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국제기준에 부합하지 못하는 금감원
형식적 독립 넘어 실질적 독립과 권한 줘야
"견제 없는 감독 권한 위험하다" 주장도 상존
사진=연합뉴스

[한스경제=양인정 기자] 이제 꼭 2개월 앞으로 다가온 IMF의 금융부분 평가(FSAP,Financial System Stability Assessment)에 금융감독원이 분주해졌다. IMF금융부문 평가프로그램은 자본이동이 크게 확대된 세계경제 환경에서 거시경제의 안정을 보장하기 위해 지난 1999년 5월에 도입됐다. 오는 2월에 이뤄지는 이번 평가는 지난 2003년과 2013년에 이어 세 번째다. 평가 결과는 IMF와 국제은행(WB)에 보고된다.

금감원은 이번 평가에서 지난 평가에서 드러난 문제점이 어떻게 개선됐는지 설명한다는 계획이다. 금감원이 다음 평가에서 개선됐다고 설명하기 어려운 점도 있다. 바로 금감원의 독립성이다. 

IMF는 2013년도 평가 당시 금감원의 독립성에 대해 우려를 나타냈다. IMF는 요약보고서에서 “금감원이 정치적 영향으로부터 독립성 또는 독립성에 대한 인식이 약하다"고 지적했다. IMF는 또  "감독의 초점을 흐리는 다양한 책무, 관련 기관 사이에 소통을 필요로 하는 업무중복, 복잡한 절차 등으로 우려되는 규제구조를 가졌다”며 “금융안정성과 건전한 감독 집행이 더욱 강조될 수 있도록 정치적 절차로부터 금융위와 금감원의 독립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2013년의 IMF의 이 같은 지적은 개선됐을까?

5년이 지난 지금, 금감원에 대한 IMF의 이 같은 지적은 현재진행형이다. 금감원의 독립성을 따져야 할 이유는 많다. 외부로부터 독립하지 못한 금융 감독은 정치적 이해관계로 허점이 생기기 마련이다. 금융당국의 감독이 느슨해지면 은행의 건전성을 담보할 수 없고 금융소비자의 보호도 미흡해진다. 

특히 IMF가 은행의 건전성에 방점을 찍어 금감원의 독립성을 강조한 것과 달리 학계와 시민사회는 금감원의 독립이 금융소비자의 보호와 직결된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 키코 사태가 그러했고 동양사태와 은행의 금리조작이 그러했다. 

정부의 포용적 금융정책과 금융소비자의 보호가 그 어느 때 보다 강조되는 상황에서 금감원의 독립과 그 가능성을 짚어본다.

◆ 금융위 직속?...무뎌진 금감원 '칼'

현재 우리나라 금융 감독체계는 감독정책과 소비자보호정책이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로부터 독립적이지 못하다. 그러다 보니 키코 사건 재조사를 비롯해 삼성바이오 사건, 인터넷 전문은행 은산분리 완화, 무차입 공매도 대응 등에 대해 금융위원회가 간섭하고 있다는 비판이 잇따랐다. 

감독정책 및 소비자 보호 정책의 강화와 독립성 보장을 위해 금융감독원과 금융소비자보호처를 각각 독립적인 공적 민간기구로 분리해야 한다는 주장은 이 같은 배경에서 비롯됐다. 

금융위의 간섭은 이제 금감원과 갈등설로 비화됐다. 금융위는 금감원과 갈등설을 극구 외면하는 모양새다. 급기야 최종구 위원장까지 나섰다. 최 위원장은 지난해 12월 은행회관에서 열린 제36차 ‘금융중심지추진위원회 회의’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금감원 예산 문제는 감사원과 공공기관운영위원회의 요청에 따른 것”이라며 “갈등이라고 표현할 이유가 없다”고 금감원과의 불화설을 일축했다. 

그러나 외부로 나타난 여러 모습은 여전히 금융위가 금감원과 융합하지 못한 것으로 비치고 있다. 당장 매년 금융위가 금감원과 공동으로 발표했던 ‘새해 달라지는 금융제도’를 금융위 단독으로 발표했다. 이외에도 금감원에 대한 예산삭감과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 부활시킨 종합검사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는 등 갈등으로 보여진 부분들은 한두 곳이 아니다. 

금융위와 갈등이 곧 정치적 외풍에서 자유롭지 못한 금감원의 처지를 잘 말해준다. 금융위와 금감원의 갈등은 그 내력이 깊다. 이런 갈등은 비정상적인 금융 감독 체계가 불러온 논란이고 금융 감독의 칼을 무디게 했던 원인이기도 했다. 

앞서 키코사태, 은행의 금리조작, 삼성바이오 사건, 삼성증권 무차입 공매와 같은 금융사고에 금융소비자의 피해 예방과 재발 방지를 위한 금감원의 역할이 축소될 수밖에 없는 이유기도 했다.

◆ 금감원, 독립할 수 있을까

금융위와 금감원의 갈등은 지난 1997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금융회사를 감독했던 당국의 업무는 은행감독원·증권감독원·보험감독원 등으로 나뉘어 있었다.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이러한 분리된 감독 체계가 문제가 있다는 비판이 거셌다. 비효율적 구조가 금융 위기를 대처하지 못했다는 것.

정부는 이 당시 관치금융을 최우선으로 해결하기 위해 소규모 공무원으로 구성된 금융감독위원회를 설립했다. 이어 기존의 3개 감독 기관에 신용관리기금을 더해 모두 4개 기구를 통합한 특수 기관을 지난 1999년 1월 출범시켰다. 금융감독원의 탄생이다. 

감독업무를 일원화했지만 비효율적 구조는 이어졌다. 금융정책을 분리하면서부터다. 이후 국내 금융시장에 대한 감독과 정책 결정은 재정경제부(현 기획재정부)·금융감독위원회·금융감독원 등 3개 기구로 분산됐다. 

정부 부처인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이 금융정책을 결정하고 법률을 제정 및 개정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정부 기구인 금융감독위원회는 금융회사를 감독하는 권한을 보유했다. 금감위는 또 금융 감독과 관련한 주요 사안을 심의하고 의결하는 역할도 담당했다. 민간 기구인 금융감독원은 금융감독위원회의 지시를 받아 금융회사를 실제로 감독하는 역할을 맡았다. 당시에는 금융감독위원회 위원장이 금융감독원장을 겸직하는 게 보통이었다. 

이명박 정권이 들어서면서 이와 같은 금감원 체계는 큰 변화를 맞았다. 3원화된 조직 구조가 비효율적이라는 학계와 시민단체의 비판 때문이었다. 

이명박 정부는 이때부터 금융위원회를 설립해 재정경제부와 금융감독위원회가 가지고 있던 금융정책과 금융 감독의 총괄 기능을 모두 이관했다. 정부의 이 같은 결정으로 금융위원회는 금융정책 결정을 비롯해 모든 관련 법률 제정 및 개정의 권한을 가졌고 금융회사 인허가, 검사 및 제재 권한도 행사할 수 있는 명실상부 금융 분야 최고 의사결정 기구가 됐다. 

금융위원회가 생기면서 민간 기구인 금융감독원은 금융위원회가 위임하는 ‘감시 업무’를 수행하게 됐다. 은행·증권·보험사 등 금융회사의 인허가를 담당하며 이들 금융회사의 재무 건전성을 감독하는 기능을 했던 것이다. 또 감사 보고서의 회계 기준을 마련하고 불공정 거래를 적발하는 업무와 금융 분쟁을 조정하고 금융위원회 등 상위 기관의 업무를 돕는 일도 병행했다. 

당시 정부는 정부 관료가 민간 기구인 금융감독원의 수장이 될 수 없도록 하는 결정도 단행했다. 금융위원장과 금융감독원장의 겸직을 금지했던 것.

문제는 금융당국의 수장만 분리하는 형식적 분리만하고 실질적 분리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금감원은 정책기능의 분리로 여전히 현장 감독이 제재를 받고 있으며 수사권 없는 행정지도로 자본권력과 마주섰다.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사태를 겪으면서 지금까지 금융 감독 체계를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다시 커졌다. 금감원에 대해 실질적 독립성을 보장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반대의 목소리도 있다.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은 지난 2017년 9월 열린 한 콘퍼런스에서 “그 어디에도 브레이크와 액셀러레이터를 각기 다른 사람이 밟는 법이 없고 한 사람이 밟아야 상황과 여건에 맞춰 운전할 수 있다”며 “금융정책과 감독은 실질적인 구분이 어려운 만큼 지난 10년간 안정화된 현재의 체제를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금융감독의 독립이 금융소비자의 보호 관점에서 다뤄지지 않으면 현재 금융위와 갈등이 세상에는 ‘밥그릇’싸움 정도로  비춰질 수 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정책기능의 분리가 가져온 금융위와 갈등의 역사로 볼 때 금감원의 독립을 금융위의 해체에서 찾는 주장도 같은 맥락이다. 금융소비자의 실질적 보호를 위해서는 금융위를 해체하고 독립성을 갖추도록 해야 금감원의 감독기능이 강화된다는 것이다. 

고동원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금융위원회를 해체하고 새 틀을 짜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후 절차에 대해서 “금융산업정책 업무를 기획재정부로, 금융감독정책 업무는 금융감독원으로 이관한다. 금감원 내에 국회와 민간 전문가가 참여하는 금융감독위원회(가칭)를 최고 의사결정 기구로 설치한다”고 제안했다. 고 교수는 이어 “금융소비자보호원은 독립시켜 금감원과 대등한 공적 민간기구로 두고 관치금융 시비를 미리 차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민간기관이 정책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느냐는 문제 제기에 그는 "미국 FRB(연방준비제도이사회)처럼 이미 성공 사례가 있다"고 부연했다.

양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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