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니지 리마스터를 소개하는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 /엔씨소프트

[한스경제=변동진 기자] ‘리니지 리마스터’는 한국 MMORPG(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를 사랑하는 많은 이들의 추억이 담겨있는 레전드 게임이다.

엔씨소프트의 PC 온라인 MMORPG ‘리니지 리마스터’가 27일 오후 7시 베일을 벗었다. 20년이란 헌옷을 벗고 한층 깔끔해진 모습으로 나타났다.

엔씨소프트는 내년 1월16일까지 ‘리니지 리마스터’ 이벤트 서버를 운영하며, 이 기간엔 누구나 무료로 접속할 수 있다. 단 계정당 하루 이용시간을 8시간으로 제한했다.

리니지는 지난 1998년 첫 출시됐다. 기자가 처음 이 게임을 접한 건 그해 말이다. 중학교 진학 준비를 이유로 1시간가량 떨어진 곳으로 학원을 다녔다는데, 시간이 남을 때면 종종 PC방을 찾았다. 돌이켜보면 학업으로 받는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유일한 탈출구였다.

그 시절 PC방은 스타크레프트, 디아블로, 채팅 등이 점령하고 있었다. 매장 앞에 걸어둔 리니지 포스터를 보고 호기심에 시작했다. 게임 초반엔 별재미를 못 느꼈지만, 공략집과 주변 린저씨(리니지 + 아저씨)들에게 도움을 받다보니 말 그대로 신세계가 열렸다.

무엇보다 이 게임에서 빠지게 만든 것은 ‘손맛’이었다. 리니지 오리지널 버전은 최근 출시되는 MMORPG처럼 뛰어난 그래픽을 구연한 것도 아니었다. 게다가 그 흔한 커스마이징도 적용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호쾌한 타격감은 일품이었다.

또 귀찮은 미션도 거의 없어 매우 자유로운 게임이었다. 유저들은 그저 사냥하고 장비에만 신경 쓰면 그 어디에서든 골목대장이 될 수 있었던 시절이었다.

학원을 빠지게 만들 정도로 결정적인 사건은 게임 내 마법서인 ‘서먼몬스터’를 획득하면서다. 앞서 방어구를 오크족 세트에서 난쟁이족 세트로 바꾸는 것까지 성공했지만, 요정족 세트까지는 포기하고 싶을 정도로 힘들었다.

그런데 아주 운 좋게 시체 옆에 떨어진 ‘서먼몬스터’를 획득했다. 당시 해당 마법서는 현금 30만원에 육박할 정도로 희귀했다. 게임 내 재화로 판매하려고 하면 구경 한 번하려고 말을 거는 이들도 많았다.

서먼몬스터를 판매한 금액으로 갖고 싶었던 장비(+6 일본도, +5 요정족 판금가옷 및 방패 등)를 구매한 후 공개채팅이 가능한 ‘채렙’(레벨 30)과 호렙(캐릭터 이름 위 호칭을 부여할 수 있는 40 이상 레벨)을 달성했다. 당시 최대 레벨은 50으로 기자는 조금 못 미친 48까지 기록했다. 이처럼 리니지에 빠지면서 플레스테이션1과 세턴 등 콘솔 기기는 방 한구석으로 밀리고, 최신 컴퓨터가 중앙을 차지했다.

리니지를 즐기는 동네친구들도 하나둘씩 늘어났다. 혈맹(길드) 시스템으로 인해 새로운 사람들도 사귈 수 있었다. 중학교 3학년 때 플레이스테이션2를 구매하기 전까지 리니지는 첫 MMORPG이자 최고의 게임이었던 셈이다.

이는 개인적인 느낌이 아니라 그 시절 이 게임을 즐긴 모든 사람들이 공감할 것으로 믿는다. 따라서 엔씨소프트 리니지 관계자들은 누군가의 소중을 추억을 지켜야 한다는 사명이 필요하다.

더불어 토종 게임의 자존심도 세워야 한다. 현재 PC 점유율 상위 5위권에서 국산 게임은 배틀그라운드와 로스트아크뿐이다. 중국을 비롯한 해외 개발사들이 대작 게임을 쓰나미처럼 내놓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리니지 리스마스터’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정확한 출시일은 아직 확정하지 않았지만, 내년 1분기 중 정식 서비스될 것으로 보인다.

다가오는 기해년 새해에는 ‘리니지’의 PC 점유율 상위 5위 진입과 함께 유저들의 추억을 되살리길 기대해본다.

변동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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