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한미약품, 호중구감소증 치료제 '롤론티스' FDA 시판 허가 신청
FDA 심사 과정 까다로워…한미약품 "스펙트럼과 협력해 좋은 결과 낼 것"
한미약품 본사

[한스경제=김지영 기자]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포지오티닙’ 미국 식품의약국(FDA) 혁신치료제 지정에 실패한 한미약품이 이번엔 호중구감소증 치료제 ‘롤론티스’(성분명 에플라페그라스팀)를 들고 미국 문을 두드린다. 롤론티스가 까다로운 미국 문턱을 무사히 넘을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한미약품은 28일 FDA에 호중구감소증 바이오신약 롤론티스 시판 허가를 신청했다고 밝혔다. 롤론티스는 한미약품이 2012년 미국 스펙트럼에 기술수출한 바이오신약이다.

호중구감소증은 백혈구 일종인 호중구 수치가 비정상적으로 낮아지는 혈액 질환을 말한다. 항암 치료 부작용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은데 호중구가 감소하면 면역력이 약해지기 때문에 쉽게 감염증에 걸릴 수 있다.

시장조사기관 크리던스리서치에 따르면 2016년 기준 호중구감소증 치료제의 세계 시장 규모는 77억 달러(한화 약 8조2300억원)에 달한다. 연평균 5.6%씩 성장해 2025년에는 126억 달러(13조4500억원)로 규모가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R&D 선두주자 한미약품, 개발 중인 바이오신약은?

한미약품은 R&D(연구개발)에 업계 최고 수준의 비용을 투자하고 있다. 최근 3년간 매년 매출액의 18% 이상에 해당하는 1600억원 이상을 R&D에 투자해왔다. 올해 3분기까지 투자한 R&D 비용은 1363억원으로 매출액의 18.9%다.

현재 개발 중인 바이오신약 파이프라인은 11개며 이번에 FDA 시판 허가에 나선 롤론티스가 가장 앞서 있다.

이밖에 신약 탄생이 기대되는 신약후보물질로는 당뇨병·비만 치료제 '에페글레나타이드'가 있다. 에페글레나타이드는 임상 3상 단계에 있으며 2015년 글로벌 제약사 사노피에 3조7000억원 규모로 기술수출됐다.

성장호르몬 결핍증치료제 에페소마트로핀도 유럽에서 임상 2상을 완료한 상태며 얀센에 기술수출한 당뇨·비만치료제 'LAPS-GLP/GCG'는 2019년 1분기 중 임상 2상을 마치고 4분기 내 임상 3상에 진입할 것으로 보인다.

한미약품 바이오신약 파이프라인 현황/자료=한미약품

◆롤론티스, 까다로운 미국 문턱 넘을 수 있을까?

국내 제약사 중 가장 활발하게 신약 개발을 진행 중인 한미약품이지만 올해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포지오티닙이 FDA 혁신치료제 지정에 실패하며 아픔도 겪었다.

FDA 혁신치료제 지정 제도는 생명을 위협하는 질병을 치료할 수 있는 신약을 환자가 신속하게 사용하게 하기 위해 만들어진 제도다. 혁신치료제에 지정되면 시판 허가 신청 시 각 항목의 자료를 개별적으로 심사받을 수 있다. 모든 자료를 다 만든 뒤 허가를 신청하는 것보다 심사 기간이 줄어들고 다른 의약품보다 먼저 심사도 받을 수 있어 보다 빠르게 신약을 상업화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포지오티닙 혁신치료제 지정에 대한 관심이 컸기 때문에 이 소식이 전해진 지난 20일 한미약품 주가는 6%대 급락세를 보이기도 했다.

이번에 허가 신청에 나선 롤론티스는 한미약품의 플랫폼기술 ‘랩스커버리’를 적용한 신약이다. 랩스커버리는 바이오의약품의 약효 주기를 늘리는 기술로 투여량과 횟수를 줄일 수 있어 효능은 개선하고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

스펙트럼이 발표한 임상 결과에 따르면 롤론티스는 임상 3상에서 경쟁약물인 '페그필그라스팀'(제품명 뉴라스타)과 비교해 효과가 뒤지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임상 대표 연구자인 리 슈왈츠버그(Lee Schwartzberg) 테네시대 헬스사이언스센터 종양혈액내과 교수는 "롤론티스는 임상 3상을 통해 호중구감소증을 관리할 수 있는 치료 옵션이 될 수 있다는 잠재력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FDA 허가 절차가 까다롭기 때문에 시판 허가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매년 FDA 허가를 받는 신약은 50개를 채 넘지 못하는데 지난해에는 총 46개의 신약이 승인을 받았다. 이는 지난 10년간 가장 많은 수준이다.

올해 국내 제약기업 중 SK바이오팜이 수면장애 치료제 ‘솔리암페톨’을, GC녹십자가 ‘면역글로불린(IVIG-SN)’을 들고 FDA 시판 허가에 도전했지만 줄줄이 무산됐다.

이처럼 FDA 문턱 넘기가 쉬운 일은 아니지만 스펙트럼은 시판 허가 시 롤론티스가 회사의 성장을 책임질 핵심 품목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조 터전 스펙트럼 대표이사 사장은 “롤론티스가 FDA 허가 신청 단계까지 도달한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며 “이번 허가 신청은 의료진에게 15년만에 새로운 호중구감소증 치료 옵션을 제공하는데 한 발짝 더 다가선 것이며, 스펙트럼은 이 거대한 시장과 매우 친숙하다”고 밝혔다. 한미약품은 롤론티스의 빠른 상용화를 위해 파트너사와 긴밀히 협력하겠다는 방침이다. 

김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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