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저유가 기조에 원유 운반선 '호황'·해양플랜트 '불황'

[한스경제=이성노 기자] 부활의 기지개를 켜고 있는 조선업계가 최근 급락하고 있는 유가하락에 웃을 수도, 그렇다고 울 수도 없는 상황에 놓였다. 

조선업계가 최근 이어지고 있는 저유가 기조에 따라 유조선 수요 증가에 웃고 있지만, 계약 규모가 큰 해양플랜트 사업에는 투자 심리가 위축돼 골머리를 앓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5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주 국제유가는 11% 하락했다.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 서비스인 '오피넷'에 따르면 지난 21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내년 2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전날보다 배럴당 0.29달러(0.6%) 하락한 45.59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주간 단위로는 2016년 1월 이후 약 3년 만의 최대 낙폭이다.

런던 ICE 선물거래소의 내년 2월물 브렌트유는 배럴당 53.82달러에 거래를 마쳤고, 두바이유는 53.51달러를 기록했다. WTI, 브렌트유 그리고 두바이유까지 올해 최저가이며 지난 10월초(10월3, 4일) 대비 각각 40%, 38%, 37% 떨어진 수치다.  

석유수출기구(OPEC)와 비회원 산유국들은 유가가 계속 떨어지면 추가감산 의지를 보이고 있으나 미국, 브라질 등 국가의 원유 공급량이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돼 당분간 유가하락 기조는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조선업계는 이러한 유가 기조가 불편하기만 하다. 일부에서는 원유 수요 증가에 따라 유조선 발주가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지만, 정작 계약 규모가 큰 해양플랜트 발주 가능성은 낮아지기 때문이다.

삼성중공업이 건조해 북미지역 선사로 인도한 셔틀탱커. /사진=삼성중공업

◆ 유가 떨어지면 원유 운반선 수요·발주 증가

최근 미국 원유 생산량은 하루 1110만 배럴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며 수출량은 하루 320만 배럴로 급격히 증가했다. 미국의 원유 수출량 증가는 곧 유조선 수요를 높이고 있다. 

김무현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미국의 원유 수출량이 늘어날수록 VLCC(초대형원유운반선) 발주가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로 지난 2014년 10월, 국제유가가 최고점 대비 40%이상 하락했을 당시 유조선 발주량은 두배 가까이 증가하기도 했다. 

올해 조선 3사의 선종별 수주 현황을 보면 유조선이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총 254척 가운데 약 37%인 95척이 유조선(초대형원유운반선, 셔틀탱커 등)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유가가 내려가면 상대적으로 원유운반선 수요는 증가하게 된다"고 밝혔다. 

삼성중공업이 건조 중인 대형 FPU( 부유식 해양 생산설비). /사진=연합뉴스

◆ 계약 규모 큰 해양플랜트 투자는 위축

친환경 기조와 함께 미국의 셰일가스 생산량이 늘어나면서 LNG선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유가 하락은 분명 조선업계에 호재라고 볼 수 있지만, 조선부문에만 해당되는 사안이다.  

계약 규모가 큰 해양플랜트 사업에는 악재가 따로 없다. 해저에 매장된 석유나 가스를 추출하는 해양플랜트 사업은 일반적으로 유가가 배럴당 60달러를 넘어야 수지타산이 맞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 고유가 시대에 석유를 추출해야 '돈'이 되는 사업이다. 지금과 같이 저유가 기조가 이어진다면 투자 심리는 위축되기 마련이다.    

해양플랜트는 계약 규모만 10~20억달러에 달하기 때문에 조선사로선 놓치고 싶은 않은 사업이다.

국제유가가 불안정한 최근 조선 3사의 해양플랜트 수주 실적은 부진하기만 하다. 올해 현대중공업이 조선 3사 가운데 유일하게 수주에 성공했으나 계약 규모(4500만달러)가 크지 않다.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은 각각 릴라이언스 프로젝트와 로즈뱅크 프로젝트 수주전에 뛰어들었으나 입찰 결과가 내년 상반기로 미뤄진 상황이다. 

조선사들이 해양플랜트 수주에 총력을 기울이는 이유는 거금의 계약뿐 아니라 인력 구조조정에도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현대중공업은 올해 해양플랜트 일감 부족으로 해양사업부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있고, 해양플랜트 수주가 전무한 삼성중공업은 실적 악화로 희망퇴직을 단행했다. 

업계에서는 "해양플랜트 일감이 확보되면 인력 감축이 필요하지 않다는 명분이 생기기 때문에 긍정적"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 유가 흐름으로 상선이나 해양플랜트 사업에 영향을 끼친다고 단정할 수 없다"면서 "저유가 기조가 계속된다면 생산, 설비 시추 투자를 위축될 것이고, 원유 운반선 발주는 증가할 것이다. 조선업계로선 유가가 적정선에서 움직이는 게 가장 이상적"이라고 설명했다. 

이성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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