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금감원, 김 회장 관치 발언 진위 조사 착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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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스경제=양인정 기자] DGB금융지주의 김태오 회장이 대구은행장 겸직 의사를 밝혀 공석인 대구은행장 선임이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다. 이런 가운데 금감원은 대구은행 임직원 퇴직과 관련한 김 회장의 관치발언에 대해 확인절차에 나섰다.

19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김 회장은 최근 퇴직한 대구은행 전 임원 등에게 은행장 겸직 의사를 밝혔다. 

김 회장의 이 같은 은행장 겸직 발언은 지주 회장과 은행장 분리를 선언한 김 회장 및 이사회의 약속과 배치된 것이어서 논란을 예고하고 있다. 이날 DGB금융지주는 이사회를 개최해 은행장 후보 추천에 대해 논의했다. 전날 이사회는 DGB금융지주 회장과 은행장의 분리선임 원칙을 재확인했지만 김 회장의 달라진 입장과 발언이 밖으로 알려지면서 은행장 분리선임이 번복될 가능성이 생겼기 때문이다. 

이에 앞서 DGB금융지주는 박인규 전 DGB금융지주 회장(은행장 겸직)이 비자금 및 채용 비리 사건으로 물러난 후 회장과 은행장을 분리하기로 정했었다. 지난 4월 열린 이사회 와 임원후보추천위원회에선  지배구조 개선과 경영 투명성 강화를 위해 지주 회장과 은행장을 분리하기로 했다. 

대구은행 내부동요 심화되나 

김 회장의 은행장 겸직 발언이 알려지면서 향후 대구은행에 미칠 영향에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대구은행 일각에서는 김 회장의 겸직의사 표명으로 대구은행의 내부 동요가 더 심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조직을 장악하지 못한 김 회장이 애초에 계획을 번복하면서 신뢰성에 의문이 제기됐다는 것이다. 은행장 후보 추천에 대한 기한 연장도 의도적인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불거지는 상황이다.

반면에 DGB금융그룹의 재무건전성과 수익력 증대를 위해서는 지주사와 은행장 겸직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그룹의 자산 대부분을 차지하는 대구은행장직을 겸직하지 않고서는 효율적 조직운영이 어려울 수 있다는 게 그 이유다.

은행장의 자리가 너무 오래 비어 있는 것도 문제다.

은행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곧 발표할 DGB금융지주의 4분기 영업이익은 3분기보다 하락했다. 3분기 영업이익도 시원치 않기는 마찬가지다.

DGB금융지주는 연결재무제표 기준 3분기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5.9% 늘었으나 영업이익은 8.8% 감소했다. 3분기 매출은 9858억2600만원, 영업이익은 1941억600만원으로 2분기보다 각각 11.4%, 24.9% 줄었다. 순이익은 860억7700만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8.2%, 2분기보다 22.5% 감소했다. 은행장의 공석이 길어지고 조직 안정화가 더뎌지면서 부진한 영업이익으로 연결되고 있다는 것이다.

대구은행 관계자는 “수도권 시중은행에 비하면 지방은행의 자산규모로 볼 때 지주사와 은행장 분리가 반드시 효율적인 것은 아니다”며 “그룹 경영전략상 은행장 겸직을 배제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 퇴직 임직원 녹취록 들어보니...금감원, 김 회장에게 관치 발언 진위 요구

겸직 필요성이 있더라도 김 회장의 조직 장악력은 여전히 문제로 지적된다. 김 회장이 조직을 더 끌어안아야 조직 안정화를 꾀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당장 경북지방노동위원회로부터 부당해고 구제 판정을 받은 퇴직임직원들의 문제부터 포용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대구은행의 퇴직 임직원 문제는 벌써 금감원까지 나서게 됐다. 금감원이 DGB금융지주를 상대로 퇴직임원에 대해 금감원 개입을 언급한 진위를 파악하고 나선 것. 전날 퇴직 임직원들은 김 회장의 금감원 개입 발언에 대해 해명을 요구하는 공개질의서를 금감원에 제출했다.

대구은행 퇴직임직원들은 질의서에서 김 회장과 녹취 내용을 공개했다.

이들의 공개질의서에 따르면 김 회장은 당시 임직원들에게 “금감원에서 하이투자증권 인수 승인을 받으려면 전 임원의 인적 쇄신 요구가 있었다”며 “(내가)대구은행 조직운영의 어려움을 호소해 결국 전 임원의 60%정도를 정리하는 것으로 감독당국과 조율했다”고 말했다. 해당 내용이 사실일 경우 금감원이 증권사 승인을 빌미로 금융사 인사에 개입한 것이어서 파장이 예상된다.

금감원은 공개질의서 내용을 검토해 DGB금융그룹에 사실관계 확인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관련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미 금감원이 DGB금융지주 비서실에 해당 사실에 대한 해명을 요구했다”고 말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현재 공개질의서 사안이 복합금융감독실에 배정됐다”며 “관련 절차에 따라 조사 후 민원인에 대해 회신할 것”이라고 말했다.

양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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