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양지원 기자] 출연작마다 흥행에 성공하며 ‘최연소 1억배우’ ‘믿고 보는 배우’라는 수식어를 얻은 하정우가 영화 ‘PMC: 더 벙커’(12월 26일 개봉, 이하 PMC)로 돌아왔다. 극 중 미국 불법체류자 등으로 구성된 PMC 블랙리저드의 리더 에이헵 역을 맡아 대사 80% 이상을 영어로 소화했다. ‘PMC’는 하정우가 설립한 영화제작사 퍼펙트스톰에서 제작한 작품으로 순 제작비만 120억 원에 달한다. 핸드헬드, 드론 캠 등 기존 한국영화에서 쉽게 접하지 못한 촬영 기법이 돋보인다. 마치 관객이 영화 속에 있는 듯 느낄 수 있도록 체험성을 강화했다. 하정우는 “한국에서도 글로벌한 영화를 만들 수 있다는 것과 새로운 제작 형식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고 말했다.

-한국영화에서 보기 드문 촬영 방식과 설정이 돋보이는데.

“핸드헬드 촬영기법과 속도감 있는 편집 화면이 그런 것 같다. 또 영어대사가 대부분이기도 하고. 그런 점들이 실험적이었던 작품인 것 같다. 설정 자체가 미국 대선 후보 때문에 벌어지는 일을 그린 것이기도 하고. 핸디캡이 될 수도 있는 설정이라고 생각한다.”

-제한된 공간에서 영화가 전개되는 만큼 관객들의 호불호가 갈릴 것 같은데.

“그렇게 본다면 변명의 여지가 없다. 내 바람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점을 많이 봐주셨으면 한다. 이 영화의 미덕을 알아봐주시면 어떨까 싶다.”

-‘PMC’의 미덕이 뭐라고 생각하나.

“일단 타격감이라고 생각한다. 이 작품은 있는 그대로 체험할 수 있는 영화다. 서사와 명분이 어느 정도 생략된 채 상황이 흘러가기도 하지만 타격감은 그야말로 놀랍다. 그 기능을 그대로 받아준다면 관람하는 재미가 있지 않을까 싶다.”

-직접 소화한 영어 대사가 80%다.

“사투리 연기하는 것도 어렵지만 영어도 만만치 않다. 촬영 6개월 전부터 과외에 돌입했다. 대사, 발음 연습에 매진했고 한 달 동안 해외에 나가서도 연습했다. 하와이에 간 이유는 술, 유흥 등의 유혹을 차단하기 위해서다. 한국에 돌아와서도 촬영에 들어가기 전 6주 동안 감독과 대신 대사를 맞춰주는 배우들과도 준비했다. 촬영장에도 영어 선생님이 여러 명 있었는데 서로 발음에 대한 의견이 달라 합의하고 오라고 할 정도였다. (웃음)”

-에이햅은 어떤 인물이라고 생각하고 연기했나.

“오만에 빠진 리더, 자기 자신만 생각하는 리더다. 김병우 감독이 소통이 없는 리더의 의미로 ‘에이햅’이라는 이름을 붙였다고 하더라. 하지만 살아온 흔적을 보면 이기적일 수밖에 없는 인물이다. 그럼에도 마음 한 구석에 낭만, 휴머니즘을 지닌 인물이다. 한 인간으로서 다리까지 잃고 얼마나 혼란스러울지 그 모습을 표현하고자 했다.”

-하정우의 액션을 기대하고 온 관객은 실망할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럴 수 있을 것 같다. 전작들에서처럼 내가 다 구하고 때려 부수고 탈출하기를 바라지 않았을까 싶다. 하지만 에이햅 역시 충분히 마초적인 캐릭터라고 생각한다. 아예 예고편부터 에이햅의 생존기, 인물들의 내면에 초점을 맞춰서 홍보했으면 이질감이 줄어들지 않았을까.”

-배우로서 흥미를 느끼는 작품과 제작자나 감독으로서 작품 선정 기준은 다를 텐데.

“감독만 한다면 ‘롤러코스터’ 같은 코미디 작품들만 만들고 싶다. 제작자라면 보편적인 상업영화가 잘 돼야 하니까 거기에 초점을 맞출 것 같다. 상업영화가 잘 돼야 ‘롤러코스터’ 같은 작품도 만들 수 있는 거니까. 배우로서는 좀 더 대중적인 작품들을 선택하는 것 같다. 분명한 재미가 있는 작품 말이다.”

-대중에게 듣고 싶은 수식어가 아직 남아있나.

“‘믿고 보는 배우’라는 별칭이 너무 감사하다. 빼도 박도 못하는 40대인데 앞으로도 쭉 그 말을 듣고 싶다. 관객들에게 신뢰감을 줄 수 있는 배우로 살고 싶다. ‘하정우가 나온 영화는 볼 만해’라는 말을 계속 듣고 싶다.”

-올해 계획은 어떻게 되나.

“2월 초부터 영화 ‘백두산’ 촬영에 돌입한다. 또 7월 초부터는 ‘보스턴 1947’을 찍을 예정이다. 두 작품만 찍어도 한 해가 다 갈 것 같다. 최근에 촬영을 완료한 ‘클로젯’은 여름이나 초가을쯤 개봉하지 않을까 싶다. 정확한 개봉 시기는 배급사 마음이겠지만.”

사진=CJ엔터테테인먼트 제공 

양지원 기자

저작권자 © 한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