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허세홍 신임 대표이사 내년 1월부터 업무 시작
일감 몰아주기·담합·갑질 논란까지 '윤리 경영' 무색한 한해

[한스경제=이성노 기자] 2018년이 일주일도 채 남지 않은 가운데 그룹 정기 인사를 통해 GS칼텍스 대표이사 자리에 앉은 허세홍 사장이 수장 원년을 맞은 기해년(己亥年)에는 '비윤리 경영'이란 주홍글씨 지우기에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2019년 임원인사를 통해 GS칼텍스 수장에 앉은 허세홍 사장이 회사 실적, 사업 다각화는 물론 '윤리경영'에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사진=GS칼텍스, GS그룹

27일 업계에 따르면 GS칼텍스의 2018년 크리스마스는 우울하기만 했다. 이날 창원지검은 해양환경관리법 및 물환경보전법 위반 혐의로 GS칼텍스 직원 3명을 불구속 기소했고, 양벌규정(위법행위에 대하여 행위자를 처벌하는 외에 그 업무의 주체인 법인 또는 개인도 함께 처벌하는 규정.)에 따라 GS칼텍스 법인도 함께 재판에 넘겼다. 지난 여름에 발생한 기름 유출 사고에 따른 조치다. 

지난 7월12일 창원시 성산구 GS칼텍스 창원물류센터에 정박해 있던 대형 유조선에서 GS칼텍스 육상저장탱크로 기름을 옮기던 중 대량의 기름이 유출됐다. 경유 29만5000리터가 넘쳤고, 이중 23만3000리터가 인근 하천과 바다로 흘러가거나 땅으로 스며든 것으로 조사됐다. 당시, 유량확인 경보장치가 수리 중인 상황에서 이들은 기름 저장탱크의 유위를 면밀히 확인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 갑질부터 담합까지…국내외 가리지 않은 비윤리 경영

GS칼텍스의 2018년은 말 그대로 다사다난(多事多難)했다. 국·내외를 가리지 않고 '비윤리 경영'이란 꼬리표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관리 소홀로 발생한 창원 기름 유출 사고를 비롯해 지난달에는 9년간 차명으로 예선업체를 운영하며 각종 특혜를 제공했다가 해양경찰청에 적발됐다. 

해양경찰청 형사과는 지난달 13일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A 고문 등 전·현직 GS칼텍스 임직원 4명과 회사 법인을 입건했다. A 고문 등은 2009년 11월 GS칼텍스가 선박임대회사 2곳을 동원해 B 예선업체를 직접 보유하고도 공정거래위원회에 알리지 않고 허위로 신고한 혐의를 받고 있다. GS칼텍스는 자산규모 5조원 이상의 공시 대상 기업으로 매년 공정위에 자산규모를 신고해야 한다.

A 고문은 생산본부장으로 재직할 당시 차명으로 보유한 B 예선업체 주식은 빼고 자산규모를 허위로 신고했다. GS칼텍스는 B업체를 자회사로 둔 모 해운업체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화주인 정유사가 예선업을 할 수 없도록 한 선박입출항법을 피하기 위해 이 같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GS칼텍스는 차명으로 보유한 B 예선업체에 2011년과 2012년 2차례 총 70억원을 지원했다.

지난달 13일 정부세종청사 해양경찰청에서 박홍식 형사지능계장이 '위장 자회사를 운영, 일감을 몰아준 대형 정유사를 적발했다고 밝히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같은 달에는 정유·물류 업체와 주한미군 유류납품가 담합으로 반독점법을 위반 사실도 드러났다. 미 법무부에 따르면 GS칼텍스, SK에너지, 한진 등과 함께 지난 2005년 3월부터 2016년까지 한국에 주둔하는 미 육군과 해군, 해병대, 공군에 대해 유류담합이 이루어졌다. 3사 모두 혐의를 인정하고 8200만달러(약 929억원)의 벌금을 납부하기로 했다.

또한, 형사상 벌금과 별개로 입찰 공모에서 독점금지를 위반하고 허위 주장한 혐의로 약 1억5400만달러(1745억원)의 민사상 손해배상금도 납부하기로 했다. 민사 배상으로 GS칼텍스는 5750만달러(약 644억원)를 부과하게 됐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지난 5월에는 사회 최대 이슈인 '갑질 논란'에 발목 잡혔다. 하청업체 거래처 강탈, 물량 밀어내기, 향응 제공 강요 의혹에 휘말린 것.

당시 포털사이트 다음 '아고라' 게시판에 올라온 'GS칼텍스를 고발합니다. 도와주십시오'라는 글을 보면 하나모터스는 2008년 GS칼텍스로부터 러시아 윤활유판매대리점 계약을 시작으로 2016년 1월, 일방적인 계약 해지통보를 받은 8년여간 불모지인 러시아 시장을 개척했다. 매년 수출 실적을 상승했고, 2015년 말에는 러시아시장 큰 바이어인'프라다(PRADA)'와 148억원의 연간 수출 계약을 따내기도 했다. 

이때부터 GS칼텍스의 갑질이 시작됐다. 하나모터스 측에 따르면 GS칼텍스는 프라다 계약을 넘겨주고 판권에 대한 보상금을 받으라는 압박이 시작됐다. 결국, 울며 겨자 먹기로 보상을 선택하고 판권을 넘겼으나 2년 6개월이 지나서도 보상을 받지 못했으며 20억원의 빚을 내서 키운 러시아 시장과 바이어를 통째로 빼앗겼다.

하나모터스 측은 "GS칼텍스와 거래가 이어진 8년여 동안 담당 임직원에게 성 접대를 비롯한 향응을 강요 받았으며 지속적인 물량 밀어내기 등으로 소기업의 비참함을 느껴왔다"고 밝혔다. 

허세홍 사장은 내년 1월부터 GS칼텍스 대표이사에 취임해 업무를 시작한다. /사진=GS그룹

◆ '윤리·인권 경영' 허진수 회장 천명, 허세홍 사장 몫으로…
  
허진수 GS칼텍스 회장은 지난 8월 'GS칼텍스 2017년 지속가능성 보고서'를 통해 '투명하고 공정한 윤리경영 실천'을 핵심 이슈로 선정한 바 있다. 

당시 GS칼텍스는 "인권경영을 강화하고자 인권경영체계를 수립했다"며 "사업 운영뿐만 아니라 사업 관계에 따른 인권침해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올해 벌어진 사건·사고만 놓고 보면 허진수 회장이 그리고 GS칼텍스가 추구하는 '윤리경영', '인권경영'과 거리가 멀어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GS칼텍스 관계자에 따르면 해당 사건·사고는 재판이 진행중이거나 원만하게 합의를 모두 마친 상황이다. 회사 측은 재판 중인 사건에 대해서는 성실히 조사에 임하겠다는 뜻을 전달했고, 유류 담합과 관련해서는 유감을 표시하고 공정거래 법규 준수를 위한 노력을 더욱 강화해 나갈 것이란 의지를 보였다. 

내년을 기점으로 GS칼텍스는 허진수 체제를 마무리하고 허세홍 시대를 개막하게 된다. 

GS그룹은 지난달 진행된 임원인사에서 4차 산업혁명 시대로의 급속한 진화 속에서 에너지 사업 환경의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미래 사업 기회를 포착하여 새로운 성장을 주도하기 위해 경영능력을 검증 받은 차세대 리더를 전진 배치했다고 밝혔다.

이번 임원인사를 통해 GS칼텍스 수장 자리에 앉은 허세홍 신임 대표이사. 내부적으로 GS칼텍스의 사업 다각화에 큰 기대를 받고 있고, 회사 실적 역시 호조를 보이고 있지만 지금 당장 필요한 것은 '비윤리 경영'이란 불명예스러운 꼬리표를 떨쳐내는 것이 급선무다. 

이성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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