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농심, 올해 해외사업 실적 전년 대비 18% 성장 전망
미국 진출 식품업체 '유통 채널 확보'가 관건
미국 뉴욕 '신라면' 버스 광고/사진=농심

[한스경제=김지영 기자] 국내 식품 업체들이 중국과 동남아를 넘어 세계 식음료 시장 2위 규모인 미국 문을 두드리고 있다. 기존에는 미국에 사는 한국인이 주요 고객이었다면 아시아 푸드 인지도 상승으로 다양한 인종과 계층으로 고객층이 확대되고 있다.

18일 농심에 따르면 회사는 대표 제품 ‘신라면’을 지난해부터 미국 전역 4600여개 월마트에 공급 중이다. 월마트는 백인과 흑인 등 주류 사회가 주로 찾는 대형 마켓 체인으로 아시안 마켓 위주로 수출됐던 신라면이 주류사회에 진입한 것이다.

미국 사업 확대와 함께 농심의 올해 해외사업 실적도 전년 대비 18% 성장한 7억6000만 달러(한화 약 8585억원)를 기록할 전망이다. 이는 농심 역대 최고 실적이다. 월마트에 입성한 미국 해외법인의 공이 컸고 여기에 일본, 중국 사업도 큰 성장곡선을 그리며 농심이 미소를 짓게 된 것이다.

◆농심 ‘신라면’ 미국 매출 호조…해외법인 성장도 쑥쑥

농심 신라면은 한국인에게는 라면의 대명사 같은 제품이다. 최근 오뚜기 ‘진라면’의 인기가 높아지며 시장 점유율이 주춤했지만 오랜 기간 국내 라면 시장 점유율 부동의 1위를 유지하고 있다.

한국인에게는 뜨거운 사랑을 받은 라면이었지만 해외, 특히 서구권 사회에서는 여전히 ‘아시아인’들만 찾는 음식이었다.

실제 농심의 미국 라면시장 점유율은 10년 전에는 2%에 불과했다. 하지만 최근 뚜렷한 성장세를 보이며 미국 시장에 먼저 안착한 일본 업체들을 바짝 추격하고 있다.

농심은 로스앤젤레스(LA)에 있는 공장에서 제품을 생산해 미국 전역의 유통 채널로 공급 중이다.

미국에서 신라면이 잘 나가자 농심은 용기면(컵라면) 생산라인 증설에도 나섰다. 미국은 봉지 제품보다 전자레인지로 간편하게 조리할 수 있는 용기 제품이 더 인기가 많기 때문이다.

농심은 미국 사업 성공에 힘입어 내년 해외 매출 목표치를 올해보다 16% 높은 8억8500만 달러(한화 약 1000억원)로 잡았다.

농심 관계자는 “현지에서 생산되는 제품의 레시피는 내수용과 거의 같다”며 “한국인을 사로잡았던 매운맛이 미국에서도 통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국내 시장의 경우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면서 이익 내기가 어려워지고 있는데 해외시장 확대로 상당부분 보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래픽=이석인 기자

◆식품업체 미국 시장 진출, 지금이 최적의 시기?

농심의 선전에 힘입어 샘표 등 다른 식품 업체들도 미국 진출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대기업인 CJ는 미국 냉동식품 전문 업체를 통째로 인수하며 미국 시장에 대한 야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처럼 식품업체들이 기존 주력 시장이었던 중국과 동남아에서 벗어나 미국과 유럽 등으로 눈을 돌리는 이유는 이 국가들이 세계 식음료 트렌드를 이끌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식품업체 한 관계자는 “미국 시장은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며 “규모도 크지만 다인종이 모인 미국에서 인정받은 제품은 대중성이 검증됐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아이돌 그룹 ‘방탄소년단’이 서구권에 한류 바람을 일으켰고, 아시아계 미국인이 주요 소비층으로 성장하며 아시아 음식에 대한 인식이 개선되고 있기 때문에 국내 식품 업체가 서구 주류 사회에 진출하기에는 지금이 적기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조미진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한식의 경우 최근 몇 년 사이 월마트, 코스트코 등 미국 대형 유통 기업에서 판매되면서 한인층을 포함 소비계층이 다양화됐다”며 “한인층 외 수요 확장을 위해서는 메인스트림 내 판매 채널 확대가 기반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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