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박종민] 세기의 ‘엘 클라시코’는 결국 성사되지 않았다. 진정한 ‘축구의 신(神)’을 가리는 리오넬 메시(27·바르셀로나)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30·레알 마드리드)의 대결도 미뤄졌다.
유벤투스(이탈리아)는 14일(한국시간)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2014-2015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4강 2차전서 레알 마드리드(스페인)와 1-1로 비겼다. 그러나 1차전에서 2-1로 승리한 유벤투스는 점수 합계(3-2)에서 앞서며 결승에 올랐다. 상대는 전날 바이에른 뮌헨(독일)을 꺾고 결승에 선착한 바르셀로나(스페인)이다.
유벤투스의 결승 진출은 이변으로 받아들여진다. 유벤투스는 올 시즌 챔피언스리그 4강 팀 가운데 상대적으로 약체로 평가 받았다. 유벤투스의 입지는 이탈리아 세리에A에서 독보적이다. 그러나 리그가 워낙 하향세를 겪고 있어 실질적인 유럽 최강자로는 인정받지 못했다. 이런 점에서 유벤투스는 3년 전 이 대회의 첼시(잉글랜드)와 비교된다.
2011-2012시즌 첼시는 예상을 뒤엎고 챔피언스리그 우승컵을 거머쥐었다. 당시 우여곡절 끝에 4강에 진출한 첼시는 ‘무적함대’ 바르셀로나를 물리치고 결승에 올랐다. 첼시는 바이에른 뮌헨과 접전을 펼치다 승부차기 끝에 승리해 챔피언에 올랐다.
공교롭게도 당시 챔피언스리그 4강팀은 올 시즌과 거의 유사하다. 바르셀로나와 레알 마드리드, 뮌헨이 똑같고 첼시만 유벤투스로 바뀌었다. 각본도 짜여진 듯 흘러가고 있다. 그해 첼시는 4강에서 ‘디펜딩 챔피언’ 바르셀로나를 제압했다. 올해 유벤투스도 지난해 우승팀 레알 마드리드를 무찔렀다. 레알 마드리드는 이날 전반 22분 호날두의 선제골로 앞서 나갔지만, 1차전과 마찬가지로 알바로 모라타에게 득점을 허용하며 승리를 따내지 못했다.
결국 명예회복을 다짐하는 유벤투스와 압도적인 전력을 자랑하는 바르셀로나가 챔피언스리그 결승이라는 외나무다리에서 만나게 됐다. 바르셀로나는 결승진출이 예상됐던 팀이다. 유벤투스는 무려 12년 만에 결승에 올랐다. ‘왕년의 명가’라는 꼬리표를 떼기 위해 유벤투스는 챔피언스리그 우승이 필요한 상황이다.
유벤투스가 우승을 차지한다면 1996년 이후 19년 만이다. 유벤투스의 우승은 명가 회복 외에 세리에A의 자존심 회복이라는 명분이 걸려 있다. 1990년대 중반부터 200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유벤투스에는 델 피에로, 지네딘 지단, 릴리앙 튀랑, 다비드 트레제게, 에드가 다비즈, 파벨 네드베드 등 거물급 스타들이 건재했다. 팀은 꾸준히 좋은 성적을 냈지만, 2006년 승부 조작 스캔들 ‘칼초폴리’에 휘말리면서 이듬해 세리에B로 강등됐다. 승부조작과 인종차별 등 굵직한 사건들로 기존 스타들도 대거 리그를 떠났다. 경쟁력이 떨어진 세리에A는 이후 분데스리가에도 밀리면서 과거의 영광을 추억으로만 간직해야 했다.
유벤투스는 가파른 상승세를 타고 있다. 그러나 ‘MSN(메시, 수아레즈, 네이마르) 라인’이 버티고 있는 바르셀로나와 비교해서는 여전히 ‘언더독’으로 평가받는다. 두 팀의 결승전은 오는 6월 7일 새벽 독일 베를린 올림피아 스타디온에서 열린다. 객관적인 전력에서는 바르셀로나가 앞서지만, ‘축구공은 둥글다’는 말이 유벤투스의 ‘첼시 데자뷰’를 기대하게 만든다.

사진= 유벤투스 선수들.

박종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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