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커피 프랜차이즈 평균 영업 지속기간 27개월
주요국 중 1인당 외식업체 수 가장 많아
식품기업, 확대되는 가정간편식(HMR) 사업 강화
식당에서 밥 먹는 사람들/사진=연합뉴스

[한스경제=김지영 기자] 한국 외식 시장이 포화 상태라는 분석이 잇따라 나오는 가운데 1인 가구 증가로 급격히 커지고 있는 냉동식품 등 가정식 대체식품(Home Meal Replacement·HMR)이 외식 시장을 대체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HMR 시장은 나름대로 성장하겠지만 외식업을 완전히 대체할 수는 없다는 의견도 제시되고 있다.

26일 통계청 ‘KOSTAT 통계플러스’ 겨울호에 실린 ‘프랜차이즈와 비프랜차이즈 사업체 비교’ 보고서에 따르면 2015년 기준 프랜차이즈의 평균 영업 지속기간은 52개월이었다. 특히 음식점업(외식업)의 영업 지속기간이 가장 짧은 것으로 나타났다.

◆외식업체 위기…경쟁 심화에 너도나도 폐업

그래픽=이석인 기자

통계에 따르면 프랜차이즈 음식점업 중에서도 커피 전문점이 27개월로 영업 지속기간이 가장 짧았다. 분식·김밥 식당은 34.9개월, 일식·서양 식당이 39.5개월로 뒤를 이었다. 커피 전문점은 2년 남짓 영업 후 문을 닫고 분식·김밥, 일식·서양식 식당은 3년 정도 운영한 후 폐업하는 셈이다.

반면 비프랜차이즈는 프랜차이즈보다는 영업기간이 길었지만 영업기간이 가장 짧은 업종은 마찬가지로 커피 전문점이었다. 비프랜차이즈 커피 전문점의 경우 영업 지속기간이 43.3개월이었다.

한국 외식업체들이 이처럼 빠르게 폐점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지나친 경쟁이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한국의 외식업체 수는 중국, 일본, 홍콩 등 아시아권 국가는 물론 미국, 이탈리아, 프랑스 등 서구권 국가와 비교해도 월등히 많은 편이다.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가 최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외식업체 수는 인구 1만명당 125개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66개, 일본 59개를 크게 웃도는 것은 물론 미식의 나라 미국 21개, 프랑스 26개보다 약 5~6배 많은 수준이다.

하지만 외식업체당 매출액은 다른 국가보다 낮다. 국내 업체당 매출액은 1억1000만원 수준으로 일본(3억4000만원), 중국(5억7000만원)과 미국(9억원)보다 적었다.

수익성도 악화되고 있다. 국내 외식업체 영업이익은 2016년 3942만원에서 2875만원으로 약 17% 감소했다. 지나치게 높은 월세와 최저임금 상승으로 매년 늘어나는 인건비 등도 외식업 지속을 방해하는 요인으로 언급되고 있다.

그래픽=이석인 기자

◆식품기업 효자 HMR, 외식업 대체할까?

외식업의 위기는 대기업 계열 외식 프랜차이즈들에게도 예외는 아니다. CJ푸드빌 빕스는 올 12월에만 14개 매장 문을 닫았으며 한때 외식업계를 평정했던 계절밥상·자연별곡·올반 등 한식뷔페들의 매장 수도 감소 추세다.

반면 HMR 시장은 확대되고 있다. 글로벌 시장 조사 업체 유로모니터인터내셔널에 따르면 국내 HMR 시장 규모는 올해 기준 19억4100만 달러(약 2조1558억원)로 추산된다. 이는 2011년보다 두 배 가까이 성장한 수준이다.

대기업들도 HMR 관련 임원을 대표이사에 선임하며 HMR 사업 몸집 키우기에 나섰다. 롯데그룹은 롯데푸드 대표이사를 맡아 HMR 매출을 1조원에서 1조8000억원까지 끌어올린 이영호 사장을 그룹 식품BU장으로 승진시켰다.

CJ그룹에서는 비비고 글로벌 진출을 주도하고 있는 손은경 CJ제일제당 식품마케팅본부장을 부사장 대우로, 이주은 CJ제일제당 상온HMR마케팅담당이 상무대우로 승진했다.

신세계그룹의 경우 김운아 신세계L&B 대표가 신세계 푸드 제조서비스부문 대표로 이동했다. 김 대표는 신세계L&B 대표를 맡기 전 이마트 가공식품담당 및 HMR담당 임원을 지낸 바 있다. 신세계푸드는 이번 인사를 통해 HMR 생산과 판매 부문을 분리해 전문성을 강화한 후 관련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계획이다.

풀무원도 풀무원식품 김미경 FRM 상무보를 상무로 승진시켰다. FRM은 'Fresh Ready Meal'의 약자로 풀무원식품의 가정간편식을 담당하는 부서다.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여럿이 함께하는 외식 문화가 1인 중심으로 변화하면서 HMR 시장이 커지고 있다”며 “이런 트렌드를 반영해 식품 기업들도 사업 변화를 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HMR이 외식업을 완전히 대체할 수는 없다는 의견도 나온다. 또 다른 식품업계 관계자는 “요즘 소비자는 집에서 밥을 해먹는 것 자체를 귀찮아한다”며 “배달 음식 시장이 커지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라고 설명했다. 그는 “혼자 밥 먹을 수 있는 식당이 많아지는 추세이기 때문에 소비자들은 다시 식당으로 돌아올 것”이라며 “외식업과 간편식은 서로 대체할 수 없는 다른 시장”이라고 말했다.

김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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