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동일 제품이라도 유명 브랜드 신뢰도·구매의욕↑
브랜드 홍보 어려운 중소기업·소상공인 '공동브랜드'로 역량 강화

[한스경제=박재형 기자] ‘브랜드’는 제품 판매를 원활하게 하는 요건 중 하나다. 소비자들은 동일 품질의 제품이라도 유명 브랜드를 더 신뢰하고, 더 높은 구매의욕을 갖는다. 대기업들이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부으며 마케팅에 나서 브랜드 인지도를 올리는 것도 이런 이유다. 그러나 인력과 자금이 충분하지 않은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에게 브랜드 홍보는 쉬운 일이 아니다. 이에 최근 네트워크형 공동사업을 통해 ‘공동브랜드’를 만들고 힘을 모아 브랜드 파워와 제품 경쟁력을 갖추고 역량 강화에 나서고 있다.

◆소상공인 위한 ‘케이태그’, 경기도 기업의 ‘GGD’...20년 전통 ‘쉬메릭’도

소상공인연합회는 소상공인 자생력 강화를 위해 소상공인 공동브랜드 '케이태그(K.tag)'를 20일 출시했다. 케이태그는 소상공인연합회가 우수 상품·서비스를 최우선으로 영업 활동, 사회 공헌 활동에서 모범을 보이는 소상공인업체를 선정해 그 업체의 상품·서비스를 인증하는 공동브랜드 사업이다.

케이태그 공동브랜드는 '신선함과 건강함', '진심 담은 서비스와 감동‘ 등을 포함해 5개 부문으로 나뉘며 선정된 업소에는 '소상공인연합회(KFME) 공동브랜드 인증' 사용권과 현판이 부여된다. 또 미디어 등을 통한 업체 홍보, 법률·세무·노무 서비스 우선 제공 등도 지원받을 수 있다. 케이태그의 본격적인 사업은 내년부터 시작되며 지역연합회와 위원회, 평가단 등의 평가를 거쳐 내년 100여개 업소를 선정할 계획이다.

대한가구산업협동조합연합회는 중소가구업체 공동브랜드 ‘코펀’을 만들어 운영 중이다. 국내 가구 시장 규모는 연 14조원에 달하지만 한샘, 현대리바트 등 일부 유명 브랜드를 제외한 대부분 가구업체는 홍보·마케팅 능력이 부족한 영세 사업자다.

이에 가구연합회는 중소업체 판로 지원을 위한 코펀 공동브랜드를 운영하고 지난 4월에는 경기 부천시 송내역 인근에 ‘코펀몰’을 개장하기도 했다. 또 국내 유일의 가구 종합 전시회인 ‘코펀 전시회’를 열어 국내외 바이어 및 소비자에게 국내 가구의 우수성을 알리고 해외 판로 개척에도 힘쓰고 있다.

대한가구산업협동조합연합회는 '코펀몰'을 운영해 국내 여러업체의 다양한 가구 및 인테리어 제품을 1200평 규모에 전시 중이다./사진=코펀몰 홈페이지.

경기도와 경기도주식회사는 지난해 12월부터 공동브랜드 개발에 나서 지난 2월 ‘CurationGGD’ 공동 브랜드를 만들었다. 좋은 제품을 가지고 있지만 소비자에게 닿을 통로가 부족해 알려지지 못한 도내 기업들을 모집해 도내 경제 발전에 기여, 소비자에게 착한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들을 공동브랜드로 선정하고 디자인 개선 등을 지원하는 것이다. 경기도 등은 공동브랜드에 참가하는 기업에 경기도 온라인 몰, 위메프, 인터파크 등 6개 오픈마켓과 동대문디자인플라자 안테나숍 등 경기도주식회사가 보유한 2곳의 오프라인 매장 등을 통해 다양한 유통경로를 지원하고 있다.

지난 10월에는 고양시 킨텍스 제1전시장에서 열린 '2018 G-FAIR KOREA(대한민국 우수 상품 전시회)'에 참가해 한국형 재난 대비 키트 ‘라이프클락’ 등 Curation GGD 제품들을 소개하기도 했다.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공동브랜드도 있다. 대구시가 1996년 전국 최초 지역 공동브랜드로 개발한 ‘쉬메릭(CHEMERIC)’이 대표적이다. 쉬메릭은 의류, 침장류, 화장품, 전자 등 생활용품 전반을 대상으로 운영하다 주관기관이 대구상공회의소에서 대구경북디자인센터로 변경되며 2015년 쉬메릭사업협동조합을 설립하고 작년부터 화장품, 전자 등 생활용품업체를 추가 선정하는 등 브랜드 확장에 나서고 있다. 지난 20년간 100억원 가량의 예산이 투입된 쉬메릭은 매출이 지속적으로 상승해 2015년 324억에서 지난해 646억원으로 급성장하기도 했다.

◆‘썬키스트’ 쥬스도 공동브랜드로 탄생한 작품

이처럼 최근 국내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경쟁력을 키우기 위한 정부 정책과 제도가 강화되는 상황에 발맞춰 공동브랜드 제품 개발을 활용한 중소기업·소상공인의 역량 강화가 점차 주목을 받고 있다.

공동브랜드는 ‘여러 기업들이 공동으로 개발해 사용하는 단일 브랜드’를 말한다. 전략적 제휴를 통해 신제품에 두 개의 브랜드를 공동으로 표기하거나 시장지위가 약한 중소기업·소상공인들이 공동으로 개발해 사용하는 브랜드다. 국내 소비자들도 잘 알고 있는 미국의 ‘썬키스트(Sunkist)’도 미국 캘리포니아 및 애리조나에 있는 6000여개 감귤농가 조합에서 시작된 공동브랜드다. 1907년부터 생산품에 썬키스트 브랜드를 부착한 조합은 과잉생산된 오렌지 소비를 늘리는데 기여했고 현재 미국 내 오렌지 60%, 레몬 80%를 공급하고 있다. 썬키스트 브랜드로 판매되는 제품은 주스, 제과혼합물 등 700여 개 품목에 달하며 현재 77개국에서 판매 중이다.

국내 소비자들에게도 친숙한 썬키스트(Sunkist)는 각 생산농가가 힘을 합쳐 협동조합으로 운영되고 있다./사진=Sunkist familystories.

이일한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는 지난 6일 소상공인연합회 기자간담회에서 ‘소상공인연합회 중·장기 발전방안 연구’ 주제를 발표하며 국내 소상공인들의 중·장기 발전을 위해 조직화, 공동브랜드화 등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기업 간 경쟁구조가 협업을 바탕으로 업종별·분야별 네트워크 경쟁 형태로 변화하고 있는 추세에 발맞춰 소상공인들도 협업을 통한 비즈니스 모델을 발굴하고 경쟁력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박재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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