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KBL 원주 DB의 김주성 은퇴식, 레전드 예우의 본보기
[기자의 눈] KBL 원주 DB의 김주성 은퇴식, 레전드 예우의 본보기
  • 박종민 기자
  • 승인 2018.12.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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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시즌을 끝으로 현역에서 물러난 김주성이 25일 오후 강원 원주종합체육관에서 열린 은퇴식에서 팬들의 송가를 듣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시즌을 끝으로 현역에서 물러난 김주성이 25일 오후 강원 원주종합체육관에서 열린 은퇴식에서 팬들의 송가를 듣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스포츠경제=박종민 기자] 미국에선 ‘퍼스널 스페이스(Personal Space)’가 중요하다. 이는 낯선 타인에게서 일정 거리 이상의 안전 거리를 확보하려 하는 현상이다. 때문에 가까이 다가가면 현지인들은 흠칫 놀라곤 한다.

사생활을 보호 받고 싶어하는 동시에 타인에게 관대한 것도 미국 문화다. 예우 문화도 그 중 하나다. 스포츠에선 ESPN, 스포츠일러스트레이티드(SI) 등 언론들이 별의별 통계를 내놓으며 선수의 업적을 기린다. 어떤 미국프로농구(NBA) 선수는 3경기 연속 42득점-7리바운드-5어시스트 이상을 기록한 역대 5번째 선수가 됐다’라는 식이다.

다소 지나친 측면도 있지만, 한편으론 배울 점도 있는 문화다. 흥미로운 통계로 리그에 화제를 모으고 선수들의 업적도 기릴 수 있으니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최근 한국프로농구(KBL) 전설 김주성(39)의 은퇴식 개최는 나름 의미가 크다. 지난 시즌 이미 은퇴 투어를 진행한 그는 지난 25일 강원 원주종합체육관에서 열린 올 시즌 정규리그 원주 DB-전주 KCC전에서 공식 은퇴식을 통해 팬들과 작별했다.

조명이 꺼진 상황에서 현역 시절 활약상을 담은 헌정 동영상이 상영됐고, 이어 등번호 32번이 새겨진 대형 유니폼이 체육관 천장으로 올라가는 영구 결번식이 진행됐다. 아버지 김덕환(68) 씨와 어머니 이영순(60) 씨, 어린 두 딸, 그리고 4156명의 관중이 그 모습을 숨죽여 지켜봤다.

지난 2002년 KBL 신인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1순위로 원주 TG 삼보(DB 전신)에 지명된 김주성은 이후 16시즌 동안 한 팀에서만 뛰었다. 통산 8차례 챔피언결정전에 올라 3차례 우승컵을 팀에 선사했다. 정규리그 우승 5회, 정규리그 최우수선수(MVP) 2회, 플레이오프(PO) MVP 2회, 올스타 MVP 1회 등 화려한 업적을 남겼다. 요즘 드문 프렌차이즈 스타로서 역대급 기록들을 낸 그에게 구단과 리그는 예우를 다했다. 화답하듯 김주성도 셔츠 단추를 하나 둘 풀어가며 이벤트성 3점슛을 성공시키려고 안간힘을 썼다. 웃음을 자아내는 그 모습 자체가 팬들과의 유쾌한 소통이었다.

새로움(New)과 복고(Retro)를 합친 신조어 ‘뉴트로(New-tro)’가 뜨는 시대이지만, 레트로에 대한 가치는 아직 유효하다. 김주성은 넓은 범위에서 KBL의 레트로 콘텐츠 중 하나였다. 콘텐츠 부재에 시달리는 KBL 입장에서 이 같은 예우 이벤트는 구단과 선수, 관중의 화합을 이끌 뿐만 아니라 리그의 품격을 격상하는 계기가 된다는 점에서 상당히 긍정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