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행인가 사기인가” 업비트 피소를 둘러싼 쟁점 세 가지
“관행인가 사기인가” 업비트 피소를 둘러싼 쟁점 세 가지
  • 허지은 기자
  • 승인 2018.12.25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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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비트 “관행”vs 검찰 “사기” 엇갈리는 주장
1) 자전거래 2) 장부상거래 3)거래량 부풀리기 의혹

[한스경제=허지은 기자] 업비트와 검찰의 싸움이 또 한번 가상화폐 시장을 뒤흔들고 있다. 검찰은 업비트가 비트코인 불법 판매로 1500억원을 챙기고 가짜 계정을 통한 가장매매로 거래액을 4조원 가까이 ‘뻥튀기’했다며 업비트 임직원 세 명을 지난 21일 불구속 기소했다. 해당 사안에 대해 검찰은 ‘사기’이자 ‘불법’으로, 업비트는 ‘관행’이라며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쟁점은 크게 세 가지다. 검찰은 업비트의 거래 행태가 가짜 계정을 통한 ‘자전거래’이며, 이를 이용한 ‘거래량 부풀리기’이고, 보유 가상화폐가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이뤄진 ‘장부상 거래’라고 주장한다. 업비트는 일부 자전거래를 했으나 법인 계정을 통한 ‘실물거래’이자 ‘유동성 공급’이며 장부상 거래 의혹은 이미 세 차례나 해명한 바 있다고 반박하고 있다.

◆ 자전거래, ‘불법’일까 ‘관행’일까

검찰은 업비트가 자전거래를 통해 거래량과 거래대금을 부풀려 투자자들을 기망했다고 보고 있다. 업비트는 마케팅과 유동성 공급의 일환이었을 뿐 없는 가상화폐를 거래하거나 부당한 이익을 취한 바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그래픽=허지은 기자
검찰은 업비트가 자전거래를 통해 거래량과 거래대금을 부풀려 투자자들을 기망했다고 보고 있다. 업비트는 마케팅과 유동성 공급의 일환이었을 뿐 없는 가상화폐를 거래하거나 부당한 이익을 취한 바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그래픽=허지은 기자

이번 문제의 핵심은 업비트 오픈 초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가상화폐 거래소 시장 후발주자로 뛰어든 업비트는 고객 유치를 위해 두 가지 전략을 세웠다. 하나는 글로벌 10위권 가상화폐 거래소 비트렉스와 연동해 국내 거래소 중 가장 다양한 가상화폐를 상장했고, 이를 바탕으로 거래량을 크게 늘리는 방법이었다.

업비트는 오픈 초기부터 ‘국내 최다 가상화폐 거래소’라는 타이틀을 유지해왔고 수많은 알트코인(비트코인을 제외한 가상화폐)들이 신규 상장되고 또 상장폐지됐지만 200여종 안팎의 상장 코인을 유지했다. 24일 현재도 178개 코인 거래를 지원하고 있어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 중 가장 많은 상장코인을 자랑한다.

업비트의 전략은 적중하는 듯 했다. 알트코인 투자를 원하던 투자자들이 업비트로 몰려들었기 때문. 그러나 이름도 정체도 생소한 알트코인에 큰 돈을 투자하기엔 리스크가 컸다. 투자자들을 안심시키고, 업비트의 다양한 코인에 안심하고 투자할 수 있는, 믿을 수 있는 거래소라는 인식이 필요했다.

이 과정에서 등장한 게 자전거래다. 자전거래란 같은 가격과 수량으로 각각 매수와 매도 주문을 내고 상호 체결하는 거래 방법이다. 만약 동일인이 두 개의 계정을 갖고 각각 매수와 매도 주문을 내면 계정 1에서 2로 돈이 이동한다. 거래소는 중간에서 수수료 이득을 챙기고 거래가 많이 이뤄지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검찰의 자전거래를 이용한 ‘거래량 부풀리기’ 의혹은 여기서 발생한다.

◆ 업비트, 유동성 공급 위한 자전거래는 합법?

업비트가 지난 21일 검찰에 사기 및 불법 편취 의혹으로 피소된 가운데 양 측의 의견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그래픽=허지은 기자
업비트가 지난 21일 검찰에 사기 및 불법 편취 의혹으로 피소된 가운데 양 측의 의견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그래픽=허지은 기자

업비트는 법인 계정을 가지고 이러한 자전거래를 했다고 인정했다. 다만 거래량 부풀리기가 아닌 ‘유동성 공급’ 차원에서 한 것이며 엄격하게 분리 관리된 법인 계정을 통한 거래였으며 시세에는 영향을 주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업비트는 “거래소 오픈 초기에 마케팅 목적으로 거래량이 적은 코인 등에 대해 매수자와 매도자 간의 거래를 활성화하기 위해 자전거래의 방식을 활용한 바 있다”고 밝혔다. 업비트의 자전거래 기간은 거래소 오픈일인 지난해 10월 24일부터 12월 14일까지로, 약 4조2671억원 어치다.

사실 업비트가 한 자전거래 방식은 가상화폐 거래소 업계에선 ‘관행’처럼 내려오는 방법이다. 신생 거래소일수록 거래량 확대가 필수적이고, 이 과정에서 자전거래를 통해 거래량을 부풀리는 식이다. 실제 자금이나 소유권을 이전하지 않고도 거래량을 확대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검찰에 따르면 업비트는 법인 계정 내에 거래소 계좌를 개설해 가상화폐 35종에 자전거래를 실시했다. 또 2억~3억원 규모의 회사 보유 자산으로 가상화폐 거래를 해 거래량 확대에 이용했다. 업비트 측은 “서비스 오픈 초기에 급변하는 시장 가격으로부터 고객을 보호하려는 목적으로 유동성을 공급했다”며 “외부에서 해당 법인 계정으로 입금하는 절차를 거칠 필요가 없어 그 절차를 생략했을 뿐 회사 보유 실물 자산 내에서만 이뤄졌다”고 설명하고 있다.

업비트 입장에서 자전거래는 손해보지 않는 방법이었다. 거래량도 늘고 그로 인해 수수료 수익도 챙길 수 있으며 회원이 늘면 늘수록 거래량은 크게 늘어나기 때문이다. 자전거래와 ‘유동성 공급’으로 거래량은 눈에 띄게 증가했고 업비트는 단숨에 업계 1,2위를 다투는 대형 거래소로 성장했다. 업비트는 개설 2개월만에 매출 2114억원에 1093억원의 당기순이익이라는 대기록을 세웠다.

◆ 법 밖에 놓인 거래소…피해는 고스란히 일반 투자자 몫

업비트 피소 소식이 알려진 지난 21일 오후 랠리를 지속하던 비트코인 가격은 곧바로 하락세로 돌아섰다./그래픽=허지은 기자
업비트 피소 소식이 알려진 지난 21일 오후 랠리를 지속하던 비트코인 가격은 곧바로 하락세로 돌아섰다./그래픽=허지은 기자

문제는 자전거래로 부풀려진 거래량을 보고 알트코인 투자에 뛰어드는 일반 투자자들이다. 업비트는 거래소 출범 초기 모든 종류의 코인지갑의 원화거래를 지원하지 않았다. 지난 2월 14일 기준 업비트 상장코인 120개 중 원화로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는 코인은 26종 뿐이었다. 현금을 넣고 가상화폐를 구매하더라도 이를 다시 팔고 원화로 환전해 출금하는 것이 불가능했다는 얘기다.

만약 자전거래로 거래량이 부풀려진 코인을 구매했다면 해당 코인을 원화로 출금하지도 못 한 채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이번 사태를 두고 가상화폐 투자자들이 “주식의 작전주와 다를 바가 없다” “결국은 짜고 치는 게임이었나” “유동성 공급 차원이라도 일반 투자자들 모르게 했다는 점에서 사기나 다름없는 것 아닌가”라며 분개하고 있는 이유다.

더욱이 업비트는 앞서 “내부 거래도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며 자전거래 의혹을 부인한 바 있다. 업비트는 지난해 11월 27일 공지사항을 통해 “업비트 내부에서도 유관 팀만 정보를 취급하며 사전 정보를 이용한 거래 및 정보유출을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검찰 수사 결과 이는 거짓으로 드러났다. 업비트는 해당 공지를 올린 11월 27일을 포함해 약 2개월간 자전거래를 행했다.

특히 이런 방식이 비단 업비트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에서 피해는 더 늘어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감독원과 금융 관련 법률로 엄격한 감독·규제를 받는 은행, 증권사와는 달리 가상화폐 거래소는 법의 테두리 밖에 놓여있기 때문. 누구나 개설할 수 있는 가상화폐 거래소에서 ‘관행’이라는 이름의 투자자 기만 행위가 이뤄지고 있다는 점에서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 대표는 “업비트 사태를 보고 가상화폐 거래소에 대한 시장 불신이 더 커질 것 같다. 가상화폐 시장이 간만에 랠리를 이어가고 있는데 시장 악재인 것은 분명해 보인다”며 “최근 퓨어빗을 비롯한 신생 가상화폐 거래소 문제가 반복되고 있는데 공정성과 투명성을 확보할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