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스마트폰 익숙한 세대 전유물 되나
결제시스템 없는 매장도 아직 많아
강남터미널 지하쇼핑센터 제로페이존 ./사진=이승훈기자

[한스경제=이승훈 기자] 크리스마스를 앞둔 주말, 강남의 번화가에도 어김없이 사람들로 북적였다. 수수료 ‘0’시대를 예고한 ‘제로페이’ 서비스가 첫 선을 보인지 3일이 지났지만 시행 첫 주의 시장 반응은 극명한 온도차를 보였다.

지난 20일 스마트폰 간편결제를 통해 소상공인 결제수수료 부담을 낮춘 ‘제로페이’가 시범 서비스를 시작했다. 서울 지하철역 곳곳에는 ‘제로페이’를 알리는 홍보물들이 곳곳에 눈에 띄었다.

제로페이 수수료율은 연매출 8억원 이하 가맹점은 면제, 8억~12억원은 0.3%, 12억원 초과는 0.5%다. 일반사업자(대형마트 등)는 신용카드 수수료율보다 낮은 수준이다. 구매자는 내년 사용분부터 40% 소득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으며, 공공시설 요금 할인혜택도 있다.

제로페이가 가능한 은행은 국민·기업·농협 등 20개이며, 간편결제사는 네이버페이·페이코 등 4곳이다. 우선 이날부터 은행 앱 11개와 결제앱 4개에 '제로페이' 메뉴가 추가된다.

서울시에 따르면 강남터미널과 영등포역 지하쇼핑센터 입점업체 85% 이상에서 제로페이로 결제할 수 있다. 또 파리바게뜨·파리크라상·bhc·롯데리아·엔제리너스·크리스피크림도넛 등 26개 프랜차이즈 본사가 직영점 중심으로 참여한다.

◆‘제로페이존’ 강남터미널 지하쇼핑센터

우선적으로 집중 시범서비스를 보이고 있는 곳 중 하나인 강남터미널 지하쇼핑센터를 찾았다. 그곳에서 ‘제로페이존’이라는 홍보 스티커가 붙어 있는 구역을 발견했다. 벽뿐만 아니라 지하 바닥 길을 따라 안내 스티커가 부착되어 있었다.

제로페이는 별도의 전용 앱이 없다. 아이폰에서 ‘제로페이’를 검색해보면 가맹점주와 직원을 위한 등록 앱이 보인다. 소비자들은 쏠, 리브, 등 시중은행이 제공하는 앱이나 페이코 등 일부 간편결제 앱에서 사용이 가능하다.

국민은행 앱 '리브'를 통한 제로페이 간편결제 화면. /사진=이승훈 기자

사용 방법은 매장에 비치된 QR코드를 사용자의 스마트폰으로 촬영하면 된다. 하지만 실제로 결제해보니 그게 끝은 아니었다. 우선, 기자는 거래 은행인 국민은행의 ‘리브’를 통해 ‘제로페이’ 결제를 처음 시도해보았다. ‘리브’라는 앱에 간편결제 시스템이 있다는 사실도 원래는 알지 못했다. 앱을 깔고 가입동의를 하니 비밀번호 인증과 더불어 생체인식(지문)결제가 눈에 띄었다. 하지만 지문인증 방식은 잘 등록이 되지 않아 포기했다. 일명 ‘기계치’인 기자도 여기까지 오는 데 꽤 복잡함을 느꼈다. 젊은 사람들은 그렇다 치더라도 나이가 어느 정도 있으시거나 스마트폰 앱에 익숙하지 않은 분들은 좀 까다롭게 느껴질 것 같았다.

강남터미널 지하쇼핑센터 가맹점에서 사용되고 있는 제로페이 QR코드. /사진=이승훈기자

제로페이존의 입구와 멀지 않은 매장에서 우선 양말을 구입해봤다. 다행히 처음 시도가 성공이었다. 주인께서 큐알코드(QR코드)가 새겨진 스티커를 제시해주었고 촬영을 하니 바로 결제 진행으로 넘어갔다. 하지만 사용자가 직접 금액과 비밀번호(혹은 생체인식)를 입력해야지 비로소 결제가 완료됐다.

예상과 달리 첫 시도가 성공하자 제로페이존 구역 내 많은 상점들이 다 서비스가 될 것이라는 기대에 부풀었다. 강남터미널 지하쇼핑센터 매장들 마다 ‘제로페이’ 가맹점임을 알리는 안내 스티커가 부착되어있었다.

하지만 기대는 이내 실망으로 바뀌었다. 화장품, 악세사리, 옷 가게 등 다른 곳을 찾을 때마다 연이어 실패했다.

화장품 가게 점원은 처음에는 제로페이로 결제가 가능하다고 답했다가 다시, “큐알코드 촬영은 잘 모르는데”라며 “아직 작동이 잘 안 되는 것 같다고 죄송하다”고 말했다.

다음 악세사리 가게에서도 “제로페이를 이용하는 POS(판매시점관리)시스템이 아직 설치되지 않았다”며 “곧 설치될 것이다”고 답했다. 그는 “우리야 일단 서비스를 사용하는 거지만, 문제는 소비자들이 쓸지 말지 여부에 달렸다”며 “우리가 쓰라고 강요할 수는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다른 옷가게 주인은 “제로페이존(강남터미널 지하쇼핑센터) 가맹점들은 곧 POS(판매시점관리)시스템 설치를 하게 돼 있다”며 “이제 막 서비스를 시행하는 시점이라 안 되는 곳들이 있을 뿐”이라고 전했다.

첫 매장에서 결제를 성공했지만 대부분 매장에서는 결제 포스 시스템 설치를 기다리는 중이었다. 하지만 우려했던 것과는 달리 분위기가 담담하고 본격적인 서비스 시작의 준비 과정처럼 느껴졌다. 적어도 '제로페이존' 내 강남터미널 상인들은 '제로페이'의 존재가 무엇인지는 인식하고 있는 듯 했다.

◆‘제로페이존’ 아닌 강남역 지하상가

강남역 상가에서 사용되고 있는 제로페이 홍보물. /사진=이승훈기자

강남터미널 지하쇼핑센터를 벗어나 비슷한 분위기의 ‘강남역 지하상가’를 방문했다. 이곳에도 ‘제로페이’를 알리는 홍보 벽보가 곳곳에 붙어있었다. 하지만 강남터미널 상가와 달리 ‘제로페이존’ 우선 시범서비스 지역이 아니라 그런지, 관련 스티커나 안내문구들이 눈에 띌 만큼 많지 않았다. 상인들도 '제로페이'가 무엇인지 조차 모르는 이들도 상당수여서 비교가 됐다.

상가 내 소규모 카페 프랜차이즈 가맹점에서 커피를 사보았다. 무인 결제 시스템이 설치돼있었다. 현금과 카드 외에 ‘삼성페이’와 ‘페이코’ 같은 간편결제 시스템도 눈에 띄었다. 하지만 ‘제로페이’는 기계와 아직 연동되어 있지 않았다.

다른 옷가게를 가보았다. 점원은 “제로페이가 무엇이냐”며 “카드 같은 거냐”고 반문했다. 이어 “삼성페이”는 안다고 말했다. 강남역이 삼성전자 사옥과 가까워서 인지 ‘삼성페이’를 언급하는 이들이 많았다. 홍보와 시스템 전파의 힘이 느껴졌다.

제로페이 홍보 벽보가 근처에 붙어 있는 곳에서 빵을 사보았다. 점원은 “급하게 (제로페이)를 등록해달라고 해서 신청은 했는데 아직 승인이 안 난 것 같다”며 “한 달 내 정도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브랜드 화장품 가게로 가보았다. “제로페이는 안된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중국 같은 외국인 관광객의 결제에 대한 질문에 점원은 “알리페이 포스기는 있으나 결제가 넘어가지 않는다”며 “주로 그들은 카드나 현금으로 결제”한다고 전했다. QR코드 사용 비중이 높은 중국인들에게도 한국에서 제로페이 사용은 아직 거리가 있어보였다.

강남역 지하상가를 나와 마지막으로 ‘제로페이’가 운영된다는 유명 프랜차이즈 카페를 찾았다.

기자가 이 매장에서 점원이 보는 첫 ‘제로페이’ 이용자라고 말했다. 첫 이용자라는 말에 나름 기대를 안고 결제를 시도했다. 하지만 결제 시작부터 점원과 기자도 미숙한 나머지 뒤에서 기다리는 손님에게 눈치가 보였다. 마지막 단계에서 돌아온 메시지는 “PG서비스 이용기관 미등록”이라는 문구였다. 다른 매니저는 “아직 시스템이 완전히 설치되지 않았다고 죄송하다”고 말했다. 실패로 끝났다.

‘제로페이’ 시범서비스가 시작 된지 첫 주가 지났다. ‘제로페이존’으로 지정되어 적극적인 홍보가 되어 있는 곳은 확실히 손님을 맞는 상인들의 모습이 사뭇 달라보였다. 다만, 전반적으로 미흡한 준비에 대한 쓴 소리와 함께 시장 반응 또한 저조한 편이었다. 아직 제로페이의 존재를 모르거나 사용률도 현저한 편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말 그대로 시작 단계다. 서울시는 지난 20일 '제로페이 서울' 시범서비스를 시작으로 내년 3월 이후 정식서비스를 시작해 전국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이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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