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양지원 기자] 영화 ‘마약왕’(19일 개봉)에는 배우 송강호의 필모그래피에서 볼 수 없던 파격적인 연기가 담겼다. 송강호는 전설의 마약왕으로 거듭난 한 남자의 흥망성쇠를 다룬 이 영화에서 신들린 듯한 연기력을 과시했다. 부산의 평범한 밀수업자가 마약계에 몸을 담그게 되면서 욕망과 집착으로 파멸해가는 과정을 충격적인 연기로 완성했다. 전작 ‘택시운전사’ 속 소시민적 인물과 전혀 상반되는 캐릭터를 연기한 송강호는 “일관된 인물이 아니라는 점에서 호기심을 느꼈다”고 말했다.

-우민호 감독이 직접 시나리오를 전달했다. 출연을 결심하게 된 궁극적인 이유는.

“마약이라는 사회악에 대한 존재가 미국과 남미와는 전혀 다르다 보니 배우로서 두렵기도 했다. 하지만 강한 호기심을 느꼈고 도전하고 싶은 마음이 더 컸다. 실제 사건에서 오는 리얼함도 느꼈고 10년에 걸친 이두삼이라는 인물의 변천사가 상당히 매력적이었다.”

-이두삼은 인간의 다양한 얼굴을 가진 인물인데.

“마약이라는 세계를 집중 탐구하기보다는 인간의 본질적인 모습과 한 남자의 굴곡진 인생을 표현하고자 했다. 삐뚤어진 욕망이 집착과 파멸로 이어지는 모습을 통해 인간이라는 존재가 이렇게 나약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려고 했다. 돈의 쾌락을 놓지 못하는 인간의 모습에 초점을 맞췄다.”

-주로 평범하지만 정의로운 캐릭터를 연기했는데 소시민적 이미지를 탈피하고픈 마음이 컸나.

“그간 진지하고 소시민적이고 정의로운 이상을 추구하는 인물을 연기했다. 일부러 막 이런 연기를 하고 싶다고 한 건 아니다. 미지의 마약세계를 기다린 것도 아니다. (웃음) 어쩌다 보니 적절한 시기에 다른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는 작품을 만나게 됐다. ‘마약왕’을 통해 ‘초록물고기’ ‘넘버3’ 속 펼친 유쾌함을 유연하게 다 발휘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실제로 마약에 취한 듯한 연기를 하는 게 꽤 힘들었을 듯하다.

“기본적으로 제작진에서 책으로 된 자료들을 주긴 했는데 그건 도움이 되지 않았다. 머리에는 들어오지만 몸으로 표현되기는 힘들었다. 어쩔 수 없이 상상력과 연습을 동원했다. 혼자서 연구하고 연습할 때 공을 많이 들였다.”

-극의 말미 경찰과 대치하는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그 장면만 일주일 정도 촬영했다. 많이 힘들었다. 물론 거꾸로 매달려 맞는 장면도 쉽지 않았다. 그 중에서도 가장 힘든 건 마약에 취한 정신세계를 표현하는 것이었다. 막상 화면을 보니 어떤 경험도 없는 상태였기 때문에 실감나는 연기가 나올 수 있었던 것 같다. 모든 세포가 다 살아난 느낌으로 연기했다.”

-김소진과 부부 호흡을 맞춘 소감은.

“십 몇 년 전에 한국예술종합학교에 특강을 나간 적이 있다. 그 때 김소진은 학생이었다고 한다. 김소진은 ‘더 킹’에서 아주 괄목할 만한 연기를 보여줬다. 당시에는 비중이 많지 않았기 때문에 ‘마약왕’이 첫 영화나 마찬가지라고 했다. 늘 임하는 자세가 겸손하다. 기초 훈련이 굉장히 잘 된 배우라는 생각이 든다.”

-‘괴물’ ‘변호인’ ‘택시운전사’가 모두 천만 관객을 돌파했다. ‘흥행 배우’인데 아쉬운 작품은 없나.

“1000만 관객을 돌파한다고 아쉽지 않겠나. 늘 아쉬움은 있는 것 같다. 관객들에게 평가를 덜 받고 작품에 문제가 있었다기보다는 스스로 능력이 부족하다고 느끼기 때문에 아쉽다. 우리 인생사가 늘 좋은 길만 갈 수 있는 건 아니지 않나.”

-연말을 맞아 다양한 경쟁작들이 개봉한다. 원톱 주연 영화인만큼 책임감을 더 느낄 텐데.

“다양한 영화들이 개봉해서 좋은 것 같다. 관객들도 다양한 선택을 할 수 있으니까. ‘마약왕’ 같은 경우 관객들의 호불호가 갈릴 것으로 예상한다. 우민호 감독의 전작 ‘내부자들’처럼 기승전결이 확실한 구조가 아니기 때문이다. 익숙하지 않은 것에서 느끼는 배신감이 있지 않을까 싶다.”

-‘스리 천만 배우’라는 수식어 때문에 늘 관객들의 기대감이 높다.

“부담이 없다면 거짓말이다. 활동에 부담을 느끼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부담이 작품 활동이나 방향성을 좌지우지하는 건 아니다. 늘 자극을 주는 부담감이다. 이번에도 (흥행) 결과를 떠나 관객들에게 새로운 도전으로 평가 받고 싶다. 결과는 겸허히 받아들일 것이다.”

- ‘배우는 외롭고 고통스럽다’고 말하기도 했는데.

“겉으로 봤을 때는 화려해 보일지 모르지만 과정 자체가 달지만은 않기 때문에 외롭고 고통스럽다고 말했다. 누군가에게 도움을 받을 수도 없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을 극복할 수 있는 건 좋은 작품을 만나 희열을 느끼는 것이다. 늘 좋은 작품을 갈망한다.”

사진=호두앤유엔터테인먼트 제공 

 

양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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