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MA' 홍콩 공연장 근처에 마련된 비비고 부스에서 현지인이 설명을 듣고 있다.

[한국스포츠경제=정진영 기자] "비빔밥이요? 당연히 알죠. 홍콩에 한식 파는 가게가 얼마나 많은데요."

'2018 엠넷 아시안 뮤직 어워즈(2018 Mnet Asian Music Awards, 이하 MAMA)'가 열린 14일 오후 홍콩 아시아월드엑스포아레나. 공연장 앞에는 'MAMA'의 주최사인 CJ의 한식 브랜드 비비고가 마련한 부스가 설치돼 있었다. 룰렛을 돌려 김 과자, 비비콘(비빔밥을 콘 모양으로 만들어 휴대성을 높인 음식) 등을 받을 수 있었는데, 여기에 참여하려는 줄이 계속해서 이어졌다.

■ 'MAMA' 찾은 현지인, 비빔밥까지 관심

남자 친구와 함께 왔다는 한 홍콩 현지인에게 "비빔밥에 대해 아느냐"고 물으니 "당연하다"는 답이 돌아왔다. 비비고에서는 인스턴트 떡볶이를 부스를 찾는 이들에게 나눠 주고 있었는데, 이 여성은 떡볶이도 한 눈에 알아봤다.

"홍콩에서는 편의점에서도 한국 음식을 많이 찾을 수 있어요. 김이나 컵라면 같은 건 아주 익숙해요. 저도 자주 사 먹고요. 비비콘이라는 건 처음 봤는데 한식집에서 파는 케사디야와 아주 비슷한 것 같아요.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점이 특히 좋네요."

비비고 부스 옆에 마련된 K뷰티 코너 역시 성황이었다. 현지인들은 이 부스에서 다양한 한국의 뷰티 브랜드 제품을 체험하고 설명을 들었다. 한 관객은 "K뷰티는 홍콩뿐 아니라 아시아 전반에서 큰 인기"라고 이야기했다.

"K팝 스타들을 좋아해서 한국 예능이나 드라마도 관심 있게 보고 있어요. TV를 보면 한국 스타들은 전반적으로 다 패션 감각이 좋고 외모도 아름답더라고요. 남자, 여자 가리지 않고 다 예쁜 외모를 유지하고 있다는 게 놀라워요. 피부, 머릿결도 곱고요. 이런 점을 동경하기 시작해서 K뷰티에도 관심을 갖게 됐어요."

모두 품절된 'MAMA' 굿즈.

■ K팝이 연 한류의 새로운 가능성

실제 홍콩 거리를 다니면서 배우 이영애의 얼굴과 이름을 내건 뷰티 숍과 박신혜를 모델로 내세운 쥬얼리 브랜드 등 한국 스타들을 이용한 마케팅 현장을 종종 만날 수 있었다. 한 유명 편의점 브랜드는 랍스타로 만든 한국의 새로운 컵라면을 론칭했다는 광고 전단도 여기저기에 붙여놨다.

그럼에도 여전히 가장 널리 퍼져 있는 건 일본 브랜드와 상품이었다. 사보텐, 아지센 라멘 등 일본 외식 브랜드를 비롯해 헬로우 키티 같은 캐릭터 상품에 이르기까지 홍콩의 어떤 지역을 가더라도 일본의 흔적은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서점에서는 일본 스타들이 표지 모델을 하고 있는 잡지가 주요 가판대를 차지하고 있다.

"홍콩은 자체적으로 식료품 같은 걸 많이 생산하는 나라는 아니에요. 수입식품에 대한 의존도가 상대적으로 높아요. 일본 같은 경우는 산리오 캐릭터들도 그렇고 워낙 예전부터 친근했어요. '믿고 산다'는 느낌이 있죠. 한국은 그에 비하면 익숙함을 덜하죠. 아는 사람은 안다는 느낌 정도일까요. 그래도 K팝에 대한 관심이 늘고 한국 스타들에 대한 인기가 높아지면서 한국 전반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이 많아졌어요. 저도 슈퍼주니어를 좋아하기 시작해서 한국 문화에 흥미를 느낀 사람이고요. 개인적으로 가격과 성능을 다 따지면 한국 화장품만큼 좋은 게 없다고 생각해요."

갓세븐을 응원하러 'MAMA'에 왔다는 한 팬은 이렇게 말하며 라네즈, 이니스프리 등 몇몇 한국 뷰티 브랜드 이름을 언급했다. 왓슨스 등 뷰티&헬스 편집 숍에서 한국 화장품을 쉽게 살 수 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방탄소년단을 소재로 한 캐릭터 BT21.

■ BT21은 헬로우 키티가 될 수 있을까

'MAMA' 공연장을 찾은 많은 관객들을 통해 알 수 있었던 캐릭터의 힘이다. K팝 스타처럼 자신만의 얼굴과 정체성을 확실히 가진 캐릭터들은 실생활 곳곳에 파고 들어 있었다. 산리오의 캐릭터로 만든 액세서리나 마네키네코 캐릭터로 만든 참 등을 들고 다니는 팬들도 쉽게 만날 수 있었다.

그 가운데 눈에 띈 건 방탄소년단 멤버들이 라인프렌즈와 함께 만든 캐릭터 BT21이다. 'MAMA' 현장에 모인 방탄소년단 팬들이 아미밤(공식 응원봉)만큼이나 많이 들고 다니던 게 BT21 상품이었다. BT21 캐릭터로 만든 머리띠나 후드, 원피스 등을 착용한 이들도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워너원 쇼핑백에 BT21 캐릭터 참을 매치한 관객에게 "누구의 팬이냐"고 묻자 그는 "워너원"이라 답했다. 주위 친구들 가운데 방탄소년단 팬들이 많아 BT21 캐릭터를 알게 됐고, 귀여워서 구입해 하고다닌다는 것.

특별한 장벽 없이 여러 콘텐츠를 넘나들며 사용될 수 있는 캐릭터는 그 가치가 무궁무진하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국내 캐릭터 산업의 수출액은 지난 해 기준 약 7000억 원 정도. 세계 캐릭터·라이선스 시장 규모는 올해 200조 원 정도로 추산된다. 헬로우 키티, 도라에몽, 쿠마몬, 포켓몬 등 여러 인기 캐릭터들을 보유하고 있는 일본은 시장 규모 30조 원에 달한다. 헬로우 키티만 해도 전 세계 130개국에서 5만 여 개의 라이센싱 제품으로 판매되고 있다.

K팝 스타들의 활약은 다양한 분야에서 새로운 한류의 문을 열고 있다. 'MAMA'를 찾은 관객들은 시상자들이 주고 받는 한국어 농담에 웃음을 터뜨리고 방탄소년단의 '아이돌'에 삽입된 굿거리 장단을 능숙하게 따라한다. 한국 스타에 대한 관심이 한국 문화 전반에 대한 것으로 자연스럽게 확장되고 있는 것이다. BT21은 헬로우 키티가 될 수 있을까. 아직은 알 수 없다. 하지만 분명한 건 그 가능성은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사진=정진영 기자, 라인프렌즈 제공

정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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