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직장인 76% 종무식·시무식 '필요하지 않다'
종무식·시무식 형태는 '월례조회형'이 50.5%로 가장 많아

[한스경제=박재형 기자] 연말과 신년 시즌이 오면 직장인들을 기다리고 있는 행사가 있다. 바로 ‘종무식’과 ‘시무식’이다. 종무식은 회사에서 한해를 보내며 ‘연말 근무를 끝낼 때 행하는 의식’을 뜻한다. 반대로 시무식은 ‘연초에 근무를 시작할 때 행하는 의식’이다. 이처럼 한 해를 잘 보내고 근무가 끝난 것을 축하하고 고생한 직원들을 격려하는 행사인 종무식과 다가오는 한 해를 다시 열심히 해보자고 서로를 다독이는 행사인 시무식에 대한 직장인들의 생각은 어떨까.

직장인 10명 중 7명 이상은 종무식과 사무식 등 사내행사에 거부감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취업포털 인크루트가 설문조사플랫폼 두잇서베이와 지난 11월 26일부터 12월 4일까지 직장인 2051명을 대상으로 공동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에 따르면 직장인 중 41.9%는 올해 종무식 또는 내년 시무식을 ‘진행할 것’이라고 답했다. 33%는 ‘진행하지 않을 것’을, 25.1%는 ‘아직 모르겠다’에 답변을 내놓았다.

종무식·시무식 형태로는 사무실에서 진행되는 ‘월례조회형'이 50.5%로 과반수를 득표하며 가장 일반적인 형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다음으로는 연말사내행사(시상, 식사 등)를 진행하는 '금강산도 식후경형'이 34.4%로, 기타 공연관람·콘서트·전시회 등을 즐기며 진행되는 '문화체험형형'이 8.6%로, 스키·등산 또는 스크린스포츠 등 레저를 즐기는 형태로 진행되는 '액티비티형'이 3.7%로 조사됐다.

사진=인크루트.

직장인들은 종무식·시무식 행사에 대해 76%가 ‘필요하지 않다’고 답했으며 이 중 30.1%는 ‘이메일 또는 SNS로 대체 할 것’을 원했다. 반대로 ‘필요하다’를 선택한 23.8%는 ‘한해 마무리 및 새해 비전 등을 경영진과 함께 되새기고 화합을 다지는 자리이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들었다.

◆많은 회사들 31일 징검다리 휴일 맞아 ‘단체 휴가’

송년회 등 각종 연말 일정으로 분주한 직장인들에게 그들의 직장에서는 어떤 종무식이 행해지는지 물어보았다.

2018년의 마지막 날인 31일은 징검다리 휴일이다. 이에 많은 회사들이 그 전 마지막 근무일인 28일 금요일에 종무식을 해버리거나 아예 하지 않고 31일에 출근을 하지 않는다고 한다.

A씨는 “올해 같은 경우 전주 금요일인 28일에 종무식을 하고 31일은 출근을 하지 않기로 했다”며 “보통은 징검다리 휴일이라도 연차를 사용해야 쉴 수 있는데 이번에는 새해니까 특별히 다 같이 쉬기로 했다”고 말했다.

B씨는 “우리 회사는 27일부터 31일까지 공동연차를 써서 다 같이 쉬기로 했다”며 “덕분에 6일짜리 휴일이 생겼다”고 말하며 웃었다.

C씨는 “우리 회사는 24일부터 말일까지 쭉 쉬고 1월부터 출근하라고 했다”며 “다른 친구들에게 말하니 정말 좋은 회사에 다니는 것 같다고 ‘정년까지 꼭 채워서 퇴사하라’고 말하더라”고 밝혔다.

마지막 근무일은 간단하게 오전 근무로 끝내는 회사도 있다. D씨는 “보통 31일에 오전 근무를 하고 간단하게 종무식을 한다”며 “이어 점심 회식으로 다같이 맛있는 식사를 하고 퇴근하는 것이 매년 진행되는 절차다”고 말했다.

사진=pixabay.

종무식이나 시무식을 별도로 진행하지 않는 회사도 있었다. E씨는 “종무식이나 시무식 등을 별도로 하는 것은 없지만 휴일도 없다”며 “31일은 그냥 평소와 다름없는 ‘월요일’일 뿐이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우리 회사 사장님은 직원들이 노는 것을 정말 싫어한다”며 “종무식 같은 행사들도 노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하지 않는 것이다”고 말했다.

◆호텔에서 종무식...신년목표 발표에 장기자랑도

F씨와 G씨네 회사는 종무식으로 호텔에서 사내행사를 진행한다. 다만 행사 내용은 차이가 있다. F씨는 “우리 회사는 연말이 되면 종무식 겸 송년회로 호텔에서 행사를 한다”며 “공연팀을 불러서 공연도 본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정말 최악의 순서는 직원들이 돌아가며 한명 씩 마이크를 잡고 각자의 신년 목표를 말하는 순서다”며 “왜 회사사람들 앞에서 내 신년목표를 밝혀야하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밝혔다.

G씨는 “우리도 호텔에서 종무식을 하는데 차이점은 직원들이 장기자랑을 하는 것”이라며 “기분 좋게 연말을 보내는 행사에서 굳이 직원들을 고생시키며 장기자랑까지 봐야하는지 이해가 안된다”고 밝혔다.

회사의 모든 희노애락은 회식으로 귀결되는 법이다. 한 해동안 고생했던 서로를 위로하기에 가장 적합한 형태의 직장 내 문화행사는 역시 ‘회식’이다. H씨는 “우리 회사는 종무식은 부서별로 알아서 회식으로 대체하는 분위기다”며 “다만 시무식은 월례 조회로 진행한다”고 말했다.

회사문화로 인해 종무식을 진행할 수 없는 회사도 있다. 외국계 회사의 한국지사에 재직 중인 J씨는 “회사 특성상 외국에 있는 본사가 12월이 되면 휴가 기간이 된다”며 “연말에는 본사에서 승인이 제대로 나지 않다보니 12월은 우리도 대체로 휴가를 쓰고 쉬는 분위기가 형성된다”고 말했다. 12월에 대부분 직원들이 휴가를 쓰고 사라지기에 종무식은 생각해본 적도 없다는 것이다.

사진=pixabay.

연말에 유독 화가 난 직장인도 있다. I씨는 31일에 회사가 쉴 것이라는 근거 없는 소문을 철석같이 믿었다. 하지만 소문은 사실이 아니었다. I씨는 “31일에 쉰다는 이야기가 회사 내에 돌았는데 누가 그런 소문을 낸 것인지 모르겠다”며 “소문만 믿고 간만에 며칠 푹 쉴 생각에 들떴는데 화가 난다”고 말했다.

K씨도 연말이 되면 유쾌하지 않은 기억이 떠오른다고 한다. K씨는 “우리 회사도 12월 31일에 오전근무만 하고 일을 끝내는 분위기다”며 “몇년 전 연말에는 점심을 먹고 퇴근을 하려는데 급하게 처리해야 할 일이 갑자기 발생했다”고 회상했다. 이어 ”그런데 부장님이 본인은 약속이 있어서 가봐야 한다고 혼자 퇴근을 해버렸다“며 ”혼자 남아서 정시퇴근은 커녕 야근까지 하고 집에 갔던 기억이 있다“고 토로했다.

박재형 기자

저작권자 © 한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