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경주/사진=개인 공식사이트

약 5년만의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우승에 나섰던 '탱크' 최경주(46ㆍSK텔레콤)의 도전이 또 무산됐다.

최경주는 22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LA 인근의 리비에라 컨트리클럽(파71·7,322야드)에서 열린 PGA 투어 노던 트러스트 오픈(총상금 680만달러ㆍ약 83억8,000만원) 4라운드에서 버디 4개와 보기 2개를 맞바꾸며 2언더파 69타를 작성했다. 최종합계 12언더파 272타가 된 최경주는 마크 레시먼(33 ㆍ호주)과 공동 5위에 올랐다.

이날 최경주는 6번홀(파3)까지 버디 4개를 몰아치는 무서운 기세로 한때 선두에 올라 기대감을 부풀렸지만 뒷심이 부족했다. 우승은 마지막 날 3타를 더 줄여 15언더파 269타를 기록한 버바 왓슨(38ㆍ미국)으로 최경주와 3타차다. 2014년에 이어 2년 만에 패권을 탈환한 왓슨은 상금 122만4,000달러(약 15억원)를 획득했다.

아쉽게 우승이 좌절됐지만 최경주는 2월에만 톱10 진입을 두 차례나 하며 부활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앞서 2014년 6월 트래블러스 챔피언십 공동 2위 이후 한 번도 '톱10'에 들지 못했던 그가 파머스 인슈어런스 오픈 단독 2위와 이번 대회 공동 5위로 확실히 되살아났다.

마의 코스로 불리던 이번 대회 호성적은 전략의 승리다. 대회 전 "리비에라 골프장은 페어웨이가 좁고 그린이 딱딱하다"며 "정교한 아이언샷으로 승부를 내겠다"고 했는데 나흘간 ‘69-67-67-69’의 안정된 스코어를 유지할 수 있었던 데는 라운드 내내 꾸준했던 드라이브 샷 정확도와 그린 적중률이 원동력이었다.

거듭된 맹활약 덕에 최경주의 염원인 올림픽 출전이 현실화되고 있다. 올해 첫 준우승 전 334위로 추락해있던 세계랭킹이 133위로 뛰어오른 데 이어 이번 대회 5위로 다시 102위(1.48점)까지 도약했다. 규정상 오는 7월11일 랭킹으로 올림픽 출전권이 주어지는데 2장을 놓고 한참 후배들과 열띤 경쟁을 벌일 발판을 마련했다. 올림픽 남자골프 대표팀 코치로 선임되기도 한 최경주의 앞으로 28위 안병훈(3.26점)과 72위 김경태(1.94점)가 버티고 있다.

커트라인인 김경태와 격차가 불과 0.46점으로 줄었다. 이날 우승한 왓슨이 지난주 7.14점에서 8.30점으로 1.16점이 증가해 세계랭킹 4위로 뛰어오른 걸 봤을 때 지금 추세라면 추월이 멀지 않았다. 7월 전에 한 개 대회만 우승해도 본인이 간절히 원하는 올림픽 자력진출의 꿈이 이뤄진다. 시즌 전 불가능해 보였던 일을 차차 현실로 만들어가는 중이다. 동기부여의 측면에서도 최경주의 거듭된 선전이 기대되는 배경이다.

이번 대회는 최경주와 함께 강성훈(29ㆍ신한금융그룹)의 선전도 눈부셨다. 4라운드 2언더파 및 최종 합계 10언더파 274타로 공동 8위에 오르는 저력을 발휘했다. 강성훈은 0.79점으로 세계랭킹이 228위다. “최단기간에 세계랭킹 1위를 되찾겠다”고 선언했던 로리 매킬로이(27ㆍ북아일랜드)는 마지막 날 4타를 잃고 공동 20위(6언더파 278타)로 대회를 마쳤다.

정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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