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체 30일 안 채무조정 프리워크아웃 제도 강화할 듯
[한스경제=양인정 기자] 이르면 다음 달 안으로 연체한 주택담보대출 채무도 조정이 가능해진다. 신용회복위원회도 정부의 서민금융지원책에 맞춰 대대적인 제도개선에 나선다.
23일 파산법조계와 금융권에 따르면 서울회생법원이 다음 달 안으로 주택담보대출에 대한 채무조정 제도의 구체적인 기준을 내놓는다.
앞서 정부는 이 같은 골자로 주택담보대출 채무조정제도에 대해 회생법원과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으나 구체적인 일정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기존에는 주택담보대출을 받고 연체가 되면 경매 처분되면서 파산상태에 직면하는 경우가 많았다.
채무조정을 하는 시민단체 등은 담보대출 채무조정제도가 금리인상으로 이자 부담을 감당하지 못하는 한계 채무자에 대해 꼭 필요한 제도로 보고 있다.
은행연합회가 지난 17일 발표된 11월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는 신규 취급액 기준 1.96%로, 3년 9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코픽스 상승에 시중은행의 주담대 변동금리는 이미 5%대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는 상황이다.
주택담보대출 채무조정제도는 신용대출과 담보대출로 빚 부담을 갖는 채무자에 대해 회생법원과 신용회복위원회가 협업을 통해 채무를 조정하는 제도다. 우선 회생법원은 개인회생을 신청한 채무자에게 신용대출 채무를 대폭 감면해 준다. 이렇게 신용대출 채무가 감면돼 담보채무를 상환할 여력이 생기면 신용회복위원회가 주택담보채무를 다시 한번 조정하는 방식이다. 주택담보대출 채무의 조정은 채무감면과 상환기간 연장이다. 제도가 안착되면 주거의 안정을 지키면서 채무조정이 가능해진다.
서울회생법원 관계자는 “구체적인 기준이 곧 나올 만큼 정부와 충분한 협의를 했다”고 말했다.
◆ 신용회복위원회, 채무조정 제도 대수술 예고
정부의 서민금융개편에 따라 신용회복위원회도 곧 구체적인 채무조정 제도 개선안이 나올 전망이다.
신용회복위원회에 따르면 금융위가 24일 채무조정기간 단축을 주요 골자로 한 채무조정 기준안을 신복위에 전달한다.
신복위의 채무조정제도 개선 방안은 정부의 서민금융개편안에 따른 것이다.
금융업계는 서민금융개편안이 최근 금리인상에 따라 한계채무자의 출구를 만든다는 정부의 계획이 포함됐다고 분석했다. 서민금융제도와 채무조정제도를 두 갈래 방향으로 개선하는 것이 개편안의 주요 골자다.
신복위의 채무조정 제도는 대중채무자에 대한 선제적 대응조치로도 풀이된다.
금융감독원이 23일 국회 정무위원회 최운열 의원(더불어민주당)에게 제출한 '나이스평가정보 다중채무자 분석' 자료를 보면 3개 이상 금융사(대부업체 포함)에서 돈을 빌린 다중채무자가 보유한 부채가 올해 9월말 기준으로 500조2906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다중채무자 부채가 올해 들어서만 18조8454억원(작년 말 481조4452억원) 늘어난 수치다. 한국은행의 정책금리 인상 가능성이 고조된 3분기에 들어서도 다중채무자 부채는 7조1466억원이 늘었다. 9월 말 기준 5개 이상 금융기관에서 돈을 빌린 다중채무자도 103만6000명에 달한다. 상환능력이 낮은 7∼10등급 저신용자도 113만8664명에 달했다.
정부가 지난 21일 서민금융개편안을 발표하면서 상시 채무조정제도를 도입한 것도 취약 채무자의 이 같은 상황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상시 채무조정은 연체 전이나 연체 후 30일 이내의 취약차주에 대해 최대 1년간 상환을 유예해 주는 제도다. 보통 5일 이상 연체가 발생하면 전 금융회사에 연체정보가 공유되지만 연체 30일 이전까지는 신용등급은 떨어지지 않는다. 사실상 이 기간을 이용해 채무자의 신용파탄을 막겠다는 취지다.
신복위 채무조정제도는 이 기간을 최대한 활용하는 방안으로 개편될 예정이다. 따라서 업계는 신복위가 90일 전 채무조정이 가능한 프리워크아웃 제도 개선에 방점을 찍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90일 전 연체 채무가 조정되면서 채무감면율도 높아진다. 개인워크아웃의 원리금 감면율이 현재 30~60%인데 신복위는 앞으로는 직업, 연령, 상환의지 등을 감안해 20%~70%로 조정한다.
평균 감면율을 높아지면서 빚 갚는 기간도 단축된다. 신복위 채무조정 기간은 평균 6.7년으로 이 상환기간을 2022년까지 4.9년으로 약 1.8년 단축하기로 했다.
사전채무조정과 재무설계를 하는 사회적 기업 ‘희망만드는사람들’의 서경준 본부장은 “정부 개편안에 따른 신복위의 채무조정안이 제대로 운영된다면 중위 소득층이 파산자로 전락하는 것을 막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양인정 기자 lawyang@sporbiz.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