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이성노 기자] 삼성SDI가 전기차 배터리 생산 설비 증설에 광폭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올해 내내 이어진 '선두주자' LG화학, '후발주자' SK이노베이션의 대규모 투자 계획과 비교해 조용한 나날을 보냈지만, 최근 한 달 사이에 무려 3조원에 육박하는 대규모 투자 계획이 알려졌다. 

경쟁사와 비교해 조용한 나날을 보냈던 삼성 SDI가 최근 한 달 사이에 전기차 배터리 설비 증설에 무려 3조원에 육박하는 대규모 투자 계획이 알려졌다. /사진=삼성SDI

◆ '조용했던' 삼성SDI, 한 달 새 '3조원 육박' 투자 계획 알려져

삼성SDI는 지난달 말을 시작으로 전기차 배터리 세계 1, 2위 시장인 중국과 미국에 설비 증설에 대규모 투자 계획을 직·간접적으로 알리고 있다. 

신호탄은 미국이었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SDI 미국 법인(삼성SDI아메리카)은 미시간주 오번힐스에 있는 전기차용 배터리 팩 공장 증설을 위해 약 6200만달러(약 70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오번힐스 공장은 지난 2015년 자동차 부품업체인 마그나슈타이어로부터 인수한 곳으로 삼성SDI는 전기차용 배터리 팩 생산능력을 확대하기 위한 투자라는 것이 삼성SDI의 설명이다. 

삼성SDI는 이번 투자로 미시간주 사업개발 프로그램에 따라 1000만달러(약 112억원)의 보조금을 지원받는다. 미시간주에는 GM(제너럴모터스), 포드 등 완성차업체가 몰려있고, 경쟁자인 LG화학의 배터리 공장 운영되고 있는 곳이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삼성SDI는 이달에는 세계 최대 전기차 시장인 중국으로 눈을 돌렸다. 신화통신 등 중국 언론에 따르면 삼성SDI는 중국 톈진에 8억달러(약 9000억원)을 투자해 배터리 공장을 신설하기로 했다. 에너지저장장치(ESS), 전기차, 전자 제품 등에 사용되는 배터리가 생산될 예정이다. 

아울러 중국 시안에는 1조원 이상을 투입해 전기차 배터리 제2공장을 건설을 검토하고 있다. 업계에서 예상하는 투자 규모는 105억위안(약 1조7000억 원)이다. 16만㎡ 부지에 5개 생산라인을 건설해 40만대분 전기차용 배터리를 생산하겠다는 계획이다.

최근 한 달 사이에 업계 안팎에서 알려진 삼성SDI의 투자 금액만 무려 2조6700억원에 달한다. 알려진 투자 계획이 현실화된다면 삼성SDI는 한국(울산)을 비롯해 중국(톈진, 시안), 미국(오번힐스), 유럽(헝가리) 등 전기차 배터리 생산기지 '글로벌 4각 편대'를 완성하게 된다.  

삼성SDI는 신중한 반응이다. 회사 관계자는 "해당 내용들은 외신에서 나온 것으로 현재 내부적으로 검토중인 사안"이라고 말을 아꼈다. 

그러면서 "(중국 시장 개방 등)앞으로 전기차 시장이 크게 성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투자를 이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다른 관계자는 "현재 공식 발표는 없지만 내부적으로 다양한 투자 계획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전기차 배터리 사업에 적지 않은 관심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연합뉴스

◆ 전기차 배터리 '닥공 투자', 이재용 뜻 반영?

삼성SDI가 3조원에 육박하는 대규모 투자를 진행하는 데에는 향후 전기차 시장 확대 전망 이외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의지가 반영됐을 것이란 이야기도 업계 안팎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역시 전기차 배터리에 적지 않은 기대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회장은 지난 5월 중국 출장길에 올라 세계 전기차 배터리 점유율 2위에 올라 있는 BYD 왕추안푸 회장을 만나 신성장 산업에서의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전기차 배터리는 자동차 전장사업, 인공지능(AI), 바이오 등과 함께 삼성이 신성장 동력으로 삼고 있는 사업이다.  

이 부회장은 지난 2014년 BMW 경영진을 만나 삼성SDI와 파트너십을 성사시킨 사례도 있다. 

지난 10월에는 직접 삼성SDI 기흥사업장을 방문해 경영진과 향후 사업에 대한 심도 있는 대화를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SDI 관계자는 "이 부회장에 관한 내용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업계 안팎에서는 최근 계속된 삼성SDI 대규모 투자에 이 부회장의 의중이 담겨 있을 것이란 것이 중론이다.  

최태원 SK회장이 지난 달 28일(현지시간) 저녁 워싱턴 D.C.의 SK하이닉스 지사에서 열린 'SK의 밤' 행사에 참석해 향후 전기차 배터리 사업에 추가로 50억달러를 투자할 의사를 밝혔다. /사진=SK그룹

◆ 전기차 배터리 시장 급성장…최태원 SK 회장, 투자 의지 '활활'

한편 블룸버그 뉴에너지파이낸스(BNEF) 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 전기차 시장은 지난해 110만대를 돌파했고, 2025년 1100만대, 2030년에는 3000만대 그리고 2040년에는 전세계 자동차 시장의 55% 수준인 약 6000만대까지 급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2040년에는 모든 신차 판매의 55%, 전세계 차량의 33%가 전기차가 될 것으로 보인다. 

재계 서열 1위 삼성을 비롯해 SK, LG가 신성장 동력으로 전기차 배터리로 낙점하고 대규모 투자를 아끼지 않는 이유다. 

LG화학은 올해 4월 세계 1위 코발트 정련회사인 중국 화유코발트와 전구체 및 양극재 합작 생산 법인 설립 계약을 체결했고, 6월과 8월에는 각각 캐나다 네마스카리튬, 중국 쟝시깐펑리튬과 수산화 리튬 공급 계약을 맺었다. 9월에는 20억달러(약 2조2500억원)를 투자해 중국 난징에 제2배터리 공장을 건설한다고 밝혔다. 

SK이노베이션은 8월에 8200억원을 투입한 중국에 합작 배터리 생산공장 건설 계획을 알렸고, 두 달 뒤에는 배터리 핵심소재인 리튬이온전지분리막·세라믹코팅분리막 생산공장 신설에 4000억원을 투자했다. 최근에는 미국 조지아 주 잭슨 카운티 커머스시에 전기차 배터리 공장 건설에 1조1396억원을 투자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향후 시장 상황을 지켜본 뒤 추가로 50억달러(약 5조6000억원)를 투자하겠다는 의지까지 보이고 있다.  

이성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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