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가상화폐 시장 불안, 관련 업계로 번져
한때 정규직 공채 수백명씩 뽑았지만..
업계 관계자들 “분위기 심상찮다” 토로
가상화폐 하락장이 계속되며 수익성 악화로 시장을 떠나는 스타트업들이 속출하고 있다./그래픽=허지은 기자

[한스경제=허지은 기자] 가상화폐 시장이 무너지며 이를 기반으로 한 ‘스타트업’으로 위기감이 번지고 있다. 가상화폐 거래소에서 채굴업체, 블록체인 스타트업에 이르기까지. 지난해 가상화폐 광풍에 힘입어 우후죽순 생겨난 업체들은 인력 삭감과 사업 규모 축소로 ‘버티기’에 나섰고 몇몇 프로젝트는 폐업을 선언하고 시장을 떠났다. 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선 “언제까지 버텨야 하느냐”는 우려섞인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7일 가상화폐 업계에 따르면 올해 들어 전세계 수십여 곳의 스타트업들이 문을 닫았다. 가상화폐 시장 불황이 길어지며 스타트업들은 회사 규모를 줄이거나 연봉 삭감, 인력 감축 등 체질 개선에 나섰고 이마저도 어려운 회사들은 프로젝트를 무기한 중단하고 사실상 폐업 절차를 밟았다.

올 상반기 대규모 공개채용 계획을 밝힌 가상화폐 거래소들도 하반기 들어 잠잠한 모습이다. 대부분 거래소는 채용 전형을 공채가 아닌 ‘상시채용’으로 돌렸으며 주요 구직자층인 20·30대 위주의 취업 커뮤니티에서도 “가상화폐나 관련 업계 채용은 피하라”는 글을 심심찮게 볼 수 있는 상황이다.

◆ "분위기 심상찮다" 업계 떠나는 스타트업들

가상화폐 거래소 지닉스는 지난 11월 설립 6개월만에 폐업을 선언했다.사진=지닉스

지난 4월 가상화폐 채굴 스타트업을 시작한 A업체는 비트코인 가격이 6000달러대로 무너진 7월 결국 폐업을 선언했다.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야심차게 준비한 프로젝트였지만 채굴을 하면 할수록 수익이 나지 않는 구조가 됐기 때문. 비트코인 채굴원가는 약 6000달러대로 비트코인가격이 이보다 밑으로 떨어지면 손해를 보게 된다. 이날 현재 비트코인 가격은 3208달러다.

A업체 관계자는 “시작할 때만 해도 시장 상황이 아주 나쁘지는 않았다. 비트코인 가격이 연초보다 많이 내리곤 있었지만 다시 오를거라는 희망이 가득했던 시기”라며 “그러나 시장 상황이 반전이 되지 않으면서 시장 투자 심리가 완전히 죽었다. 투자처를 찾는 것도 쉽지 않았고 미래 수익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생각에 폐업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분위기가 ‘심상찮다’고 입을 모은다. 블록체인 스타트업 B업체 관계자는 “직원들 사이에선 ‘월급이 밀리는 것 아니냐’, ‘우리 회사도 문을 닫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우스개소리처럼 나오고 있다”며 “주변에서도 ‘너 요즘 괜찮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고 있다”고 말했다.

가상화폐 거래소 C업체 대표는 현재 가상화폐 시장에 대해 “올 초의 열기는 많이 사라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거품이 걷히면서 생기는 자연스러운 결과라고 생각하지만 전체적으로 침체되는 느낌이 드는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 투자자 호도하는 ‘가짜 프로젝트’도 속출

러시아 보물선 돈스코이호를 인양해 가상화폐 '신일골드코인(SGC)'를 발행한다던 싱가포르신일그룹은 지난 9월 사명을 SL블록체인그룹으로 바꾸고 새 가상화폐인 '트레져SL코인'을 발행한다고 밝혔다./사진=SL블록체인그룹

이런 상황에서 ‘가상화폐’와 ‘블록체인’ 간판만 달고 투자자를 호도하는 프로젝트도 생겨나고 있다. 제대로 만들어지지 않은 백서(White Paper)와 홈페이지를 내걸고 가상화폐공개(ICO·Initial Coin Offering) 등으로 투자금부터 모으는, 이른바 ‘가짜 프로젝트’다.

러시아 함선 돈스코이호(號)를 내세워 지난 8월 세간을 떠들썩하게 한 신일골드코인(SGC) 역시 ‘사기’ 의혹으로 일단락되는 모양새다. 경찰은 지난 8월까지 국내 공범 5명을 구속 처리하고 보물선 사기 사건의 핵심 인물인 유승진 싱가포르 신일그룹 전 회장에 대해선 인터폴에 적색수배를 요청한 상황이다.

싱가포르신일그룹은 지난 9월 ‘SL블록체인그룹’으로 사명을 바꾸고 새 가상화폐인 ‘트레져SL코인’을 10월부터 발행하고 있다. 그러나 이마저도 핵심 기술 없이 만들어진 가짜 프로젝트라는게 업계의 중론이다. 업계에선 해외 도피 중인 유 전 회장이 투자금을 모아 피해금을 변제하고 도피생활을 이어가려고 또다시 새 프로젝트를 시작했다는 소문이 퍼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가상화폐 시장 혼란을 틈타 제대로 된 개발 능력도 없는 프로젝트들도 대거 생겨나고 있다”며 “이런 가짜 프로젝트 탓에 애꿎은 진짜 프로젝트들까지 손해를 보고 있는 것 같다”고 호소했다.

허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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