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축구 변방 베트남에서 '박항서 매직'
비주류 종목에서 불러일으킨 '팀 김'의 '컬링 신드롬'
월드컵 세계 강호들 속에 빛난 '손흥민'의 도전

[한스경제=이승훈 기자] 올 한해는 뜻밖의 스포츠 스타들의 활약이 눈부셨다. 비인기 종목에서 신화를 만들어내며 스포츠를 넘어 산업과 경제에 영향력을 끼쳤으며, 국민의 ‘마음’까지도 훔쳐냈다.

대표적으로 베트남에서 ‘베트남의 태양’, ‘쌀딩크’, ‘마법사’ 등 수많은 별명을 생산하며 엄청난 인기를 몰고 있는 박항서 감독과 ‘안경선배’, ‘영미’라는 유행어를 탄생시킨 ‘컬벤져스’ 컬링 대표팀의 활약 등이다.

이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바로 ‘언더도그’에서 ‘매직’ 스포츠 열풍을 탄생시킨 이들이다. 스포츠에서 우승할 확률이 낮은 팀이나 선수, 혹은 그들을 동정하며 응원하는 현상을 `언더도그(Underdog) `또는 ‘언더도그 효과’라고 한다. 비주류의 설움을 딛고 더 눈부신 활약을 일구어냈기에 그들의 성과는 더욱 값지다.

지난 15일 오후 베트남 하노이의 미딘 국립경기장에서 열린 베트남과 말레이시아의 2018 아세안축구연맹(AFF) 스즈키컵 결승 2차전에서 우승한 베트남 선수들이 박항서 감독을 헹가래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우선, 박항서 감독은 그야말로 신드롬이다. 그는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거스 히딩크 감독을 보좌해 한국의 4강 신화를 이뤄냈지만 이후 국내에서 지도자로 하락세를 거듭했고 지난해 10월 축구 변방인 베트남의 감독으로 부임했다. 하지만 2018 아시아축구연맹(AFC) 23세 이하(U-23) 챔피언십에서 준우승을 거머쥐며 국제 대회에서 8강 이상에 올라 본 적이 없는 베트남 축구에 새 역사를 썼다. 이어 지난 8월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4강에 진출했으며 최근 동남아 축구 최강자를 가리는 아세안축구연맹(AFF) 스즈키컵에서 10년 만에 우승을 차지하며 ‘국민 영웅’이 됐다. 박감독 때문에 한국의 이미지가 올라간 것은 물론 친(親)한국정서로 인해 기업 매출 증대로 이어지며 '박항서=매직'이라는 흥행 공식까지 만들어내고 있다.

박항서 매직의 경제적 효과 5000억 가량으로 배트남에 생산 법인을 둔 삼성전자, 삼성전기, 삼성SDI 베트남 현지 고용인원만 16만명을 넘어서고 있다. 한국기업들은 삼성 이외에도 LG전자, LG디스플레이, LG이노텍, SK이노베이션, 현대자동자, 효성, 한화생명, 롯데마트 등 한국의 대기업들도 이미 베트남에 들어가 박항서 매직의 좋은 영향을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베트남에 진출한 편의점GS25에서는 한국의 컵밥, 박카스, 떡복이, 음료, 과자, 맥주 등 K푸드 매출이 38% 증가했다. 동아제약의 자양강장제 박카스는 '박항서'와 발음이 비슷해 주목 받고 있다. 지난 5월 박 감독을 모델로 한 뒤 4개월 만에 판매량 280만개를 돌파해 베트남 진출 10년 만에 최대 성과를 냈다. 판매량을 매출로 환산하면 10억원에 이른다. 이밖에 베트남에 진출한 화장품 회사들도 큰 수혜를 입었다.

금융권에서 가장 신바람이 난 곳은 박항서 감독과 축구선수 쯔엉을 베트남 현지법인 홍보대사로 기용한 신한은행이다. 신한베트남은행은 올해 3월 박 감독이 홍보대사로 활동하면서 고객 수가 대폭 늘었다. 은행 고객 수는 홍보대사 기용 전 100만명에서 이달 10일 기준 120만명으로 늘었고 카드 고객도 19만명에서 21만명으로 10%이상 증가했다. 인터넷뱅킹 이용자 수 역시 12만4000명에서 18만명으로 급증했다.

베트남 관련 관광업계도 특수를 누릴 전망이다. 베트남 관광청은 연말까지 베트남을 찾는 한국인 관광객이 330만명을 돌파, 중국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을 것으로 내다봤다. 또 올해 들어 지난 11월까지 한국을 방문한 베트남 관광객은 42만7000명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42% 늘었다. 연말까지 45만명이 한국을 찾을 것으로 예측됐다. 이는 박항서 감독의 신화에 따른 한류 열풍과 베트남을 핵심 국가로 하는 우리나라 정부의 신남방정책 등으로 양국 관계가 급속도로 친밀해진 덕분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언더도그 효과로 브랜드 이미지 제고 향상

지난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은메달을 획득한 여자 컬링 대표팀 '팀 김'. /사진=연합뉴스

2018평창동계올림픽에서 유독 우리들을 TV로 이끈 하나는 ‘컬링’이었다. 세계 1·2위와 강호들을 연달아 꺾고 승승장구 하면서 국내에서는 안방에서 컬링 신드롬을 일으켰고 세계의 이목 또한 이들을 집중했다. ‘팀 김’의 예상 밖의 선전은 비인기 종목이었던 ‘컬링’의 재발견과 함께 국민들이 한마음으로 응원하며 올림픽 경기의 열기를 돋우는데 큰 역할을 했다.

연일 강팀들을 이기며 파란을 일으킨 여자 컬링대표팀은 기존의 효자 종목인 쇼트트랙이나 스피드스케이팅 못지않은 인기몰이를 했다. 컬링 경기장 입장권의 빠른 매진 행진과 함께 지상파 방송사의 시청률은 17%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지난 3월에는 의정부에 컬링경기장 준공식이 열렸고, 과기정통부는 세계 최초로 인공지능 컬링로봇 ‘컬리(Curly)’ 시연회를 진행하는 등 컬링 신드롬을 이어가려는 노력들이 계속됐다. 경기가 끝난 후에도 컬링대표팀은 광고나 행사에 러브콜을 받기도 했으며, 지난 달에 방영된 kbs 드라마 스페셜 ‘닿을 듯 말 듯’이라는 최초의 컬링 소재의 드라마가 탄생하기도 했다.

하나금융그룹은 올여름 축구선수 손흥민을 모델로 기용해 2018 러시아월드컵과 2018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 시즌 캠페인을 진행했다. 비인기 종목은 아니지만 월드컵이라는 큰 무대에서 세계 강호들과 싸우며 세계적 선수로 성장하고 있는 손흥민의 역동적인 경기 모습을 통해 메시지를 전달하며 큰 호응을 얻었다.

하나금융그룹과 손흥민 선수가 함께한 “함께가 힘이다, 하나가 힘이다” 영상. /사진=하나금융그룹

'하나금융그룹 X 손흥민 광고-함께가 힘이다, 하나가 힘이다'는 6월초 공개 이후 1개월만에 1000만 뷰 돌파 기록을 세웠다. 이는 금융권의 광고로서는 인기 아이돌 가수를 모델로 세운 광고보다 최단기간으로 세운 기록으로, 지난 러시아 월드컵에서 국민에게 큰 감동을 선사한 손흥민 선수를 비롯한 대표팀의 투혼이 이번 결과에 큰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됐다. 하나금융이 고객 서비스의 일환으로 제작한 손흥민 카카오톡 이모티콘도 꾸준한 인기를 누리다 아시안게임과 맞물려 ‘완판’을 기록하기도 하며, 하나금융그룹의 긍정적 브랜드 이미지제고에도 기여했다는 분석이다.

이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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