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양지원 기자] 공백이 느껴지지 않는 무대다. 군 제대 후 2년 만에 뮤지컬 ‘엘리자벳’ 무대에 선 김준수가 호소력 짙은 가창력과 치명적인 매력을 뽐내며 관객을 사로잡았다.

김준수는 ‘엘리자벳’에서 엘리자벳(김소현/옥주현/신영숙)을 사랑해 주위를 맴도는 ‘죽음’ 토드 역으로 분했다. 지난 2013년 공연 이후 5년 만의 재연이다. 한 층 더 깊어진 눈빛과 강렬한 모습으로 관객들을 매료시켰다.

‘엘리자벳’은 유럽에서 가장 성대 했던 오스트리아 합스부르크 가의 마지막 황후 엘리자벳과 치명적인 매력을 지닌 ‘죽음’의 사랑을 그린 작품이다. 드라마보다 더 극적인 삶을 살았던 엘리자벳의 일대기에 판타지적인 요소가 더해진 유럽 최고의 뮤지컬로 꼽힌다.

김준수는 극에 절대적인 긴장감을 불어넣는 토드 역을 마치 몸에 맞는 옷을 입은 듯 완벽히 소화했다. 첫 눈에 반한 엘리자벳에게 평생을 구애하는 토드를 사랑, 분노, 원망, 저주 등 양한 감정 연기로 표현하며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무엇보다 김준수 특유의 음색이 토드와 잘 어우러졌다. 애절하지만 폭발적인 힘이 느껴지는 목소리가 토드의 감정 변화를 고스란히 대변했다. 여기에 오랜 시간 내공으로 다진 역동적인 동작과 안무, 무대 매너가 더해져 관객들의 눈과 귀를 즐겁게 만든다.

무엇보다 토드는 감정을 억누르는 다른 인물들과 달리 감정을 폭발하는 캐릭터다. 동시에 관객들에게 이야기를 전달하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엘리자벳’에 빠질 수 없는 중요한 인물을 극의 흐름에 맞는 완급 조절 연기로 표현했다.

‘엘리자벳’의 원작자 실베스터 르베이 역시 김준수의 무대에 감탄했다. 그는 “김준수의 컴백 공연을 보기 위해 뮌헨에서 왔다. 초연, 재연도 정말 좋았지만 오늘은 감정선이나 드라마 모두 한 층 더 업그레이드 된 ‘토드’를 만난 것 같다”며 “등장부터 뿜어져 나오는 아우라가 있고, 토드의 숨결을 내뱉을 때 위험한 사랑의 마법 같은 순간을 느끼게 해줬다. 내 음악을 완성 시켜주는 캐릭터고 잘 표현해 줘 고맙다”고 극찬했다.

토드와 함께 극을 이끄는 루케니 역을 맡은 강홍석의 감칠 맛 나는 연기 역시 관전 포인트다. 초반 극의 긴장감을 풀어주는 이완 역할로 활약하다가 후반부부터 긴장감을 더하는 광기 어린 연기를 펼쳤다. 관객들의 마음을 들었다 놨다하는 재기발랄함은 물론, 소름 끼치는 연기로 극의 윤활유 역할을 톡톡히 했다. 특유의 시원한 가창력으로 루케니의 매력을 한 층 더 배가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엘리자벳’에 빠질 수 없는 웅장한 넘버 역시 귀를 즐겁게 하는 요소다. 토드와 엘리자벳의 주제곡인 ‘마지막 춤’ ‘나는 나만의 것’, ‘엘리자벳, 문을 열어주오’, ‘밀크’, ‘키치’, ‘엘젠’, ‘내가 춤추고 싶을 때’, ‘행복은 너무도 멀리에’, ‘그림자는 길어지고’ 등이 극의 내용과 조화를 이룬다.

‘엘리자벳’은 2019년 2월 10일까지 블루스퀘어 인터파크홀에서 열린다. 170분. 만 8세 이상.

양지원 기자

저작권자 © 한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