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가격 점수서 뒤졌으나 기술 점수서 선방

[한스경제=김서연 기자] 국내 건설사들이 최근 싱가포르의 대형 고속도로 공사를 연이어 수주하면서 싱가포르 건설 시장에서의 입지를 굳건히 하고 있다. 가격 경쟁력에서는 경쟁사에 뒤졌으나, 높은 기술력으로 뒤집어 최종 낙찰된 점이 공통점이다. 때문에 향후 싱가포르에서 신뢰를 더 높여나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싱가포르 NSC 노선도. 사진=쌍용건설

◆ 쌍용건설, 싱가포르 NSC 중에서도 최고 난이도 구간 수주

2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쌍용건설은 최근 싱가포르 정부 육상교통청(LTA·Land Transport Authority)이 발주한 남북 고속도로(NSC·North-South Corridor) N102, N111 공구를 7억5000만 달러(약 8500억원)에 수주했다. 이번 수주를 통해 2008년 이후 10년간 싱가포르 토목 부문에서만 21억5000만 달러의 공사를 따냈다.

쌍용건설은 최저 공사비를 제시하지 않았지만 시공능력과 기술력, 안전관리 능력, 경영평가 등을 종합 평가하는 가격기술종합평가방식(PQM)의 비가격 부문에서 높은 점수를 얻어 수주에 성공했다고 설명했다. 쌍용건설이 수주한 N102공구는 싱가포르 남부 마리나 베이에서 최북단 우드랜드 지역을 연결하는 총 21.5km의 남북 고속도로 중에서도 최고 난이도 구간으로 알려졌다. 지상의 도로와 지하를 관통하는 도심 지하철 2개 노선(DTL, NEL) 사이에 건설되는 지하고속도로다. NEL노선 바로 1m 위에 왕복 6차선 규모로 건설되는 것이 특징이다.

이종현 쌍용건설 해외 토목담당 상무는 “공구별로 최저가를 제시하지 않았음에도 수주에 성공했다”며 “까다로운 싱가포르 정부 발주처를 상대로 기존 프로젝트에서 보여준 고품질 시공능력과 신뢰가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21일(현지시간) 싱가포르 육상교통청사에서 열린 싱가포르 남북간 지하 고속도로 N101구간 공사 계약식에 참석한 니옌훈핑 싱가포르 육상교통청장(오른쪽)과 이상기 GS건설 인프라부문 대표 부사장이 악수하고 있다. 사진=GS건설

◆ GS건설, BIM 내세워 높은 기술 점수 얻어

GS건설 역시 최근 싱가포르 LTA가 발주한 6억3580만 달러(약 5240억원) 규모의 NSC N101 구간 공사를 단독 수주했다. 싱가포르 남부 도심지인 비치 로드(Beach Road) 지역에 총 길이 990m의 도심지 지하 고속도로, 1km의 고가교, 부대시설 등을 건설하는 프로젝트다.

GS건설은 이번 입찰에서 가격점수는 경쟁사에게 뒤졌지만, 높은 기술 점수를 받았다. 설계와 공법, 기술까지 제안하는 디자인·빌드 방식으로 진행된 본 입찰에서 3차원 설계 모델링인 빌딩정보시스템(BIM·Building Information Modeling)을 활용한 수주 전략이 주효했다.

GS건설은 설계 및 시공 난이도가 매우 높은 이번 공사에서 인접 건물 및 지하 매설물과의 간섭 문제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BIM을 활용한 설계 및 공사 계획을 LTA에 제시했다. 특히 GS건설이 기 준공한 C937 지하철 현장에서 기존 지하철 상부와 하부를 통과하는 정밀 시공 경험 노하우를 어필했다. GS건설은 지난 2009년부터 현재까지 LTA가 발주한 지하철 프로젝트만 7건을 수주했다. 이번 수주로 LTA 공사만 8건, 총 3조7000억원에 달하는 누적액을 기록하게 됐다. LTA는 지난 2016년 LTA 역대 최대 규모 공사인 약 1조7000억원 규모의 빌딩형 차량기지 공사 T301프로젝트를 GS건설에 맡긴 바 있다. 세계 최초이자 최대 규모의 프로젝트다.

이상기 GS건설 인프라 부문 대표는 “이번 수주는 GS건설이 그동안 여러 지하철 프로젝트들을 성공적으로 수행해 싱가포르 발주처로부터 기술력과 시공능력, 안전 관리 등을 고루 갖춘 수행 능력을 인정받으면서 쌓아온 신뢰 덕분”이라고 평가했다.

◆ 해외 실적 안정화…해외 수주에 대한 신뢰도↑

지난해 말 특히 부각된 국내 건설사들의 해외 수주 성적은 올해에도 이어질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올해 국내 건설사들의 해외부문 실적이 견조할 것으로 내다봤다.

김선미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주요 프로젝트들의 분기별 공사진행률 점검 결과 대규모 추가 손실 발생 가능성이 미미했다”며 “프로젝트 완공 예정일과 현재 공사 진행률이 의미 있는 수준의 격차를 보이는 프로젝트는 업체당 3건 이내이고 공사 규모도 크지 않으며 해외 실적 안정화를 통해 신규 해외수주에 대한 시장의 신뢰도가 개선될 수 있을 전망”이라고 밝혔다.

BNK투자증권도 올해가 국내 건설사들의 해외수주 반등이 본격화 되는 해로 봤다. BNK투자증권은 올해 5대 건설사(현대건설·GS건설·대우건설·대림산업·삼성엔지니어링) 합산 해외수주액이 전년대비 31% 증가한 22조5000억원으로 예상했다.

이선일 BNK투자증권 연구원은 “한국업체들은 해외수주 시장에 다시 본격적으로 뛰어들 준비가 됐다”며 “그동안 저가 프로젝트 관리에 집중 투입된 핵심 인력이 신규수주 현장으로 돌아오고 있고 2015년 이후 지속된 주택시장 호황으로 자금력도 꽤 준비된 상태”라고 설명했다.

김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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