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포츠경제=편집자] 여기저기 보이는 구세군의 빨간 냄비, 해마다 보는 풍경이 어느새 한해의 끝자락임을 알려주는 상징 같다. 그냥 지나치긴 뭔가 미안한 맘이 들어 작은 성의를 표한다. 내 작은 정성이 어려운 이웃에게 쓰인다는 뿌듯함도 있지만 그저 올해를 마감하는데 착한 일 한 가지는 해야 해피엔딩 연말이 되지 않을까하는 기대감이 앞선다. 좋은 일은 좋은 일을 불러오듯, 이내 엄마 손을 잡은 꼬마 아이가 빨간 냄비에 꼬깃꼬깃 접은 지폐 한 장을 넣는다. 그리고는 밝게 웃는 얼굴로 엄마를 쳐다본다. 아이의 해맑음이 세상 무엇보다 예쁘게 보인다.

매일 접하는 이런저런 뉴스들은 좋은 소식 보다는 나쁜 소식 투성이다. 그런 가운데 미담을 발견하면 마치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발견한 것처럼 흥분된다. 최근 ‘빚투’ 관련 뉴스들로 몸살을 앓고 있는 연예계에 중화권 스타 ‘주윤발의 전 재산 기부 소식’은 입버릇처럼 쓰는 ‘리스펙’이라는 유행어만으로는 도저히 그 선행의 깊이를 담아낼 수가 없을 것 같다. 성냥개비를 입에 물고 있는 모습이 멋있었던 영화 ‘영웅본색’의 주인공이 이제는 검소하고 평범한(?) 모습으로 현실의 ‘영웅’이 됐다. 범람하는 나쁜 돈 관련 뉴스를 ‘좋은 돈’으로 한방에 희석시켜버린 영웅 말이다.

처음, 사람들은 한화로 8100억(56억 홍콩달러)이라는 주윤발의 어마어마한 재산 규모에 놀랐다. 그리고는 곧 그 재산 전부를 기부한다는 뉴스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 또 그가 밝힌 돈에 관한 생각들은 기부행위 이상으로 많은 사람들을 감동케 했다. “돈이라는 것은 내 것이 아니다. 나는 잠시 맡아서 보관할 뿐이다. 돈과 재산은 내가 죽으면 아무런 의미가 없는 물건이다. 전부 기증해 가난한 이들을 돕는데 쓰도록 하겠다”

돈은 우리에게 어떤 의미일까?

우리는 잘 살기 위해 돈을 벌려고 애쓴다. 남들보다 더 넓은 집, 더 비싼 자동차를 갖고 싶어하고 이를 또한 누군가에게 자랑하고 싶어한다. 돈은 부자와 가난을 나누며 성공과 실패의 잣대가 된다. 소유욕을 채우기 위해 벌어지는 일탈 행위들은 비단 뉴스를 장식하는 범죄자들에게만 국한된 모습은 아닐 것이다. 우리의 머릿속에도 좋은 돈의 모습보다는 나쁜 돈의 모습이 이따금씩 유혹적으로 다가올 때가 있다. 단지 행동하지 않고 상상만으로 그치기에 선인(善人)으로 보일 뿐.

물론 돈을 열심히 버는 행위는 삶을 위해서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물질만능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가 간과하고 있는 것이 있다. 바로 ‘어떻게 써야 하는 것인가’의 문제다. 기본적인 욕망의 충족과 심리적 안정을 위해 돈은 다다익선(多多益善)임에 틀림없다. 많으면 많을수록 좋은 것. 그러나 한자 그대로 많으면 많을수록 ‘선(善)’이 증가되는지는 의문이다. 더 가지려고 하는 ‘욕심’이 늘어나는 게 아닐까? 돈에 집착할수록 타인까지 돈과 같은 도구의 개념으로 보인다는 연구결과를 접한 적이 있다. 물질이 우선인 시대에 나타날 수밖에 없는 폐해다.

“Spending money on others promotes happiness.”

2008년 ‘사이언스’에 발표된 논문 제목이다. 남을 위해 돈을 쓸 때 행복해진다는 뜻이다.

한해를 보내는 지금, 주윤발의 통 큰 기부는 우리에게 이런 질문을 던지고 있다.

당신은 지금 돈을 어떻게 쓰고 있는가?

 

●권상희는 동덕여대 방송연예과와 국민대 대학원 영화방송학 석사과정을 졸업했다. 2002년부터 영화 드라마 연극 뮤지컬 방송진행 등 다양한 미디어를 경험했고, 고구려대학 공연예술복지학부 외래교수를 역임한 뒤 문화평론가로 활발히 활동 중이다.

편집자

저작권자 © 한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