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카드사 수익성 악화 대응, 동남아 시장 선점 나서
박항서 베트남 축구 대표 감독 영향, 베트남 시장 한류 열풍
동남아 시장, 장기적인 성장 목표로 접근해야
지난 15일 베트남 하노이 미딘경기장에서 열린 2018 아세안축구연맹 스즈키컵 베트남-말레이시아 결승 2차전에서 베트남 팬들이 베트남 국기와 태극기를 흔들며 응원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한스경제=이승훈 기자] 카드사들이 연이은 카드수수료 인하 등으로 인한 수익성 악화로 새로운 먹거리를 찾아 나선 가운데, 새로운 시장 개척을 위해 동남아 선점 공략에 나섰다. 그 중 베트남은 동남아 최대 한류 시장으로 최근 박항서 베트남 축구대표팀 감독의 인기를 등에 업고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특히, 신한카드는 박항서 감독이 신한베트남은행의 홍보대사로 활동 중이라 베트남 내 인지도가 상승 중이다. 신한금융에 따르면 신한카드의 베트남 내 상반기 고객 수는 박 감독 모델 발탁 직전인 2월보다 6.4%(1만2393명) 늘어난 19만3319명을 기록했다. 최근 스즈키컵을 기점으로 고객 수는 더욱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신한카드는 지난 2011년 신한베트남은행을 통해 베트남에서 신용카드 사업을 시작했고, 올해 카드 사용 취급액 5억달러 달성이 예상된다. 아울러 신한카드는 올해 초 푸르덴셜 PIC 금융그룹의 베트남 소비자금융회사 푸르덴셜 베트남 파이낸스 컴퍼니 리미티드(PVFC) 지분 100%를 인수하고 현지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신한카드는 신용카드라이선스를 보유하고 있는 PVFC에 대한 현지 승인이 결정되면 본격적으로 카드업, 할부금융 및 소비자 금융대출사업 등을 진행할 방침이다.

롯데카드의 경우, 18일 베트남 현지법인 ‘롯데파이낸스 베트남(LOTTE Finance Vietnam)’ 출범식을 갖고, 국내 카드사 최초로 베트남에서 소비자금융 영업을 시작했다. 롯데카드는 베트남의 성장잠재력에 주목해 이미 2009년부터 대표사무소를 통해 베트남 진출을 추진해왔다. 올해 3월 베트남 중앙은행으로부터 현지 소비자금융 및 신용카드 회사인 ‘테크콤 파이낸스(Techcom Finance)’ 지분 100% 인수를 최종승인 받고, 약 9개월간 영업개시 준비를 해왔다. 사업 초기에는 하노이와 호치민에 진출한 롯데 계열사 및 한국기업 임직원 등을 중심으로 다양한 맞춤형 대출상품을 판매해 영업기반을 구축한 후 현지업체와 제휴계약을 통해 베트남 전역으로 영업을 확장해 나갈 계획이다. 이와 함께 19년 상반기까지 할부금융은 물론 신용카드 상품도 출시할 계획이다. 또 최근에는 베트남 종합유선방송사인 브이티브이 케이블과 업무제휴를 체결해 소비자대출 및 신용카드 영업, 제휴카드 개발, 수신료 할부금융 서비스 등의 사업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비씨카드는 지난달 12일 베트남 우체국 네트워크를 독점하고 있는 리엔비엣포스트은행과 결제 플랫폼 디지털화 추진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맺었다. 비씨카드는 이번 업무협약을 통해 다양한 중장기 디지털 사업분야에서 리엔비엣포스트은행과 협업하기로 했다. 맞춤형 카드 상품 및 서비스 개발, QR코드 등을 활용한 간편결제 디지털 플랫폼 구축 등이 대표적이다. 비씨카드는 지난달 국내에서 QR코드 결제서비스를 본격 도입하는 등 디지털 결제사업 활성화를 위해 애쓰고 있지만 국내 결제시장은 경쟁 포화로 속도를 내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반면, 베트남은 디지털 결제시스템이 한국만큼 발달하지 않아 시장 주도권을 잡고 확산에 나서기 쉽다는 분석이다.

베트남 신용카드 시장은 아직까지 미성숙하지만 오히려, 카드 업계에게는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카드 업계에 따르면, 베트남 신용카드 시장은 2016년 기준 총 발급 매수 약 530만 장, 총 이용금액 3조5000억원 규모에 불과하다. 하지만 향후 성장 가능성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5년간 급격한 성장(연평균 발급 매수 34.5%, 사용금액 26.6% 증가) 중이며, 향후에도 매년 14% 이상의 고성장을 이룰 것으로 전망된다“고 전했다.

다만, 업계는 동남아 시장 진출의 가시적인 성과에 대해서는 조심스러운 반응이다. 동남아 시장의 잠재적인 성장 가능성을 보고 선점 전략에 나선 것이지만 당장 큰 성과로 나타나는 사업이 아니기 때문이다. 지난해 2월 출범한 KB국민카드 라오스법인은 진출 첫해 10억원의 적자를 냈으며 우리카드 미얀마 법인 '투투마이크로파이낸스'는 같은해 3억원의 손실을 봤다. 신한카드와 BC카드도 인도네시아 시장에서 적자를 보고 있으나 출자 등의 투자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업계는 성공 사례를 바탕으로 베트남뿐만 아니라 동남아권에서 발전 가능성이 큰 인도네시아, 미얀마, 필리핀 등 시장 발굴을 통해 성장모멘텀을 개척해 나갈 전망이다.

이승훈 기자

저작권자 © 한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