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김솔이 기자] LG전자 주가가 반등하나 싶더니 다시 고꾸라졌다. 스마트폰 사업부 부진이 이어지는 가운데 실적 ‘효자’ 사업이었던 TV·가전 업황 둔화 우려까지 높아지고 있다. 당초 내년 1분기부터 실적 개선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이마저도 여의치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2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LG전자는 이날 전 거래일 대비 2700원(4.13%) 내린 6만2600원에 장을 마쳤다. 지난 3월 22일 연고점(11만4500원) 대비 45.3%나 내린 수준이다. 주가는 2분기 들어 가파른 하락세를 탔고 지난 10월 5만8800원까지 하락, 연저점을 기록했다. 이후 소폭 반등했으나 다시 내리막을 걷고 있다.

◆ 주가 반등하려면 실적 개선 필요

LG전자 주가가 반등하려면 무엇보다 실적 개선이 가시화돼야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러나 2분기부터 이어져온 실적 부진이 4분기에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먼저 LG전자의 ‘아픈 손가락’인 스마트폰 사업부는 흑자 전환은 고사하고 4분기 적자폭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LG전자는 지난 10월 플래그십 스마트폰 ‘V40 씽큐(ThinQ)’를 출시했다. 이로 인해 마케팅 투자 규모가 늘어난 반면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침체에 스마트폰 출하량 증가세가 미미하다.

또 LG전자 실적을 이끌었던 TV 사업부(HE) ‘고점 논란’에 시달리는 중이다. 신흥국 수요 회복세가 더뎌지고 경쟁 심화에 따라 실적이 점차 악화한다는 전망이다. 특히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 판매 증가에도 연말 프로모션 비용이 늘어나 영업이익 증가세는 크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또 4분기는 생활가전 사업부(H&A)의 비수기로 꼽히는 시기다. 다만 전장부품 사업부(VC)의 경우 매출 증가에 힘입어 적자 규모가 축소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LG전자는 4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의 시장 예상치(컨센서스)는 4500억원으로 3개월 전 예상치 6000억원과 한 달 전 예상치 4800억원 수준에서 대폭 낮아졌다. 이에 따라 LG전자 주가에 대한 눈높이도 낮아지고 있다. NH투자증권은 LG전자의 목표주가를 기존 9만원에서 8만3000원으로 내렸다. 앞서 대신증권 또한 지난 19일 기존 10만5000원에서 9만5000원으로 낮췄다.

박강호 대신증권 연구원은 “TV 사업부에서는 경쟁사의 마케팅에 대응하기 위한 비용이 증가했고 스마트폰 사업부 또한 스마트폰 판매량 감소에도 고정비가 늘어났다”며 “LG이노텍의 매출과 영업이익 전망치도 낮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LG전자의 생활가전 제품. /사진=LG전자

◆ 내년 1분기 실적 개선 가능할까…엇갈리는 전망

증권가에서는 그간 LG전자 실적이 ‘상고하저’ 흐름을 보였던 만큼 내년 1분기부터 실적 개선과 주가 반등이 가능하다고 내다보고 있다. 일반적으로 상반기 LG전자 에어컨 판매가 늘어나 LG전자는 실적을 이끌어왔던 만큼 내년에도 이와 같은 상황이 반복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박강호 연구원은 “신성장 가전제품 판매 호조와 인공지능(AI)·사물인터넷(IoT) 등 프리미엄 가전의 비중이 증가할 것”이라며 “TV 사업부의 경우 액정표시장치(LCD) 패널 가격 약세에 초고화질(UHD)급 이상의 프리미엄 제품 판매 확대가 기대된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전장부품 사업부의 영업적자는 축소 구간에 진입했다는 판단”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예년과 달리 LG전자의 실적 부진이 내년까지 이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성장률이 역성장하면서 스마트폰 사업부 적자폭이 줄어들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TV 사업부의 경우 시장 경쟁 심화에 따라 시장 지배력 유지를 위한 비용이 증가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신성장 가전제품 시장 역시 후발주자들이 기세를 올리고 있다.

당장 1분기 실적에서 기저가 높다는 점도 부담이다. LG전자는 지난 1분기 ‘2018 평창동계올림픽’ 개최에 따른 TV 판매 호조에 힘입어 영업이익이 1조원을 돌파했다. 그러나 내년 1분기에는 이와 같은 스포츠 이벤트가 없는 데다 신흥국 환율까지 약세로 돌아서면서 실적이 부진할 전망이다. LG전자의 1분기 영업이익이 전년도에 비해 줄어드는 건 2015년 이후 4년 만이다. 

고정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가전 업종의 실적 개선 가시성이 낮아 투자 매력이 높아지기는 힘들다”며 “실적에 기반한 가전업종의 투자 매력이 확대되려면 시간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다만 “LG전자의 경우 전장부품 사업 등 다변화한 수익 구조를 갖고 있어 장기적 시각에서 접근하는 것이 유효하다”고 덧붙였다.

김솔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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