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웹드라마 '상상고양이'는 주인공이 고양이를 기르면서 상처를 치유해가는 과정을 그려 반려인들의 많은 사랑을 받았다. 사진=연합뉴스

반려동물이 급증하는 가운데, 특히 고양이 용품 산업의 성장세가 눈부시다.

18일 반려동물 사료업체인 퓨리나는 자사의 고급 습식사료 ‘팬시피스트’의 매출이 2010년부터 매년 평균 50%의 성장을 기록하고 있다고 밝혔다. 강아지용 습식사료(40%)보다 높은 수치다. 인터넷 반려동물용품몰 ‘펫플러스’도 작년에 반려묘 용품 판매 증가율이 35%로 반려견 용품(24%)보다 성장세가 가파르다고 전했다.

이는 고양이를 기르는 가구가 급증하면서 일어난 현상이다. 작년 말 농림축산검역본부에 따르면 반려묘 사육 가구수 추정치는 110만에 달했다. 2012년(68만가구)의 두 배에 가까워진 것이다.

또 고양이는 개에 비해 미용 빈도가 극히 적고, 옷을 입는 경우도 드물다는 것도 고양이 용품 산업 성장의 이유 중 하나다. 반려인들이 이들에 쓸 비용으로 용품을 소비한다는 분석이다.

 

◆ 새침한 매력에 ‘집사’로 ‘간택’

반려인들 사이에서 고양이를 기르는 사람은 흔히 ‘집사’라고 불린다. 고양이를 모시고 산다는 의미다. 새로운 고양이를 기르게 된 반려인도 “입양했다”는 말 대신, 고양이가 집사로 자신을 선택했다는 뜻의 “간택받았다”고 소개한다.

이는 고양이의 매력에 대한 극단적인 표현이다. 고양이의 도도한 성격이 반려인으로 하여금 ‘모시지’ 않으면 안될 만큼 사랑스럽다는 것이다.

사실 고양이는 개만큼 주인에 대한 충성심이나 애교 수준이 높지 않다. 최근 영국 공영방송 BBC는 반려동물이 10분간 주인과 어울렸을 때와 혼자 있을 때의 옥시토신을 각각 측정, 비교한 자료를 발표했다. 그 결과, 개는 57.2%의 옥시토신 분비 증가를 보인 반면, 고양이는 12%만 늘었다. 수치로만 보면 고양이는 주인을 개보다 20%정도만 좋아하는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양이가 현대인들이 선호하는 반려동물이 된 데에는 현대사회의 양식변화 영향이 크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1인가구 급증으로 혼자서도 잘 지내는 반려동물이 필요했다는 것이다. 고양이는 산책을 하거나 놀아줄 필요가 없고, 목욕 등의 관리가 거의 불필요하다는 점도 개인주의가 팽배한 현대인들에게 매력적일 것으로 전문가들은 추정했다.

실제로 많은 반려인들은 고양이를 반려동물로 선택한 이유로 독립적인 성격을 꼽는다. 고양이는 밥과 물, 화장실만 있으면 혼자서도 잘 지낸다. 심지어는 집을 나갔다가도 배가 고파지면 밥을 먹기 위해 문을 두드렸다는 사례도 상당히 많다.

고양이를 기르는 한 반려인은 “퇴근 후 집에 들어가도 고양이는 다리를 스치고 한 번 지나갈 뿐, 반갑게 인사하거나 안기지 않는다”며 “하지만 그런 독립적인 모습이 오히려 삶에 지친 나를 위로해주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반면 가장 흔한 반려동물인 개는 주인 의존도가 높아, 혼자 두면 우울증에 걸리는 등 위험요소가 있다. 또 목욕, 산책 등 주인의 손이 많이 필요해, 반려인이 많은 시간을 뺏길 수밖에 없다. 때문에 최근에는 개를 혼자 두게 하는 것도 학대로 분류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 일본은 반려묘와 반려견의 비율이 비슷할만큼 고양이에 대한 인기가 높다. 일부 기차역에는 고양이가 역장을 맡고 있기도 하다. 사진=연합뉴스

◆ 인식도 조금은 좋아졌지만 …

고양이에 대한 나쁜 인식이 많이 사라졌다는 것도 반려묘 증가의 중요한 원인이다. 작년 농축산검역본부의 조사에 따르면 길고양이에 대한 TNR 정책을 찬성하는 국민이 86%나 됐다.

TNR(Trap Neuler Return)이란 계속 증가하는 길고양이 개체수 조절 정책으로, 길고양이를 포획 후 안락사하는 대신, 중성화 수술을 시킨 후 돌려놓는 방법이다. 인도적인 방법일 뿐 아니라 고양이를 도시 생태계의 일부분으로 인정한다는 의미도 있다.

그럼에도 고양이는 여전히 영물이나 ‘재수 없는’ 동물로 많이 인식돼 있다. 세계적으로도 고양이는 영물이지만 유독 우리나라는 고양이에 대해 부정적이다. 아기가 우는 것 같은 고양이의 울음소리나 검은 고양이가 대표적인 것들이다.

실제로 우리나라 각지에서는 고양이 학대 사례들이 계속 보고되고 있다. 불법으로 길고양이를 포획, 잔인하게 살해해 약용으로 쓰는 경우부터 길고양이를 위해 마련한 급식소에 일부러 독극물을 탄 사례도 있다. 심지어는 이곳에 목이 잘린 아기 고양이의 사체를 가져다 둬, 급식소의 운영에 대한 논란이 일기도 했다.

특히 작년 10월에는 용인의 한 아파트 단지 안에서 고양이에게 밥을 주던 캣맘(길 고양이를 돌보는 사람)이 옥상에서 한 초등학생이 던진 벽돌에 맞아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해 애묘인들에게 큰 충격을 줬다.

고양이에 대한 이런 나쁜 인식은 고양이 용품 산업 발전에도 악영향을 끼친다.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고양이를 기르고 싶지만 가족의 반대로 그러지 못한다는 사례가 꽤 있다. 고양이를 파양ㆍ유기하는 상당수도 이런 이유에서다.

동물보호단체 케어의 관계자는 “아직도 동물학대 신고의 절반이 고양이가 대상일 만큼 고양이에 대한 인식은 부정적이다”며 “길 고양이들도 도시의 생태계 중 하나로 자리잡고 있는 만큼 고양이에 대한 인식 제고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 우리나라는 아직 고양이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다. 경상남도 창원에서 화살에 맞은 길고양이가 발견돼 사람들의 걱정을 자아냈다. 사진=연합뉴스

김재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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