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아베 "세계 최초 수소사회 만들겠다"

'수소차 굴기' 선언한 중국, 광폭 행보

중국, 세계 최대 연료전지 업체 인수
수소사회 진입을 앞두고 전 세계가 수소차 패권 장악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연합뉴스
'깨끗한 공기를 마시고 싶다'는 열망은 사시사철 불어닥치는 미세먼지의 위협 속에 어느덧 우리 생활의 많은 부분을 바꿔 놓고 있다. 특히 자동차 분야에서 '깨끗한 공기를 향한 열망'은 서서히 실체를 드러내고 있다. 이산화탄소를 내뿜는 가솔린 차를 대신해 부산물로 물을 배출하는 수소차를 지구 온난화와 매연 문제를 해결하는 중요한 운송수단으로 바꾸자는 노력이 전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수소 경제'의 서막이 본궤도에 오른 셈이다. '한국스포츠경제'는 앞으로 3회에 걸쳐 수소차를 필두로 한 '수소 경제'의 앞날을 예측해 봤다. -편집자 주-

[한스경제=박대웅 기자] 일본, 중국, 미국, 독일 등 전 세계 선진국은 지금 수소사회 진입을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미래 에너지인 수소를 잡는자가 세계 패권을 장악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특히 이웃나라 일본과 중국의 수소사회를 향한 분주한 움직임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수소사회 선두를 달리는 일본과 그 뒤를 빠르게 추격하는 중국 그리고 우리의 현주소를 살펴봤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지난해 "세계 최초 수소사회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연합뉴스

◆아베 "세계 최초 수소사회 만들겠다"

일본은 수소사회 주도권 확보를 위해 가장 먼저 움직인 국가 중 하나다. 일본은 2014년 국가 에너지 기본계획에서 수소사회 추진을 천명했다. 2011년 3·11동일본대지진 후 후쿠시마 원전의 악몽을 경험한 일본은 수소에서 대안을 찾은 셈이다. 일본은 궁극적으로 수소 연료전지와 수소차를 확대해 이산화탄소 배출 없는 사회를 목표로 하고 있다. 지난해 4월 아베 신조 총리는 "세계 최초 수소사회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수소사회 주도권을 잡겠다는 일본의 강한 의지를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일본은 정부와 민간이 함께 손을 맞잡았다. 지난해 12월 도요타, 혼다, 닛산을 비롯해 JXTG, 이데미쓰흥산, 이와타니산업, 도쿄가스, 일본정책투자은행 등 11개 일본 자동차와 에너지 관련 기업은 공동으로 '일본 수소 스테이션 네트워크'라는 회사를 설립했다. 이 회사는 수소연료전기차(FCV)용 충전소 건설 지원을 맡는다. 정부 보조금 및 금융 지원 등으로 일본 주요 대도시에 80개가량의 수소차 충전소를 설치한다. 구체적으로 수소차 충전소 건립 및 운영을 공동화하고 충전소 1개당 4억~5억엔(약 40억5000만~50억2000만 원)가량 드는 건설비 출자자를 모집한다.

일본 정부는 2020년까지 4만 대의 수소차를 도입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하지만 충전소 설치에 막대한 비용이 들어가는 등 인프라 확충이 늦어져 수소차 보급 차질이 우려되자 민관이 함께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올 상반기 기준으로 일본에는 97개의 수소충전소가 있다. 일본 정부는 민관의 적극적인 협력 속에 2025년까지 320개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일본의 수소 패권을 향한 움직임은 서서히 실체를 보이고 있다. 일본은 지난달 23일 주요 20개 국가 정상이 참여한 G20 회의에 앞서 'G20수소에너지 장관회의'를 열고 '도쿄 선언문'을 발표했다. 도쿄선언문은 주요 국가의 수소 관련 기술과 규제, 규약, 기준을 단일화하는 데 협력한다는 내용이다. 프랑스가 2015년 파리기후변화협약 후 온실가스 감축을 주도했듯, 일본이 수소 기술 '표준화'를 주도하겠다는 것이다.

또 일본은 2020년 도쿄하계올림픽을 '수소 올림픽'으로 명명하고 수소사회 일본을 전 세계에 알리겠다는 각오다. 이를 위해 도쿄 전역에 수소버스 100대를 운영하겠다는 계획이다. 올림픽 때까지 수소차를 4만 대로 늘리고 충전소는 160개까지 짓기로 했다. 일본의 친환경 에너지 '수소사회'를 향한 청사진은 속도를 내고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필두로 중국은 '수소차 굴기'를 앞세워 수소차 패권 장악에 열을 올리고 있다. 연합뉴스

◆'수소차 굴기' 수소 패권 노리는 중국

'수소차 굴기.' 중국의 수소차를 필두로 하는 수소사회를 한 마디로 정리하면 이렇다. 일본이 후쿠시마의 교훈을 바탕으로 수소에 눈을 돌렸다면 중국은 심각한 대기오염에서 벗어나고자 수소차에 주목하고 있다. 중국은 2030년까지 수소차 100만 대 보급을 목표로 하고 있다. 중국의 '수소차 굴기' 전략은 막강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한 물량공세다.

단적으로 중국 기업은 8월 수소연료전지 특허만 130개를 갖고 있는 캐나다 업체 발라드를 인수했다. 중국 최대 디젤엔진 업체 웨이차가 지분 19.9%로 최대주주가 됐다. 발라드는 수소차의 핵심인 연료전지를 만드는 글로벌 선두 기업이다. 발라드는 웨이차이에 연료전지 핵심 기술을 이전하고 2021년까지 중국 수소 트럭과 버스에 들어갈 전지를 공동 생산하기로 했다.

중국 정부의 막강한 지원도 수소차 굴기를 앞당기고 있다. 각종 규제로 발목이 잡힌 한국과 달리 중국은 정부 주도 아래 엄청난 속도로 수소충전소 및 수소차 보급에 나서고 있다. 이미 수소차를 생산하는 기업이 10여 개에 달하고 세계 최대 수소버스 생산공장도 중국에 있다. 지난해 한 해에만 수소버스 900대, 수소트럭 200대를 생산했다. 중국 정부는 막대한 보조금으로 자국산(産) 수소차 보급에 열을 올리고 있다. 수소충전소 압력이 350바(bar)인 수소차에만 6000만 원 상당의 보조금을 지원하고 있다. 효율이 더 높은 700바 급인 한국과 일본의 수소차 수입은 막고 있다. 또한 자국 배터리 업체에만 보조금을 지급하는 보호주의 정책으로 자국의 전기차와 배터리 업체를 육성하고 있다.

수소차 시대를 맞아 정부의 과감한 투자와 정책이 필요하다. 연합뉴스

◆세계 최초 수소차 양산화하고도 밀리는 한국

한국은 세계 최초로 상용 수소차를 생산한 국가다. 기술력 만큼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현대차는 1988년 수소차 개발에 착수해 2013년 세계 최초 양산 수소차 투싼ix를 출시했다. 이어 3월에는 전 세계 수소차 중 가장 긴 주행거리(609km)를 자랑하는 넥쏘를 내놨다. 넥쏘의 부품 국산화율은 99%에 이른다. 넥쏘가 전 세계를 누비면 수소차와 수소연료전지의 글로벌 표준이 한국이 되는 셈이다.

하지만 규모의 경제에서 밀리고 있다. 투산ix가 출시 5년 동안 1000여 대를 파는 동안 2014년부터 판매를 시작한 도요타의 미라이는 전 세계를 상대로 모두 5300여 대를 팔았다. 혼다의 클래리티 역시 2016년 이후 2000여 대를 판매했다.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갖고도 판매 부진으로 수익 악화를 겪는다면 기술은 추격 당하기 마련이다.

이미 일본과 중국은 정부의 적극적 지원과 막대한 자본력 그리고 인적 인프라를 바탕으로 '타도 현대차'를 외치고 있다. 일본과 중국에 따라잡히는 건 시간 문제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한국은 2020년 1만 대, 2025년 10만 대, 2030년 63만 대 수소차 보급 계획을 세워 놓고 있다. 일본과 중국에 비해 규모면에서 밀리는 수준이다. 민관 협력으로 수소사회를 건립하겠다는 일본과, 수소차 굴기를 전면에 내세운 중국의 거센 도전을 따돌리기 위해서라도 한국 정부의 보다 적극적이고 과감한 투자와 정책이 필요하다.

박대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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