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소비자, 경기불황에 '익숙한 맛' 찾아…신제품 출시 '잠잠'
맛 살짝 바꾼 '형제 제품'만 출시 잇따라
서울 한 대형마트 과자 매대/사진=연합뉴스

[한스경제=김지영 기자] 지속되는 경기 불황과 경쟁 심화로 국내 제과 업체들 사이 큰 모험을 하지 않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신제품은 찾아보기 힘들고 맛을 살짝 바꾼 이른바 ‘형제 제품’들만 마트 매대에 채워지고 있다.

26일 제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제과시장은 2015년을 기점으로 규모가 줄어들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국내 제과시장 규모는 2015년 6조7344억원으로 정점을 찍은 뒤 2016년 6조7211억원, 2017년 6조5658억원으로 지속적으로 감소했다.

작아지는 규모에 제과 업체들도 안정적으로 매출을 올릴 수 있는 제품 판매에 집중하는 분위기다. 2014년 제과 시장에 돌풍을 일으켰던 해태제과 ‘허니버터칩’ 이후로 좀처럼 히트 신상품이 나오지 않는 것도 이 같은 이유다. 지난해 3월 출시된 오리온 ‘꼬북칩’이 출시 두 달 만에 누적판매량 500만개를 돌파하며 허니버터칩 돌풍을 이어갔지만 연매출 500억원 이상을 올리는 스테디셀러 오리온 ‘초코파이’, 롯데제과 ‘꼬깔콘’ 등을 넘어서지는 못하고 있다.

그래픽=이석인 기자

◆소비자, ‘아는 맛’만 찾는다

제과 업계에서 ‘메가 브랜드’로 불리는 연매출 1000억원 이상 제품은 지난해 기준 롯데제과 ‘자일리톨’이 유일하다.

‘중박’ 제품인 500억원 이상 제품은 롯데제과가 꼬깔콘(900억원)·빼빼로(950억원)·가나(720억원)·몽쉘(520억원) 네 개 품목으로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다. 오리온은 초코파이(882억원)·포카칩(783억원)·오징어땅콩(592억원) 세 품목을 판매 중이며 농심은 새우깡이 연 700억원 매출을 올렸다.

국내 한 대형마트가 올 1월부터 11월까지 매장에서 팔린 일반 브랜드(NB) 과자 매출을 분석한 결과 비스킷 분야에서는 홈런볼 초코, 스낵 분야에서는 맛동산이 가장 많이 팔린 것으로 조사됐다.

홈런볼에 이어 비스킷 중에는 칙촉, 빈츠, 마가렛트 오리지널, 에이스가 소비자들의 선택을 많이 받았다. 스낵 중에서는 찹쌀선과, 찹쌀설병, 쌀로별 오리지널, 허니버터칩, 고래밥 볶음양념맛, 오사쯔가 10위권 내에 들었다.

2000년 이전에 출시된 장수 제품들이 소비자의 꾸준한 선택을 받고 있으며 2010년대 이후 출시된 과자 중 10위권 내에 이름을 올린 제품은 허니버터칩이 유일했다.

◆제과 업계, 맛 변형 제품만 ‘우수수’

최근 제과 업계에서 히트 신상품은 사라진지 오래다. 2014년 출시돼 돌풍을 일으켰던 허니버터칩도 2015년 연매출 900억원을 찍은 뒤 해태제과의 기대치를 밑돌고 있다. 현재 허니버터칩 월 매출은 80억원 수준이다. 해태제과는 2016년 2017년 허니버터칩 매출 예상을 1800억원으로 제시한 바 있다.

소비자들이 스테디셀러만 찾다보니 제과 업계 내에서도 큰 모험을 하지 않는 분위기다.

최근 1~2년 사이 기업들은 인기 있는 기존 제품의 맛을 약간 변형한 형제 제품을 내놓으며 소비자 지갑 열기에 열중이다.

해태제과가 허니버터칩에 벚꽃 원물을 추가한 ‘허니버터칩 체리블라썸’을 비롯 ‘허니버터칩 메이플시럽’, ‘허니버터칩 아몬드카라멜’ 등을 내놓은 것이 이 같은 사례다.

오리온도 2016년 ‘초코파이 바나나’를 출시해 반짝 인기를 누렸으며 올 4월에는 ‘생크림 파이’를 출시해 지난 10월 낱개 기준 누적판매량 3000만개를 돌파했다.

농심도 지난 5월 새우깡의 맛을 변형한 ‘깐풍 새우깡’을 출시했다. 롯데제과는 ‘마가렛트’에 고로케 맛을 더한 ‘마가렛트 고로케’, 비스킷 빠다코코낫을 스낵화한 ‘빠다코코낫볼’을 선보였다.

업계 관계자는 “스낵의 경우 나올만한 맛은 거의 출시됐기 때문에 완전한 신제품이 나오기 어려운 구조”라며 “경기가 어려울수록 새로운 도전을 하지 않으려는 소비 경향도 신제품의 스테디셀러 정착을 막는 장애 요소로 꼽힌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과거에 비해 간식거리가 다양해지면서 제과 업계 성장이 주춤한 것으로 보인다”며 “맛 변형 제품을 신제품으로 보지 않는 경향이 있는데 품목에 따라 신제품 개발 만큼의 비용이 투입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해외 시장 진출 등 제과 업계에서도 내수 시장 한계 극복을 위한 다양한 돌파구를 모색 중”이라고 말했다.

김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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