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법원, 임차인 불법점유 단정할 수 없다
회생절차 M&A 시기상조
조화로운 구조조정 대안..."임대차 입찰 도입해야"
사진=서대문구 제공

[한스경제=양인정 기자] 코레일이 최대 주주로 있는 신촌민자역사(법정관리인 김광준)의 법정관리 절차가 임차인 간의 갈등으로 좀처럼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개장을 앞둔 면세점 등 신촌역사를 중심으로 이해관계가 형성된 소상공인들을 위해서라도 조화로운 구조조정 대안이 나와야 한다는 지적이다.  

26일 구조조정 업계와 파산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서부지방법원 제21부 민사부(재판장 김정운)은 신촌역사가 임차인인 티알글로벌과 탑시티면세점을 상대로 제기한 부동산 명도단행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부동산 명도단행가처분 신청은 부동산을 비워달라는 소송(명도소송) 제기에 앞서 점유자에게 미리 부동산을 비워 줄 것을 요청하는 재판 절차다. 

재판부는 기각 결정문에서 “임차인(티알글로벌)은 계약의 이행을 앞두고 신촌역사로부터 계약 해지를 통보받았지만 이런 해지 통지를 서로 없던 것으로 하는 합의가 쌍방간 있었다고 주장한다”면서 “임차인들이 부동산에 유치권을 가지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고 앞서 해지통지를 없던 것으로 하자는 공증 합의서, 확약서를 작성한 점이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신촌역사와 티알글로벌 등이 제출한 자료로 볼 때 임차인인 티알글로벌이 신촌역사를 바로 비워줘야 할 의무가 있는지 명백하지 않다”고 적시했다. 

신촌역사는 줄곧 임차인인 티알글로벌이 불법점유를 해왔다고 주장했다. 여기에 티알글로벌이 탑시티면세점과 다시 임대차 관계를 맺는 전대차 계약을 체결하면서 신촌역사는 탑시티면세점과도 갈등을 빚었다. 개장을 앞둔 탑시티면세점에는 약 200곳의 중소기업이 물건을 납품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촌역사의 재무상황을 조사해 법원에 보고한 딜로이트안진 회계법인의 조사보고서에 따르면 신촌역사의 재정적 파탄 원인 중 하나는 티알글로벌의 임대차 계약불이행이다.

티알글로벌은 이 같은 보고서 내용에 강력히 반발했다. 티알글로벌 관계자는 “티알글로벌이 신촌역사와 임대차계약을 체결할 당시 신촌역사는 이미 10년 이상 소송 등 분쟁으로 100억원 이상 채무가 있었다”며 “신촌상권이 몰락한 상황에서도 티알글로벌이 면세점 유치가 가능했던 것은 모두 신촌역사의 미래가치를 면세업체에 설득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선납금 지체와 관련해 “계약을 체결하고 선납금을 주려고 보니 신촌역사가 기존 체납세금으로 압류가 됐다”며 “코레일이 이 같은 사실을 알려주지 않았고 신촌역사가 공매위기에 처해 있는데 선뜻 선납금을 지급할 수 없었다”고 강조했다. 코레일(한국철도공사)로 종래 신촌역사의 29.41%의 지분을 가진 최대 주주다.

조사보고서에서는 신촌역사가 지난 2017년 7월 티알글로벌과 임대차 계약 체결을 통해 경영 정상화를 모색하려 했으나 티알글로벌이 계약을 일방적으로 해제해 자금 조달에 실패했다고 적시했다. 

두 회사 간 임대차 계약은 티알글로벌이 임대차보증금 100억원과 최초 1년 임대료 40억원을 신촌역사에 선납하는 것을 주요 골자로 하고 있다. 신촌역사는 이 자금으로 체납세금을 상환하고 월 3억원의 임대료를 운영자금으로 사용할 계획이었다. 

구조조정 업계는 재판부의 이번 가처분 기각 결정으로 신촌역사가 임차인 업체를 내보는 것에 제동이 걸렸다고 분석하고 있다.   

◆ 신촌역사 M&A... 구조조정 업계 “글쎄?”

이 가운데 신촌역사가 법원에 회생절차 M&A를 허가해 달라는 신청을 하면서 문제가 더 복잡해졌다. 임차관계가 정리되지도 않았는데 새 주인을 찾겠다는 것이다. 

구조조정 업계는 M&A가 순조롭게 진행될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안진 회계법인의 조사보고서에 따르면 신촌역사가 현재 파산절차를 통해 청산할 경우 가치는 약 3억원인 반면 계속기업가치는 산출되지 않는다. 오히려 영업을 할수록 약 83억원의 손실만 볼 뿐이다. 그러나 임대사업이 정상화 궤도에 진입하면 약 91억원의 계속기업가치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촌역사의 담보채무는 약 58억원이고 무담보 일반 채무는 약 196억원이다.

구조조정 업계 한 관계자는 “임차인과 면세점 문제로 시끄러운 신촌역사를 선뜻 인수할 업체가 있을지 미지수”라며 “현재 분쟁이 신촌역사의 계속기업가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 업계 ‘임대차 스토킹 호스’ 제안

신촌역사의 정상화를 위해서는 임대차 분쟁의 해결 등 신촌역사와 임차인 등 이해관계인들의 갈등 봉합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현재 티알글로벌은 선납금 약 140억원을 언제든지 납부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 때문에 구조조정 업계와 파산법조계에서는 신촌역사의 분쟁 해결과 관련해 임대차 스토킹호스(Stalking-horse)를 대안으로 내놓고 있다. 

스토킹 호스는 본래 매각절차에서 예비인수자를 수의계약으로 미리 찾아놓은 후, 경쟁입찰을 진행해 해당 입찰이 무산되는 경우 예비인수자에게 우선매수권을 부여하는 것을 말한다. 매각절차의 스토킹 호스를 임대차 관계에서도 적용하자는 대안이다. 

신촌역사에 임대차 스토킹 호스절차를 적용하면 현재 임차인에게 예비 임차인 지위를 인정해 주고 더 좋은 조건의 임차인이 나타나면 예비 임차인의 손실을 보전해 주고 새로운 임차인이 될 수 있다.

임대차 스토킹 호스 절차를 제안한 파산법조계 한 변호사는 “임차인인 티알글로벌이 선납금 납부를 공언하고 이미 면세점을 유치해 개점을 앞둔 상황에서 이보다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하는 임차인과 입찰경쟁을 유도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며 “이 절차는 M&A에 앞서 시도하거나 M&A와 동시에 진행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양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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