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점심시간 마냥 즐겁지만은 않아 메뉴 선택에 '골머리'
최근에는 점심시간 활용해 낮잠, 운동도

[한스경제=박재형 기자]

취업시즌이다. 사상 최악의 취업난을 뚫고 입사한 사회초년생들은 회사에서도 높은 문턱에 직면하게 된다. 바로 '사회생활'이라는 신세계다. 그중 회사내 생활은 직장인으로 안착하는 데 상당히 중요한 요인이 된다. 신입사원들이 실제 회사 내에서 부딪치는 상황들과 그에 맞는 대처 방안, 방향을 제시해 그들의 고민을 어느 정도 덜어 줄 수 있는 일종의 ‘회사 사용 설명서’를 권하고자 한다.[편집자주]

최근 회사에 입사한 A씨에게 그가 경험한 직장생활 중 가장 좋은 순간이 언제냐고 물었다. 그는 망설임 없이 ‘점심시간’이라고 말했다. 반면 2년차 직장인 B씨는 최근 ‘점심시간’이 다가오는 것이 괴롭다고 한다. 팀 내에서 점심 메뉴 선정을 B씨가 도맡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직장인들이 잠시나마 업무에서 벗어나 편하게 쉴 수 있는 점심시간이지만 오늘도 사무실을 박차고 나가는 많은 직장인들이 업무와는 또 다른 한 마디 고민을 내뱉으며 점심시간을 시작한다. “뭘 먹어야 하나”

‘오늘 뭐먹지’라는 문장이 하나의 관용구로 자리잡고 모바일 어플리케이션 이름부터 TV프로그램 제목에도 활용되는 이유는 ‘무엇을 먹어야 하는지’라는 고민이 우리에게 아주 흔하고 일반적인 고민이기 때문이 아닐까. ‘인생은 B(Birth)와 D(Death) 사이의 C(Choice)다’는 프랑스의 사상가 장 폴 사르트르의 말처럼 우리는 인생에 무수히 많은 선택을 하며 살아간다. 수많은 선택과 그에 따른 고민 중 사람이 생명을 유지하고 살기 위해서 하는 필수적인 활동인 ‘식사’를 위한 고민은 매일 반복되고 끝이 없다.

반면 최근에는 식사를 벗어나 점심시간을 다른 방식으로 활용하는 직장인도 늘고 있다고 한다. 이제는 ‘점심을 뭐먹지’라는 고민과 함께 ‘점심시간에 뭐하지’라는 고민도 생겨나고 있는 것이다.

18일 서울 종로구 한 빌딩 식당가에서 점심식사를 위해 줄을 서고 있는 직장인들의 모습./사진=박재형 기자.

◆다양한 메뉴 선택법...막내가 선택하거나 비오는 날은 전과 막걸리

직장인들에게 각자 회사에서 점심 메뉴를 어떻게 선택하는지부터 점심시간을 어떻게 보내고 있는지 물어보았다.

C씨의 팀원들은 메뉴를 정하는 최소한의 ‘원칙’이 있다. C씨는 “우리 팀 점심시간은 ‘대안 없는 반대’는 없다”며 “누군가 먹자고하는 메뉴에 반대를 하려면 최소한의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직원 중 한 사람이라도 못 먹는 메뉴가 있다면 다른 직원들이 배려를 하는 분위기다”고 전했다. 최소 한 사람이라도 못 먹는 메뉴가 있다면 그 사람을 배려해 다 같이 먹지 않는다는 것이다.

D씨 회사는 C씨 팀원들과 메뉴 선출 방식이 비슷했지만 한 가지 다른 점은 상사의 ‘허락’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D씨는 “우리 회사도 먹고 싶은 메뉴를 말하는 것은 자유롭다”며 “다만 상사가 거절하면 그때는 ‘어림도 없다’고 말했다. D씨와 팀원들에게 메뉴를 추천할 수 있는 ‘자유’는 있지만 선택할 수 있는 ‘자격’은 없었다.

사진=pixabay.

회사에서 막내인 E씨는 “우리는 막내가 메뉴를 정한다”며 “선배들이 내가 정한 메뉴에 군말 없이 따르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E씨는 B씨와 달리 메뉴 선정에 재미를 느끼고 있다. ‘오늘은 이거 먹어요~’라는 말에 ‘네~’라고 군소리 없이 따르는 선배들이 가끔은 귀엽게 느껴질 때도 있다고 한다.

F씨 회사에는 특별한 ‘점심 문화’가 있다. 비가 오는 날에는 무조건 ‘전’을 먹으러 가는 것이다. E씨는 “비가 오는 날에만 점심을 먹으러 가는 식당이 한 곳 있다”며 “그 식당에는 반찬으로 전을 푸짐하게 부쳐주는데 비가 오면 다들 그 식당에서 점심식사와 함께 막걸리를 마시곤 한다”고 말했다.

G씨네 회사는 도시락을 이용한다. G씨는 “우리 회사는 간단하다”며 “점심에 배달을 시켜서 오는 메뉴를 입에 넣기만 하면 된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가끔은 다른 친구들처럼 점심시간에 밖에 나가 바람도 쐬고 맛있는 것이 먹고 싶을 때도 있다”며 “그래도 김치만 3가지 종류가 나온다는 한 친구네 회사 구내식당보다는 나은 것 같다”고 말했다.

◆팀원들 식사 지켜보는 상사와 점심시간 낮잠 자러가는 직장인

어렵사리 점심 메뉴를 고르고 나면 본격적인 점심식사가 시작된다. 식사 중에 나타나는 스트레스도 있다. 직장 동료들 사이에서 식성이 각기 다른 만큼 식사 태도도 다르기 때문이다. 지난해 11월 벼룩시장구인구직이 직장인 781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직장인의 점심시간’ 설문조사에서 직장인들은 ‘같이 식사하고 싶지 않은 동료 유형’으로 ‘남은 업무 이야기를 계속하는 유형(23.4%)’, 소리를 내거나 흘리면서 먹는 유형(21.5%)‘, ’사적 이야기를 계속하는 유형(18.2%)‘. ’음식 메뉴를 강요하는 유형(12.4%)‘ 등을 꼽았다.

H씨네 회사 상사는 이런 일반적인 유형을 벗어나는 특이한 식사 버릇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자신이 밥을 다 먹고 나면 팀원들이 밥먹는 모습을 지켜보며 잔소리를 한다는 것이다. G씨는 “‘왜 반찬을 남기냐’며 묻는 상사가 있다”며 “그런 상사를 보고 있으면 어떨 때는 아빠 같다가도 때로는 뭔가 기분이 나쁜 복잡한 느낌이 든다”고 토로했다.

반면 I씨는 점심시간에 선배들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있다. I씨가 밥을 많이 먹지 않기 때문이다. I씨는 “선배들은 나랑 같이 앉는 것을 좋아한다”며 “그래야 여분의 반찬이라도 더 먹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선배들은 말한다”고 밝혔다.

최근에는 점심시간을 다양하게 활용하는 직장인도 늘고 있다. 최근 직장 일대를 중심으로 낮잠을 잘 수 있는 곳 장소들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멀티플렉스 영화관 CGV가 점심시간인 오전 11시 30분부터 오후 1시까지 낮잠을 잘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힐링 카페’, ‘수면 카페’ 등도 생겨나고 있다. 지난 4월 취업포털 ‘사람인’이 직장인 77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수면 실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직장인의 하루 평균 수면시간은 6시간 이하로 직장인 대부분이 ‘수면 부족’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freeqration.

J씨도 점심시간에는 ‘식사’보다 ‘잠’에 집중한다. J씨는 “최근에는 점심을 안 먹고 점심시간을 이용해 부족한 수면을 보충하고 있다”며 “상사가 팀원이 다 같이 모여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시간이 점심시간 밖에 없기 때문에 매일 같이 식사를 하면 좋겠다고 말했지만 나한테는 그런 것보다 부족한 잠을 보충하는 것이 더 급하다”고 밝혔다.

K씨의 점심시간은 ‘운동’을 위한 시간이다. 퇴근 후에는 약속, 회식 등으로 빠지지 않고 운동을 하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에 매일 일정하게 시간을 낼 수 있는 점심시간을 이용하고 있다. K씨는 “점심시간이 되면 바로 회사 근처 헬스장으로 달려간다”며 “헬스장에서 1시간동안 집중적으로, 빡세게 운동을 하고 돌아오는 길에 샌드위치 등을 사서 회사에서 먹는다”고 말했다.

박재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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