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는 27일 은행과 저축은행의 불공정 약관 12개 조항에 대해 주무부처인 금융위원회에 시정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한스경제=이승훈 기자] 저축은행이 고객에게 담보로 받은 물건을 임의로 처분할 수 있도록 한 현행 약관조항이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은행·상호저축은행에서 사용하는 약관 심사를 통해 12개 유형의 불공정 약관 조항에 대해 금융위원회에 시정을 요청했다고 27일 밝혔다.

은행은 대여금고 약관의 부당한 책임 면제 조항, 전자금융서비스 이용 약관의 수수료 변경 시 사전통지절차를 규정하지 않은 조항 및 고객에게 손해배상책임을 떠넘기는 조항 등 8개 유형이 해당된다. 상호저축은행은 (근)질권 설정 계약서 약관의 법정절차에 의하지 아니하고도 담보물을 처분할 수 있도록 규정한 조항 등 4개 유형이다.

우선, 공정위는 저축은행이 고객에게서 담보로 받은 물건을 마음대로 처분할 수 있도록 한 현행 약관조항에 대해 시정을 요구했다. 저축은행의 담보물 처분은 법정 절차에 따라야 한다. 하지만 현행 저축은행 약관에서는 예외적으로 저축은행의 채권 보전이 어렵다면 저축은행의 재량으로 담보물을 처분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공정위는 이 조항이 저축은행의 재량범위를 지나치게 넓게 인정하고 있어 고객에게 손해가 발생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은행 지점에 설치된 대여금고 열람도 한층 깐깐해질 전망이다. 현행 대여금고 약관에 따르면 신고인감 또는 서명을 육안으로 주의 깊게 대조해 틀림없다고 여기고 임차인용 열쇠를 가진 자에게 대여금고를 열람하여 발생한 어떠한 사고는 은행이 그 책임을 지지 않는다. 공정위는 위 약관 조항을 사업자의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인한 법률상의 책임을 배제하고, 상당한 이유 없이 사업자의 손해배상범위를 제한하는 조항으로 무효로 봤다.

공정위는 은행의 수수료 변경 시 사전통지 절차도 미비한 것으로 지적했다. 공정위는 인터넷·모바일뱅킹 등 은행 전자금융서비스 수수료 변경 때 영업점과 홈페이지에 1개월 이상 공지하도록 하는 약관이 고객에게 부당한 조항으로 무효라고 판단했다. 계약의 중요 내용인 수수료를 고객에게 불리하게 변경할 때는 개별 통지해야 하며, 동의하지 않으면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는 내용이 규정돼야 한다는 것이다.

공정위는 이밖에도 ▲약관 변경시 통지절차·해지가능 여부를 명시하지 않은 조항 ▲부당하게 손해배상책임을 고객에게 떠넘기는 조항▲임시 절차인 가압류를 기한이익 상실 사유로 규정한 조항 ▲광범위한 담보물 보충청구권 인정 조항 등에 대해서도 시정을 요구했다. 공정위의 시정 요구를 받은 금융위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한다.

공정위는 “관련 정보 부족 등으로 소비자의 이의 제기가 쉽지 않은 은행·상호저축은행의 불공정 약관에 대해 시정을 요청해 금융소비자들의 권리를 강화하고 피해를 예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이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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