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함브라 궁전의 추억' 속 게임 장면들.

[한국스포츠경제=정진영 기자] 최근 방송되고 있는 tvN 주말 드라마 드라마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은 증강현실 게임을 소재로 하고 있다. 현실과 게임 속 공간의 경계가 사라지는 특수한 스마트 렌즈는 지난 해 우리나라를 떠들썩하게 달군 증강현실 게임 포켓몬 고의 미래 버전을 상상하게 한다. 지금 TV가 우리의 근미래를 탐닉하고 있다.

■ 증강현실부터 A.I까지… 우리의 근미래는 어떨까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은 투자회사 대표인 유진우(현빈)가 비즈니스로 스페인 그라나다에 갔다가 전직 기타리스트였던 여주인공 정희주(박신혜)가 운영하는 싸구려 호스텔에 묵으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여기에는 정희주의 동생이자 천재 프로그래머인 정세주(찬열)가 등장하는데, 세주가 개발한 증강현실 게임이 이 작품에서 중요한 축을 차지한다.

세주가 만든 게임은 유진우의 회사가 가지고 있는 스마트 렌즈와 호환된다. 이 렌즈를 착용하고 게임을 시작하면 그라나다 전역이 게임 속 세상으로 변한다. 평범한 카페에 갑자기 갑옷으로 무장한 기사가 나타나고, 손에는 다른 사람들 눈에는 보이지 않는 검이 생긴다. 게임 속 캐릭터들은 주차된 차, 분수대 등 현실에 존재하는 사물과 풍경을 그대로 자신들의 영역으로 활용한다. 유저로서는 현실과 게임을 구분할 수 없는 지경에까지 이르게 되는 것이다.

'인간지능'에서 인간지능을 연기한 작가 김정기.

JTBC 예능 프로그램 '인간지능-가장 완벽한 A.I'(이하 '인간지능')에서는 곧 우리의 삶에 파고들 인공지능의 이모저모를 만나볼 수 있었다. '인간지능'은 미래형 최첨단 인공지능을 소재로 한 2부작 페이크 리얼리티 프로그램이다. '드로잉 천재'라 불리는 작가 김정기와 방송인 김종민, 소녀시대의 효연이 각각 휴먼 A.I(인공지능)를 연기했다. 이들은 각자의 영역에서 인간지능을 의뢰한 송민호, 아이즈원, 민경훈을 돕는데, 흡사 실제 인공지능 로봇 같아 아닌 걸 알면서도 보는 이들을 헷갈리게 하기도 했다.

최근 인공지능 스피커와 자율주행 자동차 등 A.I 기반의 제품들이 잇달아 출시되며 우리의 삶에 자리잡고 있다. 이런 빠른 기술 개발 속도는 '인간지능'이 보여준 것과 같은 인간과 구분이 되지 않는 인공지능 로봇이 등장할 날이 머지 않았음을 예감케 한다.

'블랙미러' 포스터.

■ 해외도 탐닉하는 근미래 기술

근미래에 구현될 기술을 소재로 한 TV 프로그램들의 등장은 비단 국내에만 국한된 일이 아니다. 대표적으론 영국 채널4에서 시작돼 콘텐츠 스트리밍 서비스 넷플릭스의 오리지널 시리즈로까지 이어진 '블랙미러'가 있다.

'블랙미러'는 과학 기술이 급격하게 발전하면서 이 기술들이 우리 사회에 미치는 악영향을 극단적으로 이야기한 드라마다. '블랙미러'에 나오는 기술들은 충분히 있을 법해서 더욱 몰입된다. 드라마가 소개하는 부작용 역시 그래서 더 와 닿는다.

온 국민이 사랑하는 영국의 왕족인 수잔나 공주가 납치된 뒤 납치범이 공주를 풀어주는 조건으로 수상이 돼지와 성관계를 갖는 것을 내건다는 내용의 1편은 많은 이들에게 충격을 줬다. 수상의 엽기적인 성관계 장면을 보겠다고 정작 중요한 공주의 행방에선 모두가 고개를 돌려버린 상황. 이미 풀려난 공주가 터벅터벅 거리를 걷는 장면은 디지털 세상에 탐닉하느라 현실의 중요한 면면들을 놓치고 있는 우리 스스로를 돌아보게 했다.

이후 이 작품은 보고 들은 모든 것을 기록하는 스마트 렌즈, 생전 고인의 SNS 사용 기록과 영상 및 음성 콘텐츠를 분석해 죽은 사람의 말과 행동을 유사하게 따라하는 인공지능 로봇, 가상 세계에서 받은 '좋아요' 수에 따라 입장할 수 있는 곳에 제한을 받는 계급 사회, 무너진 생태계를 회복시키고자 만든 로봇 벌 등 근미래에 구현될 가능성이 있는 최첨단 기술들을 제시했고, 그 인기에 힘입어 시즌 4까지 방송됐다.

넷플릭스의 다큐멘터리 '팔로우 어스: 우리 지금 세계'는 보다 가까운 기술들을 소재로 한다. 버즈피드의 기자들은 섹스 로봇, 종말을 대비하는 흑인 생존주의자, 딥페이크, 냉동 배아 등 현존하고 있으며 점차 대중 사이로 퍼져나가고 있는 기술들을 취재하고 소개한다. 이 외에 지구보다 나은 삶을 위해 사람들이 우주로 떠난다는 내용의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로스트 인 스페이스'나 인공지능과 인간이 공존하는 시대를 그린 웹드라마 ‘고래먼지’ 등 근미래를 다룬 콘텐츠는 많다.

이제 사람들은 3D 프린터로 '아이언맨' 슈트를 프린팅하고, 사이드 미러를 대체할 미러리스 기술이 탑재된 자동차가 상용화를 앞두고 있으며, 인공지능이 세계 최고의 바둑 기사를 상대로 압승을 거두는 시대에 살고 있다. 하루가 멀다 하고 새로운 기술이 출시되는 현재, TV 프로그램들이 저마다의 상상력을 발휘해 우리의 미래를 내다보고 있다.

사진=tvN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 JTBC, 넷플릭스 제공

정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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