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추승균 감독이 헹가래를 받고 있다. /사진=이호형 기자

전주 KCC가 2001년 창단 후 첫 정규리그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KCC는 21일 안양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5-2016 KCC 프로농구 정규시즌 마지막 경기에서 안양 KGC인삼공사를 86-71로 꺾었다. 전신 현대 포함 자체 최다 12연승을 질주한 KCC는 시즌 성적 36승18패로 같은 날 인천 전자랜드를 누른 울산 모비스와 동률을 이뤘지만 맞대결 성적에서 4승2패로 앞서 10개 팀 중 가장 높은 자리에 이름을 올렸다. KCC의 정규리그 1위는 현대 시절을 포함하면 1999-2000시즌 이후 16년 만이며, 통산 네 번째다.

이번 시즌 프로농구는 이날 열린 5경기를 마지막으로 6개월여의 대장정을 마치고 22일 시상식을 진행한 다음 25일부터 상위 6개 팀이 겨루는 플레이오프에 돌입한다.

◇‘승리 DNA’ 이식한 추승균 리더십

KCC 프랜차이즈 스타 출신 추승균(42) 감독이 부임 첫 해부터 일을 냈다. 신임 감독이 정규리그 1위를 차지한 것은 2002년 대구 오리온스(현 고양 오리온)를 이끌었던 김진 창원 LG 감독과 2013년 문경은 서울 SK 감독에 이어 세 번째다.

추 감독은 시즌 전 가장 먼저 선수들의 패배의식을 걷어내기 위해 힘을 쏟았다. KCC는 지난 세 시즌간 10-7-9위로 농구 명가 수식어가 무색할 만큼 고전했다. 추 감독은 “기술은 가르칠 수 있지만 심리적인 부분은 선수들 마음에 계속 남아 있다”며 “연습 경기를 약체 팀과 하더라도 이기는 농구로 선수들의 마음을 바꾸려고 했다”고 밝혔다.

이번 시즌 유력한 MVP(최우수선수) 후보 전태풍도 추 감독의 배려 속에 화려하게 부활했다. KCC에서 2차례 챔피언 결정전 우승을 이끌고 2012년 팀을 떠난 뒤 부진을 면치 못했던 가드 전태풍은 예전 기량을 되찾았다. 화려한 드리블 기술을 물론 정확한 외곽슛으로 팀을 이끌었다. 전태풍은 “KCC는 가족”이라며 “선수 시절부터 함께 뛴 감독님이 편하게 할 수 있도록 배려해줘 눈치 안보고 마음껏 농구를 했다”고 고마워했다.

◇최고 용병 조합과 식스맨 트리오의 힘

KCC의 우승 일등공신은 단연 단신 외국인 선수 안드레 에밋(191㎝)이다. 에밋은 시즌 막판 23경기 연속 20점 이상을 넣었다. 1대1로는 어느 누구도 막을 수 없는 득점 생산 능력을 갖췄다. 일각에서는 팀이 에밋 한 명에게만 의존한다는 지적이 있었지만 추승균 감독은 “우리는 득점력 있는 선수가 필요했다”며 “에밋한테 공격을 맡기려고 1라운드 픽으로 뽑았다”고 강조했다. 다른 팀들이 장신 선수를 1라운드에 뽑을 때 KCC만 전체 5순위로 단신 선수를 지명했다.

에밋이 빛날 수 있었던 계기는 외국인 트레이드가 ‘신의 한 수’였다. KCC는 지난해 12월11일 인천 전자랜드와 리카르도 포웰을 내주고 허버트 힐을 받는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에밋과 활동 반경이 겹쳤던 포웰이 떠나고 정통 센터 힐이 합류하자 에밋은 코트를 넓게 쓰며 마음껏 공격 본능을 뽐냈다. 힐은 하승진과 철저한 역할 분담으로 골 밑의 높이를 더했다. 힐이 가세한 이후 KCC는 20승을 거두는 동안 단 6번 밖에 지지 않았다.

화려함에 가려졌지만 궂은 일을 마다하지 않은 식스맨들의 힘도 컸다. 포워드 정희재와 김태홍은 알토란 같은 득점과 허슬 플레이로 활력을 불어넣었다. ‘수비 스페셜리스트’로 불리는 주장 신명호는 앞 선부터 강하게 밀어붙이는 압박 수비로 상대 공격의 맥을 끊었다. 추 감독은 “정희재와 김태홍, 신명호가 화려하지는 않지만 궂은 일을 잘했다”며 “이런 선수들이 팀에 2~3명 정도 있으면 팀이 강해질 수밖에 없다”고 칭찬했다.

안양=김지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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