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현대중공업, 지주사 전환 과정 대주주 사익 편취 논란
대우조선해양, 최저임금 관련 상여금 분할 지급이 관건

[한스경제=이성노 기자] 지난 3분기 흑자경영에 이어 연이은 수주 낭보를 전하고 있는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이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에 발목이 잡혔다. 2018년이 2주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두 회사 노사 모두 '연내 타결'이라는 공감대는 형성했지만, 좀처럼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은 2018년도 임단협을 놓고 줄다리기를 계속 하고 있다. 노조는 회사 경영 실적을 토대로 나아진 대우를 바라고 있고, 회사는 경영 정상화 과정으로 고통 분담을 바라고 있다. 노사의 팽팽한 줄다리기는 연말까지도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은 올해 호실적에도 임단협을 마무리 짓지 못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대우조선해양 노조  

◆ 현대중공업·대우조선해양, 3분기 흑자-수주도 호조

현대중공업은 3분기에 289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해 4분기 만에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올해 수주 실적(현대삼호중공업, 현대미포조선 포함) 역시 153척·133억달러 규모로 올해 목표(132억달러)를 초과 달성했다. 지난 2013년 기록한 319척·211억달러 실적 이후 최대치다. 

대우조선해양 역시 호실적을 이어가고 있다. 올해 3분기에 영업이익 1770억원 기록하며 3분기 연속 영업이익 흑자 행진을 이어갔고, 18일까지 총 45척 약 65억8000만달러 상당의 선박을 수주해 올해 목표 73억 달러의 90%를 달성했다. 지난 2014년 71척·149억2000만달러 이후 4년 만에 최대 실적이다. 

현대중공업 노사는 임단협 연내 타결을 위해 집중교섭을 펼치고 있지만, 뚜렷한 결과물은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노사는 기본급 인상, 반납 여부를 두고 이견을 보이고 있다. 노조는 기본급 7만3373원 인상과 성과급 지급기준 확정을 요구하고 있고, 사측은 임금 동결과 경영 정상화까지 기본급 20% 반납을 제시하고 있다. 

노조는 임금 협상 외에 ▲구조조정 중단 ▲지주사 설립 과정에서 대주주 사익 편취▲하청업체 갑질문제 해결 노사신뢰관계 구축 등을 추가로 요구하고 있다.  

특히, 노조는 지주사 전환 과정에서 생겨난 이익들이 모두 대주주의 손에 들어갔다며 명확한 해명과 함께 현대중공업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현대중공업노조, 김종훈 민주노동당 국회의원등은 17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현대중공업그룹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 지주회사와 총수 일가가 취득한 막대한 이익을 현대중공업과 협력업체의 경영환경 개선과 장래 사업 발전을 위해 지금이라도 투자하라고 요구했다. /사진=현대중공업 노조

박근태 현대중공업지부장은 "현대중공업그룹이 지주사 전환 과정에서 총수 일가에게 이익을 몰아주는 구조를 만들어놨는데 이번에 지주사가 임시주총을 통해 2조원을 이익잉여금으로 전환하겠다고 한다"며 "이 돈의 대부분은 현대중공업을 통해서 벌어들인 것이기 때문에 당연히 현대중공업에 투자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노조 한 관계자는 "임단협 자체는 임금 인상과 삭감을 두고 의견이 엇갈리고 있는 상황에서 노조 역시 회사 경영이 어려운 것에는 공감하고 있다"면서 "다만, 지주회사 전환 과정에서 취득한 대주주의 이익을 현대중공업에 투자한다면 임단협은 의외로 쉽게 마무리되지 않을까 싶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노조는 19일까지 교섭에 집중한 뒤에도 뚜렷한 성과가 없다면 전면파업에 돌입하고 함께 1박2일 상경 투쟁을 이어갈 방침이다. 

현대중공업노조, 김종훈 민주노동당 국회의원, 추혜선 정의당 국회의원,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민생경제위원회,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등은 17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현대중공업그룹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 지주회사와 총수 일가가 취득한 막대한 이익을 현대중공업과 협력업체의 경영환경 개선과 장래 사업 발전을 위해 지금이라도 투자하라고 요구했다.

회사 관계자는 "임단협은 아직까지 진척된 것이 없지만, 원만하게 타결될 수 있도록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서 노조 측이 주장하는 지주사 전환 관련 의혹에 대해서는 "지켜봐야 할 문제"라며 말을 아꼈다.  

◆ 대우조선해양, 상여금 분할 지급이 관건

대우조선해양 임단협 역시 답보상태다. 대우조선해양 노사는 기본급 인상(4.11%)과 동결 여부를 두고 갈라선 가운데 상여금 분할 지급 방법을 두고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회사 측은 상여금 600% 월 분할 지급(매달 50% 지급)과 기본급 동결을 제안했고, 노조는 상여금 지급을 현행(격월 지급)대로 유지하고, 기본급 4.11%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 노조는 사측의 상여금 월 분할 지급은 '꼼수'라며 크레인 고공농성, 천막·노숙 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사진=대우조선해양 노조

최저임금 이슈도 '뜨거운 감자'다. 현행 최저임금법에 따르면 매달 지급되는 급여로 최저임금 미달 여부를 판단한다. 매월 지급하지 않는 임금은 최저임금 산정 대상에서 제외된다. 기본급과 상여금을 포함한 총 연봉으로 따져보면 최저임금 이상의 급여를 수령하지만, 기본급만으로는 최저임금에 미달되는 경우가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초봉이 5000만원 넘는 현대모비스가 최근 고용노동부로부터 최저임금 위반 혐의로 시정 지시를 받은 이유이다. 

대우조선해양 역시 일부 연차가 낮은 정규직의 경우 상여금을 제외한 기본급이 최저임금에 못 미치는 것으로 밝혀졌다.   

때문에 노조는 상여금 월 분할 지급이 직원들의 급여를 줄이려는 일종의 '꼼수'라고 주장하고 있다. 사측은 지급 방법의 차이일뿐 수령하는 총액은 같다고 주장한다. 

노조 한 관계자는 "상여금 지급 방법과 관련해 사측은 기본급 인상을 하지 않고 최저임금에 맞추려는 꼼수를 부리고 있다"면서 "회사는 경영 사정을 이야기하지만, 올 연말까지 1조원에 육박하는 영업이익을 달성할 것이 유력한데 노동자들에게 분배하는 것이 어렵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회사는 대주주이자 채권단인 산업은행 눈치를 보고 핑계만 늘어놓으면서 교섭에 진척이 없다"고 덧붙였다. 

회사 관계자는 "상여금 월 분할지급은 내년 최저임금 인상에 따라 일부 직원의 기본급이 최저임금에 못 미치는 경우가 발생하게 돼 제안한 방법으로 연봉 총액에는 변화가 없다"면서 "노조에선 실적 호조에 따른 대우를 원하지만, 현재 회사는 경영 정상화 과정으로 올해 실적이 좋지만, 적어도 내년까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이어서 "채권단이 회사 전반적인 경영 상황을 감독하다 보니 과정에 따라 다르게 비춰질 수는 있을 것"이라면서 "임단협 과정에서 채권단의 교섭이나 참여는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한편, 대우조선해양 노조 간부 두 명은 8일째 크레인 고공농성을 이어가고 있고, 간부 7명은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 앞에서 14일째 천막농성을 펼치고 있다. 노조에 따르면 18일 집행간부를 포함한 전확대간부(대의원포함) 둥 60여 명이 추가로 노숙투쟁에 합류할 예정이다. 
 

이성노 기자

저작권자 © 한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