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직장인 56.9% ‘후배사원 눈치보느라 스트레스를 받은 적 있다’
‘윗사람’뿐만 아니라 ‘아랫사람’ 눈치까지 봐야하는 직장인들

[한스경제=박재형 기자]

취업시즌이다. 사상 최악의 취업난을 뚫고 입사한 사회초년생들은 회사에서도 높은 문턱에 직면하게 된다. 바로 '사회생활'이라는 신세계다. 그중 회사내 생활은 직장인으로 안착하는 데 상당히 중요한 요인이 된다. 신입사원들이 실제 회사 내에서 부딪치는 상황들과 그에 맞는 대처 방안, 방향을 제시해 그들의 고민을 어느 정도 덜어 줄 수 있는 일종의 ‘회사 사용 설명서’를 권하고자 한다.[편집자주]

지난 2001년 한 언론매체에서 결혼정보회사 직원 사이에 통용되는 은어에 대한 기사를 작성하면서 결혼정보회사 직원들이 커플 형성이 어려운 여자 고객을 ‘진상’이라 부른다고 보도한 바 있다. 진상 고객들은 임금님 모시듯 좋은 상대를 골라 소개해야 화를 내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처럼 ‘진귀한 물품이나 지방의 특산물을 윗사람에게 바치는 행위’를 뜻했던 진상은 최근 ‘허름하고 나쁜 것을 속되게 이르는 말’로도 사용되고 있다. 최근 유행하고 있는 ‘진상’은 이 말의 부정적 의미를 차용해 ‘못생기거나 못나고 꼴불견이라 할 수 있는 행위나 그런 행위를 하는 사람’을 가리키는 말로 쓰이고 있다. ‘진상 떨다’는 말은 ‘유독 까탈스럽게 굴다’라는 의미로 사용된다.

여러 사람이 한 곳에 모이면 꼴불견이 꼭 있듯 많은 사람들이 모여 함께 일을 하고 관계를 형성하는 직장에도 ‘진상’은 있다. 대부분 진상이라고 불릴 정도로 나쁜 모습을 보여주는 이들은 상사들이다. 직장인들이 모이면 ‘상사 욕’이 빠지지 않는 이유도 더 많은 권한과 힘을 가진 상사에게 받은 피해가 더 많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다양한 개성과 개념을 장착한 ‘진상 후배’가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취업포털 커리어가 2014년 직장인 64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직장인 중 56.9%가 ‘후배사원 눈치를 봐야 해서 스트레스를 받은 적이 있다’고 밝혔다. 후배사원들로 인해 받는 가장 큰 스트레스는 ‘조금만 꾸중해도 무서운 선배로 생각하는 태도’가 25.1%로 가장 많았고 ‘무엇이든 생각 없이 물어보는 질문공세’가 24.3%로 뒤를 이었다. 이어 23.7%는 ‘선배가 노하우를 가르쳐 주는 것이 당연하다는 의식’을. 20.2%는 ‘조금만 칭찬해 주면 한없이 빠져버리는 자아도취’를 꼽았다. 자신의 막내 시절과 현재 후배들의 차이점에 대한 복수응답설문에는 ‘하고싶은 말을 참지않고 다 한다’가 59.1%로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했고 ‘상사에 대한 예의가 없다’(50.6%). ‘쉽게 이직이나 퇴사를 생각한다’(38.5%) 등이 상위권에 올랐다.

이처럼 많은 직장인들이 ‘윗사람’뿐만 아니라 ‘아랫사람’ 눈치까지 보느라 회사에서 많은 에너지를 쓰고 있는 것이다.

사진=unsplash.

◆진상후배 첫째 조건은 ‘일을 너무 못한다’

일만 해도 머리가 아픈데 ‘인간관계’ 스트레스까지 더해진 매일을 보내고 있는 직장인들에게 그들이 겪은 ‘후배’들에 대해 물었다.

많은 직장인들이 입을 모아 진상후배의 첫 번째 조건으로 내세운 것은 ‘일을 못한다’였다. 연차와 경험이 부족한 후배가 선배보다 일을 못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그 정도가 지나치다는 것이다.

A씨의 후배는 전형적인 ‘고문관’ 유형이다. A씨는 “나이가 나랑 동갑으로 적지 않은데도 본인이 쓴 물건 제자리에 두는 걸 모르는 것 같다”며 “인사 안하는 건 기본이고 출근은 지각하면서 퇴근은 칼이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기본적인 의사소통도 안돼서 다들 같은 얘기를 하는데 혼자 다른 얘기를 하고 있는 경우도 많다”며 “입사한 지 며칠 지나지 않아 점심시간을 한 시간 넘겨서 들어오거나 일년도 안 지났는데 일주일짜리 휴가를 쓰겠다고 한 적도 있다”며 한숨을 쉬었다. A씨는 나이도 많은 후배가 안쓰러워 매번 좋게 타이르고 있는데 이제는 사사건건 혼을 내야 하는지 고민이라고 했다.

B씨는 “입사한지 2년이 지났는데도 일을 시키면 마무리가 제대로 안되고, 타부서와 커뮤니케이션 문제를 일으키고, 속도까지 느린 후배가 있다”며 “요즘에는 내 일보다 그 친구를 가르치는 일에 시간을 더 많이 쓰는 것 같다”고 말했다. B씨는 후배가 일을 제대로 못해 일일이 확인해야 하기 때문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B씨는 “좋은 대학 나와서 머리도 나쁘지 않을텐데 남들 1시간 할 일을 하루종일 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 답답하다”며 “차라리 성격이나 인성이 안 좋으면 미워하겠지만 일은 또 성실하게 해서 더 미치겠다”고 밝혔다.

일은 못하는 것을 넘어 더한 모습을 보여주는 후배도 있었다. 본인이 못한다는 것을 인정하고 배우려 들지 않고 그 순간에만 각종 이유를 둘러대며 벗어나려 하는 모습이다.

C씨는 “우리 회사의 후배는 일을 못하는 것도 문제지만 자꾸 변명을 하는 게 더 문제다”며 “자기 잘못을 빨리 알고 노력해야 실력이 늘텐데 ‘자기합리화’만 하고 있어 잔소리만 늘어간다”고 밝혔다.

일 못하는 사람 특징./사진=인터넷 커뮤니티 캡처.

◆ 후배 부모님이 회사로 연락하는 경우도

직장인들이 다음으로 말한 것은 ‘예의범절’이었다. 자질과 실력을 떠나 예의 자체가 없는 후배들이 많다는 것이다.

D씨는 “같은 팀에서 일하는 어린 여자후배가 예의가 너무 없다”며 “그냥 한 마디로 ‘생각이 없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많고 가끔은 ‘고등학교를 막 졸업한 스무살’도 그 친구보다는 나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고 밝혔다.

E씨는 예의없는 후배들 덕분에 자신이 점점 꼰대가 되고 있다고 느낀다고 한다. E씨는 “개념 없는 직장후배들을 대하다 보면 나도 모르게 ‘요즘 것들’이라는 단어를 쓰게 된다”며 “꼰대스러운 표현인 것은 알지만 일은 제대로 하지도 못하면서 ‘직장인’이라고 뽐만 내고 다니는 후배들 보면 부아가 치민다”고 토로했다.

F씨의 후배는 처음 모습과 많이 달라졌다. 하루가 다르게 능글맞아지고 뻔뻔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F씨는 “경력이 하루 이틀 쌓이다보니 슬슬 말장난이나 하려들고 시키는 일도 건성으로 하는 팀원이 있다”며 “이 직원을 어떻게 다뤄야하는지 고민이 많다”고 밝혔다.

회사 문화가 다른 부서 후배들을 예의없는 진상후배로 만든다는 직장인도 있었다. 엔지니어인 G씨는 자신의 회사에 기술직과 관리직에 대한 심리적 차별이 존재하고 있어 관리직 직원들은 후배라도 기술직 선배들을 무시하는 경우가 발생한다고 했다. G씨는 “우리회사는 엔지니어는 ‘일꾼’이고 지원파트인 관리직은 ‘운영자’라는 사고방식이 뿌리박혀 있다”며 “한번은 인사팀 후배직원을 나무란 적이 있는데 최근에는 복도나 사무실에서 마주치면 인사조차 안하고 지나간다”고 밝혔다.

사진=해피투게더3 방송화면 캡처.

진상을 넘어 충격적인 행태를 보여주는 후배도 있었다. 성인이 돼서도 부모의 품을 떠나지 못해 직장생활까지 부모에게 의존하는 후배다. H씨는 “후배 중에 한명은 부모가 직장상사에게 직접 연락을 해 자기 자식이 많이 힘들어한다고 말한 경우도 있다”며 “텔레비전이나 인터넷에서만 볼법한 이야기가 우리 회사에서 벌어졌다고 하니 처음 얘기를 들었을 때는 너무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박재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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