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한스경제=김솔이 기자] 뉴욕 증시에 ‘산타 랠리’는 없었다. 사상 처음으로 크리스마스이브에 3대 지수가 1% 이상 급락했다. ‘트럼프 리스크’가 부각되면서 금융시장의 불안을 키운 탓이다. 국내 증시 역시 트럼프발(發) 불확실성에 당분간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뉴욕증권거래소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지난 24일(현지시간) 전 거래일 대비 653.17포인트(2.91%) 내린 2만1792.20에 장을 마쳤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전날보다 65.52포인트(2.71%) 하락한 2351.10에,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140.08포인트(2.21%) 떨어진 6192.92에 마감했다.

◆ 금융시장 불안케 하는 ‘트럼프 리스크’

시장의 예상대로 산타가 찾아오지 않은 셈이다. 통상 뉴욕 증시는 소비 심리가 살아나는 매년 마지막 주와 연초마다 반짝 강세를 보였다. 그러나 독단적이고 예측 불가능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가 투자심리를 위축시키고 있다. 최근 금융시장에서 ‘트럼프 리스크’라는 말이 자주 쓰일 정도다.

이날 뉴욕 증시 급락의 가장 표면적인 이유는 ‘셧다운(shutdown·정부 일시 폐쇄)’ 사태다. 앞서 멕시코 국경장벽 예산을 둘러싼 여야 간 대립이 이어지면서 미국 연방정부는 지난 22일(현지시간)부터 셧다운에 돌입했다.

문제는 셧다운이 장기화할 수 있다는 점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민주당 인사들 대부분이 국경장벽 건설을 지지했었다”며 “국경장벽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물러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그러나 민주당으로선 하원 다수당 지위를 갖는 내년까지 협상에 나서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믹 멀베이니 백악관 비서실장 대행 겸 예산국장은 지난 23일 “셧다운이 내년 초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 가운데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의 해임설이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측근들과 파월 의장에 대한 해임안을 논의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 등 고위 경제 관료들이 즉각 부인하고 나섰지만 정작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에 “미국 경제의 유일한 문제는 연준”이라며 비판을 멈추지 않았다. 파월 의장이 해임될 경우 파장이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시장은 불안에 떨고 있다.

◆ 일본 닛케이지수, 1년 3개월 만에 2만선 내줘 

미국발 악재에 글로벌 증시는 일제히 최악의 크리스마스를 맞았다. 같은날 영국 런던 증시에서 FTSE100지수는 전일 대비 35.18포인트(0.52%) 하락한 6685.99에 거래를 마쳤다. 종가 기준 2016년 9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프랑스 파리 증시의 CAC40지수 또한 전날 대비 67.99포인트(1.45%) 내린 4626.39에 장을 마감했다.

아시아 증시 역시 마찬가지다. 전일 휴장했던 일본 증시는 25일 개장과 동시에 급락, 심리적 지지선인 2만선이 1년 3개월 만에 무너졌다. 오후 2시 49분 현재 닛케이225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969.30포인트(4.81%) 하락한 1만9196.89를 기록 중이다. 중국 증시에서 상하이종합지수는 전날보다 45.61포인트(1.80%) 내린 2481.40을 기록하고 있다.

◆ 국내 증시, 美 셧다운 영향 제한적…장기화 여부 경계해야

국내 증권가에서는 단기적으로는 국내 증시에서 미국 셧다운 사태의 여파가 크지 않다고 보고 있다. 기존 사례를 고려했을 때 셧다운 이후 오히려 금융시장이 안정을 찾아간 사례가 많았다. 

서상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1990년 이후 4차례의 셧다운 당시 코스피는 셧다운 직전까지 매물이 출회되는 경향을 보였으나 셧다운이 시행된 다음엔 반등했다”며 “셧다운 자체가 정치적인 사안인 만큼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적기 때문으로 추측된다”고 설명했다. 

노동길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기존 셧다운은 장기화 가능성이 낮아 증시 하락을 유발하지 않았다”며 “2013년 셧다운 사례에서 미국과 국내 증시는 반등했다”고 전했다. 실제 1976년 이후 발생한 20차례 셧다운의 평균 지속 기간은 6.5일이었다. 지난 1월과 2월의 셧다운은 각각 3일, 9시간만 계속됐을 뿐이다. 

그러나 일각에선 미국발 악재의 불확실성이 커진 만큼 국내 증시의 변동성이 확대될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가 이어지는 가운데 ‘트럼프 리스크’가 제대로 겹친 격이다. 셧다운 기간이 길어지면 내년 미·중 무역협상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도 있다. 이에 따라 글로벌 증시가 출렁인다면 국내 증시 또한 투자심리가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 

이은택 KB증권 연구원은 “셧다운 장기화로 미·중 무역협상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며 “투자심리 문제는 결국 해결되겠지만 당분간 증시 불확실성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솔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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