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닫은 '제일병원' 노사갈등 고조..."이영애씨 인수참여 쉽지 않을수도"
문닫은 '제일병원' 노사갈등 고조..."이영애씨 인수참여 쉽지 않을수도"
  • 양인정 기자
  • 승인 2019.01.02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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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킹 호스' 법정관리 대안
구조조정 업계 "보바스 병원처럼 대자본 유치해야"
노조 측 "투자자 컨소시엄 제안 오면 검토"
제일병원 전경. 사진=연합뉴스
제일병원 전경. 사진=연합뉴스

[한스경제=양인정 기자] 탤런트 이영애가 투자 의향을 밝힌 산부인과 전문 제일병원의 구조조정이 방향을 잡지 못하고 미궁에 빠진것으로 알려졌다.  제일병원이 회생 타이밍을 놓칠 경우 이영애씨의 병원 인수 참여도 물거품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2일 의료업계에 따르면 제일병원은 구조조정 방향을 두고 노조와 사측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노조 측은 빠른 법정관리(회생절차)의 신청을 요구하는 반면 병원 측은 법정관리 신청에 앞서 법정관리인을 정하자고 주장, 서로가 팽팽히 맞서고 있다. 

법정관리인은 회생절차를 밟는 법인을 법원의 통제 아래 운영하는 관리인을 말한다. 보통 전임 대표이사가 관리인이 되고 관리인이 재정파탄에 책임이 있으면 제3자가 관리인이 되기도 한다. 

노조 측은 병원 측의 주장을 이해할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제일병원 노조 관계자는 “병원 측이 주장하는 법정관리인은 회생신청 후 법원이 결정할 문제”라며 “노조 측과 병원 측이 미리 관리인을 정한다고 해서 그가 반드시 법정관리인이 되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병원 측의 이런 주장은 회생신청을 방해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구조조정업계와 파산법조계는 제일병원이 법정관리를 통해 부채를 조정한 후, 입찰방식의 기업인수(M&A)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제일병원의 채무는 약 1300억원. 문제는 제일병원이 가지고 있는 담보채무, 퇴직금과 임금채무다. 담보채무는 약 1000억원이며 임금채무는 200억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채무자 회생법에 따르면 담보권 채권자의 채권액 75%가 동의해야 법인이 회생 인가를 받을 수 있다. 또 체불임금은 법인이 법정관리에 돌입하더라도 채권행사가 제한되지 않아, 금융권 채권이 행사가 금지되는 것과는 다르다. 근로자들이 임금채권으로 제일병원의 주거래 통장을 압류하면 운영자금이 고갈돼 병원 운영이 멈출 수 있다는 얘기다.  이미 일부 퇴직자와 은행이 제일병원의 주거래 은행에 대해 가압류를 진행했다. 

구조조정 업계 한 관계자는 "병원이 빨리 법정관리에 돌입한 후 병원의 정상화를 위해 담보권자와 근로자를 설득하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며 "채권자들이 협조하지 않으면 피해가 더 커진다는 인식을 공유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노조 측은 병원 측과 협상이 결렬되면 단독으로 회생신청을 한다는 입장이다. 

◆구조조정 업계, 스토킹 호스(Stalking-horse) 절차 밟아야  

구조조정 업계가 구조조정의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는 것은 스토킹 호스 방식의 M&A다. 

스토킹 호스는 기업을 매각하기 전 인수자를 미리 정한 상태에서, 경쟁 입찰로 좋은 조건을 제시할 다른 인수자를 찾는 인수·합병 방식이다. 

예를 들면 법정관리에 들어간 회사 A가 매각절차를 밟는다고 가정하면, 예전부터 관심을 보인 B업체와 가계약을 맺고 예비 인수자로 결정한다. 법원은 이후 매각 주관사를 통해 주요 인수 후보자를 대상으로 경쟁입찰을 시행한다. 입찰 결과, 새로운 인수의향업체 C가 제시한 조건이 B보다 우수하다면 C는 B에게 보상금을 지불하고 새로운 인수자가 된다. 만일, 유효 입찰자가 없다면 B는 그대로 A와 본 계약을 맺으면 된다.

주식회사가 아닌 제일병원의 M&A 대상은 ‘이사회 구성권’이다. 스토킹 호스 방식으로 경쟁입찰을 유도해 병원의 이사회 구성권의 가치를 극대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노조 측도 이 같은 방식의 구조조정에 수긍하고 있다.

◆ 보바스 병원의 ‘롯데호텔’ 오마쥬... ‘신라호텔’ 거론되기도

구조조정 업계는 스토킹 호스식 M&A가 성공적으로 이뤄지면, 병원이 이사회 구성권 양도 대금을 통해 임금채무를 상환하고 담보채무를 인수하는 방식의 회생계획안이 수립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탤런트 이영애씨가 참여의사를 밝힌 컨소시엄도 결국 이사회 구성권을 확보한다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나, 이씨가 실제로 컨소시엄에 참여할지는 미지수다. 이씨 측은 “참여 의사를 밝혔을 뿐 향후 절차에 대해서는 정해진 것이 없다”고 말했다. 

다수 투자자들의 참여로 병원을 인수하더라도 운영상 문제점이 생길 수 있다. 담보채무 1000억원을 인수하면서 이자를 감당하려면 병원 수익성이 개선되어야 한다. 

병원 노조 측은 이씨가 참여하는 컨소시엄이 인수 조건을 구체적으로 제안하면 검토해 보겠다는 입장이다. 

반면, 구조조정 업계는 보바스 병원의 사례처럼 대규모 자본을 동원해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인수인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성남에 소재한 보바스 병원은 롯데호텔이 이사회 구성권을 매입하는 방식으로 M&A했다. 구조조정 업계는 조심스럽게 신라호텔을 거론하기도 한다. 제일병원과 지리적으로 인접한 신라호텔이 의료서비스와 연계하는 사업구상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안창현 변호사(법무법인 대율 대표 변호사)는 “보바스병원 사례와 같이 스토킹호스 방식으로 사전에 회생을 구조화할 수 있는 상황이라면 최상의 조건”이라면서 “비영리법인의 우회적 영리화는 논란이 될 수 있으나 대기업의 자본투입으로 사업을 다각화하면 인수 후 병원 경영이 지속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제일병원은 지난 1963년 12월 이병각 삼강유지 사장의 장남인 이동희 박사가 설립했다. 지난 1996년 이동희 이사장이 유언으로 경영권을 삼성에 양도했으나, 삼성그룹은 이재곤 이사장의 경영을 후원하는 형식으로 자율적 경영을 보장해 줬다. 병원은 2018년 경영난으로 인해 6월 파업이 진행됐고 10월 분만실이 폐쇄됐다. 이후 매물로 나왔고, 동국대를 비롯한 인수 협상자 2~3곳이 접촉하기도 했으나 협상이 결렬됐다. 최근 탤런트 이영애씨가 제일병원 인수의사를 밝힌 한 컨소시엄에 투자했던 것이 알려지면서 화제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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