식의 큰 비중을 소액주주가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거래소의 고민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삼성바이오는 되고 경남제약은 안되고”…소액주주 분통
경남제약이 상장폐지 발표가 난 지난 14일 이후 경남제약 종목토론실을 비관적인 글이 쏟아졌다,
한 투자자는 “개선이 불충분하다고 기심위는 이렇게 쉽게 상장폐지 결정을 내릴 수 있나”라며 “너무 안타깝다”고 아쉬운 심경을 토로했다. 또 다른 투자자는 “미치겠다 정말 잠도 안 오고”라며 “뜬 눈으로 날 새우고 있다”고 말했다.
한 주주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강소기업 경남제약 상장폐지 반대한다’라는 제목으로 글을 올리기도 했다. 이 주주는 “소액주주 약 5300여명이 2100억의 손실을 봐야 하냐”며 “적지만 계속 조금씩 매출이 성장하고, 역량이 강화되는 강소기업이 없어지고 이와 관련된 소액투자자와 종사 임직원이 실직자가 되는 것이 서민을 위한 정의로운 해결법이냐”고 답답한 심정을 밝혔다.
다른 청원인은 "경남제약은 삼성바이오에 비하면 '조족지혈(鳥足之血:새발의 피)'의 문제를 가지고 있다"며 "이런 곳은 지정 회계법인이 한동안 감시를 하는 식으로 하면 될 텐데 중소기업은 거래소에 걸리면 상장 폐지를 당한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소액주주들이 수조원 대 고의 분식회계 결정에도 상장폐지를 면한 삼성바이오 사례를 언급하며 불만을 표하고 있어 거래소가 최종적으로 어떤 판단을 내릴지 관심이 집중된다.
한편 경남제약 상장폐지에 대한 최종 판단은 내년 1월8일에 열리는 거래소 내 코스닥시장위원회를 통해 결정된다.
김지영 기자 jiyoung91@sporbiz.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