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서울과 기대만큼 가깝지 않아
자족기능은 얼마나 갖출 수 있을까 의문
대규모로 네 곳이나 선택됐지만…"과천만한 곳 없어"

[한스경제=김서연 기자] 정부가 경기도 남양주와 하남, 인천 계양에 신도시를 건설하고 과천에도 중규모의 택지를 조성하기로 한데 대해,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이들 택지가 “서울로 접근성이 용이하다”는 점을 가장 강조했지만, 우려도 만만찮다. 신도시가 과연 수도권의 주택 수요를 제대로 잡을지, 신도시 성공의 관건인 교통망을 과연 실효성 있게 확충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 의구심이 제기되는 탓이다.

수도권 주요 신도시 현황. 그래픽=이석인기자 silee@sporbiz.co.kr

◆ 남양주·하남·인천 계양·과천에서만 12만2000호 공급

국토교통부는 1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2차 수도권 주택공급 계획 및 수도권 광역교통망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경기 남양주와 하남, 인천 계양에 신도시를 건설하고 교통망을 확충한다는 내용과 과천에도 중규모 택지를 조성하는 내용이 담겼다.

신도시의 면적은 남양주가 1134만㎡, 하남은 649만㎡, 인천 계양은 335만㎡ 순이다. 과천에는 155만㎡ 규모의 중규모 택지가 조성된다. 네 곳에서만 12만2000호가 공급된다.

남양주 신도시에는 진접·진건읍, 양정동 일대에 6만6000호가 공급된다. 하남 신도시에는 천현동, 교산동, 춘궁동, 상·하사창동 등 일대에 3만2000호가 공급된다. 인천에는 계양구 귤현동, 동양동, 박촌동, 병방동, 상야동 일대에서 1만7000호가 나온다. 과천의 경우 과천동, 주암동, 막계동 일대가 택지로 지정됐다. 7000호가 공급될 예정이다. 국토부는 이외에도 100만㎡ 이하 6곳에 1만6000호, 10만㎡ 이하 31곳에 1만7000호 주택을 공급할 방침이다.

국토부는 이들 택지 후보지는 대부분 훼손되거나 보존가치가 낮은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이라고 설명했다. 이들 택지 입주 시 교통불편이 없도록 2년 빨리 교통대책을 수립·시행할 방침이다.

3기 신도시 공급계획. 그래픽=이석인기자 silee@sporbiz.co.kr

◆ 서울서 2㎞? “기대만큼 가깝지 않다” 지적도

국토부는 이들 택지를 선정한 이유로 서울 접근성이 용이한 점을 꼽았다. 선정된 택지는 서울 경계로부터 2㎞ 떨어져 있고 광역급행철도(GTX·GreatTrain Express) 등 광역교통망 축을 중심으로 선정돼 서울 도심까지 30분 내 출퇴근이 가능하다고 국토부는 설명했다. 1기 신도시의 경우 서울 경계로부터의 거리가 5㎞, 2기는 10㎞다.

하지만 기대만큼 서울과 가깝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번에 지정된 신도시 후보지들은 대부분 서울외곽고속도로에 걸쳐 있거나 아예 외곽에 위치한다. 당초 유력한 택지 후보지로 거론됐던 광명 시흥이나 하남 감북 등과 비교하면 서울에서는 다소 거리가 있는 편이다. 실제로 지도를 보면 서울의 경계선과는 거의 붙어있는 수준이지만 서울 도심과의 거리는 상당하다.

전문가들은 2㎞라고 해도 교통망 때문에 크게 체감할 만큼 서울 도심과 가깝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김영곤 강남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수치적으로 봤을 때 2㎞는 그리 멀리 떨어진 것은 아니지만 당장 해결되지 못할 교통문제 등을 감안하면 2㎞가 과연 가까운 거리인지는 두고봐야 알 수 있다”고 내다봤다.

김은진 부동산114 팀장도 “교통망이 나아져야 분산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면서 “공급까지 보통 2~3년이 걸리는데 실질적으로 공급이 돼야 이같은 효과를 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당장 물량이 늘어나는 것이 아니고 (이같은 정책의 발표는) 심리요인을 잠재우는 효과가 있는 것”이라며 “(수요자들이) 지금의 주택 매수를 보류하고 추후 나오는 신규공급을 염두에 두게 되면 그만큼 수요가 줄면서 집값 안정 효과 등을 기대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19일 오전 서울 정부청사에서 수도권 3기 신도시 입지와 2기 신도시 광역교통개선 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3기 신도시는 ‘베드타운’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국토부는 이번 발표에서 3기 신도시를 자족형 도시로 조성하겠다는 의지도 담았다. 국토부는 이들 신도시의 자족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벤처기업시설이나 도시형공장 등이 들어설 수 있는 도시지원시설용지를 기존보다 2배 이상 높이고 기업지원허브를 조성하기로 했다. 서울과의 접근성은 높이되, 3기 신도시가 자생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겠다는 얘기다. 그간 수도권 1, 2기 신도시는 서울의 교통 등 현안을 해결하지 못해 베드타운(bed town)에 그쳤다는 지적이 꾸준히 있어왔다.

국토부도 이번 수도권 주택공급 계획에서 ‘30분내 출퇴근이 가능한 도시’ 다음으로 ‘일자리를 만드는 도시’를 개발 방향으로 꼽았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이날 2차 수도권 주택공급 계획 및 수도권 광역교통망 개선방안 발표 후 이어진 질의응답에서 “서울로 30분 출퇴근 가능한 도시로 만들면 3기 신도시는 베드타운이 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에 “자족도시라고 해서 모든 시민들의 일자리가 제공되는 것은 아니다”면서도 “교통망을 확충하면 서울에서 신도시로 인구 분산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본다”고 예측했다.

하지만 국토부의 청사진대로 택지지구 내에 도시지원시설용지를 확보한다고 해도 당장 자족기능이 생기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수도권 신도시 중 유일한 직주근접형 자족도시인 판교처럼 되려면 기업이 장기적으로 안착할 수 있는 환경을 꾸준히 조성해야 하는 등 기능 강화가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 네 곳이나 선택됐으나 ‘알짜’ 신도시는 과천 뿐

100만㎡ 이상되는 대규모 택지가 네 곳이나 선택됐지만 그 중 ‘알짜’는 과천 뿐이라는 지적도 있다. 또 다시 과천이 선택된 데에 대해 전문가들은 “과천만한 곳이 없다”고 입을 모았다. 당초 과천은 공공택지 후보지 유출 논란으로 후보지에서 제외됐었으나, 국토부는 다시 과천을 선택했다. 논란에도 불구하고 과천을 여전히 신도시 후보지에서 배제할 수 없을 것이라는 일각의 관측이 들어맞은 것이다.

김 교수는 “서울 도심 근접거리로서 과천만한 곳이 없다”면서 “도로망까지 감안하면 이만한 곳 찾기가 쉽지 않다”고 밝혔다. 김 팀장 역시 “서울 강남권 수요를 대체할 수 있는 지역이 그렇게 많지가 않다”면서 “이번에 발표된 지역 중 실질적으로 서울 수요를 흡수할 수 있는 지역은 과천 뿐”이라고 말했다. 하남, 남양주는 교통 인프라가 현재도 충분치 않은터라 교통망이 나아져야 그나마 신도시로서의 역할을 할 것이라는 얘기다.

그는 “과천이 아니면 서울 내 그린벨트 해젠데 그것이 여의치 않으니 수도권에서는 가장 현실적인 곳이 선택된 듯하다”고 덧붙였다. 서울 가까이에 신도시를 건설하려면 그린벨트에 손을 대야하는데, 함부로 손을 뻗기도 어려울뿐더러, 시간도 훨씬 많이 걸린다.

지난 9월 국회에서 과천과 안산 등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추진 중이던 공공택지 후보지 명단이 공개되면서 과천시는 “개발 자체에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며 “행정기관 지방 이전으로 아무것도 남아있지는 않은 지역에 임대주택을 추가로 공급하겠다는 정부 방침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나타낸 바 있다. 이날 발표 후에도 과천시는 공급량이 늘어남에 따라 집값 하락을 우려하는 분위기인 것으로 알려져 신도시로 지정이 됐음에도 불구하고 진통이 예상된다.

김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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