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① 제주에도 여기저기 ‘불 꺼진 집’…날개잃은 추락, 이유는
[르포]① 제주에도 여기저기 ‘불 꺼진 집’…날개잃은 추락, 이유는
  • 김서연 기자
  • 승인 2018.12.17 15:38
  • 수정 2018-12-17 15:5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10월 ‘악성 미분양’, 역대 사상 최대치 기록
중국인 관광객 발길, 재작년부터 '뚝'
“제주 부동산 시장, 제2공항 확정 전 폭풍전야 지나고 있다”

[제주=김서연 기자] 한때 ‘제주도에서 한달살기’ ‘제주 이주’ 열풍으로 수직상승했던 제주도 부동산. 전국적으로 부동산 시장이 조정국면에 들어갔으나, 제주도는 ‘전국 부동산 상승률 1위’라는 수식어를 달고 있던 터라 타 지역과 동일하게 매매가격이 떨어져도 유독 그 폭이 크게 다가왔다.

서울은 ‘부동산’하면 아파트를 떠올린다. 시세차익을 기대할 수 있어 아파트만 제대로 당첨되면 ‘로또’라는 말도 나온다. 하지만 제주도는 그런 개념이 아니다. 제주도 부동산은 ‘토지’로 부동산을 움직인다고 봐야한다. 제주도 부동산은 서울처럼 아파트 인기가 아닌 천정부지 솟는 땅값으로 몸집을 키웠다.

하지만 제주는 언젠가부터 전국에서 ‘땅땅 거리는 곳’ 순위에서 몇 계단씩 밀려났고, 올해 3분기 기준 땅값 상승률은 세종, 부산, 서울에 이어 전국 4위까지 내려갔다. 집값은 미세한 등락을 거듭 중이다. 빠져나간 중국 자본, 사상 최대치인 준공 후 미분양, 제2공항 설립 여부 등으로 그 어느 때보다 어수선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제주 부동산 시장을 찾았다.

해안도로를 따라 카페가 조성돼 있어 최근 몇 년 사이 땅값이 많이 오른 애월읍과 구좌읍 월정리. 제주 제2공항 사업 예정지인 서귀포시 성산읍은 제주 동쪽에 위치한다. 그래픽=이석인기자 silee@sporbiz.co.kr
해안도로를 따라 카페가 조성돼 있어 최근 몇 년 사이 땅값이 많이 오른 애월읍과 구좌읍 월정리. 제주 제2공항 사업 예정지인 서귀포시 성산읍은 제주 동쪽에 위치한다. 그래픽=이석인기자 silee@sporbiz.co.kr

올해 3분기 기준 제주의 땅값 상승률은 4.08%로 세종, 부산, 서울에 이어 전국 4위를 기록했다. 지난 2015년 말부터 2016년 2분기까지만 하더라도 전국에서 가장 압도적인 상승률을 보여줬던 곳이다.

3~4년 전에 비하면 제주 전반에 걸친 지가 상승률은 낮아졌지만 여전히 오르는 곳이 있다. 카페거리가 조성된 구좌읍 월정리, 애월읍 등이 그곳이다. 

이렇게 제주 땅값을 견인하는 지역이 있는가하면, 반대의 경우도 생겨나고 있다.

올해 3분기 기준 전국 땅값 상승률. 그래픽=이석인기자 silee@sporbiz.co.kr
올해 3분기 기준 전국 땅값 상승률. 그래픽=이석인기자 silee@sporbiz.co.kr

◆ 전체 미분양 주택 10가구 중 6가구, ‘악성 미분양’

월정리 같은 곳에서는 짓기가 무섭게 주인이 들어서고 있지만 한쪽에서는 불 꺼진 집이 속출한다. 건물이 완공되고 나서도 분양되지 못해 ‘악성 미분양’으로 불리는 준공 후 미분양은 제주에서도 고질적인 듯 했다. 공항에서 해안도로를 타고 애월읍으로 향하는 길에 경치가 좋을 만 한 곳에는 웬만하면 신축 원룸과 빌라가 자리하고 있었고, ‘분양’ ‘임대’를 내건 현수막이 여기저기 붙어있었다.

제주 미분양 주택 수 추이. 그래픽=이석인기자 silee@sporbiz.co.kr
제주 미분양 주택 수 추이. 그래픽=이석인기자 silee@sporbiz.co.kr

국토교통부가 지난달 발표한 ‘10월 전국 미분양 주택 현황’에 따르면 제주의 10월 미분양 주택은 1226가구로 9월 1275가구에 비해 49가구 감소했다. 미분양 주택은 지난해 12월부터 1200가구 안팎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악성 미분양으로 분류되는 준공 후 미분양은 역대 사상 최대치인 731가구를 기록했다. 앞서 9월에도 이 수치는 711가구로 최대치였는데 이를 또 뛰어넘은 것이다. 전체 미분양 주택 중에서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이 차지하는 비중이 60%를 육박하고 있는 상황이다. 같은 기간 전국의 미분양 주택은 6만502가구로 9월 말 6만596가구 대비 0.2% 감소했다.

제주에서도 특히 악성 미분양이 심한 곳은 어디냐고 묻자 “딱히 지정할 수 없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악성 미분양이 심한 곳이 제주에서 한두 군데가 아니에요. 단편적으로 여기저기 지어서 딱히 ‘여기가 제일 심하다’고 특정할 수가 없어요. 서울처럼 400~500세대, 1000세대 단지를 조성하는 아파트들 분양이 안 되면 타격이 심한데 제주는 많이 지으면 100세대 정도 되니 전반적으로 미분양이 흩어져있다고 보면 되죠.”

제주 준공 후 미분양 주택 수 추이. 그래픽=이석인기자 silee@sporbiz.co.kr
제주 준공 후 미분양 주택 수 추이. 그래픽=이석인기자 silee@sporbiz.co.kr

공인중개업소를 찾았다가 상담을 하러 온 한 임대사업자 A씨를 만났다. 주택 세 채를 갖고 있었으나, 분양이 되지 않아 지금은 한 채만 남기고 팔았다고 했다. 임대사업자는 주로 주택을 구매해 일정 기간 보유하면서 임대를 줬다가 매매가격이 급등했을 때 팔아 차익을 얻는 투자 전략을 주로 쓴다. A씨 역시 전형적인 임대사업자로 보였다.

“지난 3~4년간 가격이 주춤하는 수준이었다면 거래량은 훅 떨어졌어요. 3년 전만해도 짓기 무섭게 분양이 됐죠. 오피스텔이나 연립주택 가릴 것 없이요. 프리미엄도 붙을 정도였으니까요. 근데 지금은 지어놓고 (분양이) 안 되는 집들이 너무 많아졌어요. 그러니 여기저기 불 꺼진 집만 수두룩. 애월과 도두동 지역 집값, 땅값 올랐으면 말 다한 거에요. 예전부터 육지서 제주로 오는 비행기들이 지나다니는 항로라 소음 때문에 가격이 오르긴 커녕 다들 기피하던 지역이었거든요.”

다음날 방문한 애월읍은 실제로 5분에 한 대씩 비행기가 지나가는 곳이었다. 음악소리가 큰 카페 안에서도 비행기 소음이 약하게나마 들릴 정도였다.

A씨는 부동산 가격이 더 떨어질 것 같아 손해를 보면서도 팔 수 밖에 없다고 했다.

“저도 두 채 팔면서 한 3000만원 손해봤어요. DTI(Debt To Income·총부채상환비율)다, 뭐다 해서 대출도 안 되지만 워낙 제주도 부동산이 포화된 상태여서 이러다 하우스푸어(house poor·대출로 집을 산 후 가난하게 사는 이들) 밖에 안 될 것 같았거든요.”

DTI는 다주택자의 돈줄을 묶어놓는 규제다. 이전에는 부채를 기존 주택담보대출 이자와 신규 주택대출 원리금만 봤지만, 올해 1월 도입된 신(新)DTI는 기존 주택담보대출과 신규 주택대출의 원리금을 모두 고려해 대출가능액을 산정해 이미 주택담보대출을 쓴 사람이 추가대출을 받는 것을 사실상 불가능하게 만들었다.

◆ 중국인 관광객 빠져나가자 호텔도, 상점도 ‘텅텅’

원룸과 오피스텔만 텅텅 비는 것이 아니다. 중국인 관광객들이 제주로의 발길을 끊으면서 이들이 ‘키운’ 상점은 하나 둘 ‘임대’를 붙이기 시작했다. 중국인 단체 관광객들을 주요 고객으로 모셨던 호텔들 역시 매물로 나왔다. 중국계 자본이 매입해 중국인 단체 관광객들을 맞았던 업소들이다. 중국 현지 여행사들이 제주 단체 관광객을 보내며 이 호텔을 숙박업소로 지정해 연일 호황을 누렸다. 그러나 중국인 관광객이 급감하면서 매물로 나왔고, 찾는 투자자들이 없어 20억~30억원씩 매도 호가를 낮추기도 했다.

중국인 관광객들이 줄어든 현상은 이들을 실어 나르던 택시기사들이 가장 크게 체감하고 있었다. 고고도방어미사일체계(THAAD·사드) 배치에 따른 중국 정부의 ‘금한령’이 있기 전까지 제주를 찾는 중국인 관광객들은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였다.

그러나, 지난해 제주를 찾은 중국인 관광객은 74만7986명으로 전년(305만8279명)보다 무려 75.5% 급감했다. 제주도관광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제주를 방문한 국내·외 관광객은 1475만4384명으로 2016년(1585만1401명)보다 109만7017명(6.9%) 줄었다. 1998년 이후 19년 만에 처음으로 감소한 수치다.

한 택시기사는 지난해부터 쇼핑을 목적으로 한국을 찾던 중국인 관광객들이 거의 발길을 끊었다고 전했다.

“몇 년 전만 하더라도 중국인 관광객들이 쇼핑하러 물밀 듯 들어왔죠. 어느 정도였냐면, 새벽 한 두시에 쇼핑센터 앞에서 줄지어 밤새 기다려요. 좋은 물건 놓친다고. 돈을 주고 사람을 사서 줄을 대신 세우기도 했으니 말 다했죠. 우리(택시기사들)도 중국인들 어마어마하게 태웠어요. 근데 요새는 확연히 줄었어요. 중국인 관광객이 줄어서 몇 년 전 짓기 시작해 최근 완공된 신축호텔이 최근 다 경매에 나왔다니까요. 다 대출 받은 것일텐데 견디기 힘들죠.”

공항에서 멀지 않은 연동을 지나는데, 택시기사가 한 호텔 건너편에 붙은 현수막을 가리켰다.

“저 현수막 보이세요? 하도 장사가 안돼서 중국인에 넘어갔다는 소문나는 호텔인데요. 호텔에서 오죽 억울했으면 달아놨겠어요. 중국인에게 팔린 줄 알고 도민들이 의심을 하니 걱정말라고 달아놓은 거에요.”

제주 연동 누웨마루거리의 중국인 대상 상점 모습. 대부분의 상점에 손님이 없었고 일찍 문을 닫은 곳도 간간이 눈에 띄었다. 사진=김서연기자
제주 연동 누웨마루거리의 중국인 대상 상점 모습. 대부분의 상점에 손님이 없었고 일찍 문을 닫은 곳도 간간이 눈에 띄었다. 사진=김서연기자

노형동과 가까운 연동은 사실상 중국인이 ‘키운’ 상권이었다. 이 상권은 2016년 말, 지난해 초를 기점으로 고꾸라져 여전히 회복하지 못한 상태였다.

중국인 관광객의 급감은 이들이 자주 찾던 거리 이름에서도 증명됐다. 제주시 연동에 있는 연동7길의 누웨마루거리는 지난해 9월까지만 해도 바오젠(寶健)거리였으나, 중국 관광객이 크게 줄면서 이 같은 도로명을 유지할 필요가 없어졌다. 바오젠거리 명칭은 2011년 9월 중국 건강용품업체 바오젠그룹 직원 1만4000명이 방문한 이후 외국 관광객이 대폭 늘면서 제주도가 이에 대한 화답 차원에서 붙인 이름이었다. 특히 중국인 관광객이 많이 찾아 ‘제주 속의 중국’으로 불렸다. 중국인 관광객들을 끌어들이면서 상권은 연동의 주요 간선도로를 타고 빠르게 확장했고, 부동산 가치 역시 올라갔다. 그러나 중국 자본이 상권을 잠식했고, 임대료가 폭등하는 부작용도 발생했다.

기자가 늦은 오후에 찾은 누웨마루거리의 중국인 대상 쇼핑몰은 손님이 거의 없는 상태였다. 대부분의 상점 간판이 중국어와 영어로 되어있었지만 그나마 거리를 돌아다니는 사람들마저 내국인이었다.

일찍 불이 꺼진 곳도 많았지만 ‘임대’를 써붙인 상점도 여러 곳 됐다. 중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한 상권이라 중국인들이 빠져나간 뒤 운영난을 견디지 못한 상점들이 폐업·휴업을 한 탓에 부닥친 상권 침체였다. 세입자를 구하지 못해 텅 빈 채로 방치됐거나 문이 굳게 잠긴 상점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누웨마루거리에서 만난 현상원(31·남)씨는 “중국 기업의 이름을 딴 거리라 (명칭의) 적절성을 두고 논란도 돼왔던 것으로 안다”며 “중국인 관광객이 줄어 화장품 가게는 물론 (누웨마루거리) 근처 음식점, 술집 등도 찾는 도민도 크게 줄었다”고 말했다.

◆ 이제 남은 변수는 ‘제주 제2공항’

서귀포시청사에 걸린 제주 제2공항 환영 현수막. 사진=연합뉴스
서귀포시청사에 걸린 제주 제2공항 환영 현수막. 사진=연합뉴스

‘전국 땅값 상승률 1위’라는 타이틀을 내려놓고 보합세로 접어든 제주 부동산 시장. 이제 관심은 제주 제2공항으로 옮겨갔다. 국토부는 지난 2015년 11월 현 제주공항의 혼잡과 안전 위험 등을 이유로 제2공항 건설계획을 발표했다. 국토부는 서귀포시 성산읍 일대 약 500만㎡ 부지에 2025년까지 4조8700억원을 들여 연간 2500만명을 수용할 수 있는 제주 제2공항을 짓는다는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지역 주민들과 환경단체 측의 반발이 여전한 상황이다. 제2공항 타당성 용역 재조사 검토위원회의 활동 기한은 애초 이달 말까지이나 필요하면 내년 2월 말까지 연장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제2공항은 투자를 목적으로 하는 수요자뿐 아니라, 거주를 목적으로 타운하우스를 찾는 수요자들에게도 뜨거운 관심을 받는 지역이다. 다른 지역으로의 접근이 편한만큼 주거 목적으로 제격이라는 이유에서다.

애월읍 공인중개업소 대표들은 제2공항이 확정되면 차이나 머니가 유입돼 제주 부동산 시장을 흔들었던 것처럼 충격이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땅값이 또 다시 움직일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애월의 경우 해안도로변 땅이 3~4년 전에는 전용면적 3.3㎡당 100만~150만원 수준이었으나 지금은 400만~500만원이 평균이고, 비싼 땅은 800만원을 호가한다.

“제2공항 최종 (확정) 발표를 내년 2월로 보고 있어요. 내년 2월까지는 제주 부동산이 눈치보는 관망세에요. 확정되기 전에 폭풍전야랄까. 그런데 일시적인 현상으로 보여요. 부동산은 분위기에요. 제2공항 같은 외부 요인이 있고 한번 술렁이기 시작해 기대심리 부풀면 또 가파르게 오를거에요.” (애월 T공인중개업소 대표)

최근 제주 제2공항 예정지인 성산읍 일대가 토지거래 허가구역으로 재지정된 점을 제2공항 설립이 기존 계획과 변동 없이 진행될 이유라고 보는 시각도 존재했다.

제주도는 지난달 9일 ‘부동산 거래신고 등에 관한 법률’ 제10조 규정에 의해 토지거래 허가구역 지정기간을 2021년 11월 14일까지 3년 연장한다고 밝혔다. 토지거래 허가구역은 토지가격이 급격히 상승하는 지역과 급격히 상승할 우려가 있는 지역에 대해 5년 이내의 기간을 정해 토지거래를 할 때 허가를 받도록 국토교통부 장관이나 도지사가 지정, 공고한 지역을 말한다.

“향후 3년 동안 성산읍 일대를 토지거래 허가구역으로 더 묶었다는 것은 내부적으로도 강행하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는 것이잖아요. 그걸 묶을 때 재산권 침해가 얼만데…. 공식적인 발표는 안 났어도 내부적으로 확정한 것이겠죠.”

제주 부동산 시장이 정체기를 지나면서 최근 들어 급매도 쏟아졌다고 했다.

“애월 지역에서는 급하게 은행자금 이자에 쫓기는 사람들이 급매도 내놓는 상황이에요. 지금 가격이 보합에서 약간 떨어지는 상황이라서요. 기존에 무조건 팽창할 것을 예상하고 타운하우스니, 빌라니 지었던 회사들이 지금 분양절벽에 부딪혔습니다. 분양이 전혀 안돼요. 급매로 나옴에도 불구하고 안 나가요. 급매로 나오는 것들은 최대한 30%까지 가격을 낮춰서 내놓는데도….” (애월 J공인중개업소 대표)

 

[르포]② "제주, 아직도 버티고 있는 지역은…" 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