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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스경제=김솔이 기자] 코스피가 올해 두 번째 거래일에 끝내 2000선을 내줬다. 연초 증시가 상승하는 ‘1월 효과’에 대한 기대감이 무색해졌다. 미·중 무역분쟁과 미국 금리인상 등 대외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은 가운데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가 고조된 탓이다. 

코스피는 3일 전 거래일 대비 16.30포인트(0.81%) 내린 1993.70에 장을 마쳤다. 종가 기준 2016년 12월 7일(1991.89)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장중 기준으로는 지난해 10월 30일(1985.95) 다음으로 최저치다. 이날 전일보다 1.81포인트(0.09%) 오른 2011.81로 출발한 지수는 등락을 거듭하다 장중 한때 1991.65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애플실적 부진의 원인은 중국 시장...경기 성장 속도 느려져

무엇보다 글로벌 경기가 악화하고 있다는 신호가 잇달아 나오면서 투자자들의 위험자산 회피 심리를 자극했다. 지난해 12월 중국 경제매체 차이신(財新)의 중국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49.7을 기록, 2017년 5월 이후 1년 7개월 만에 50선을 밑돌았다. PMI는 50 이상일 경우 ‘경기 확장’을, 50 이하이면 ‘경기 위축’을 의미한다. 이어 같은달 미국의 제조업 PMI도 53.8로 11월(55.3)보다 하락하면서 경기 둔화세에 대한 불안감을 키웠다. 

더불어 애플의 부진한 실적 전망이 경기 둔화 우려에 다시 한 번 불을 지폈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2일(현지시간) 투자자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올 1분기 매출 가이던스(전망치)를 890억~930억 달러에서 840억 달러로 내려 잡으며 매출 감소의 원인으로 중국의 경기 악화를 꼽았다. 그는 CNBC와의 인터뷰에서 “지난해 하반기부터 중국 경제가 지체됐다“며 “미·중 무역분쟁이 추가적인 압력으로 작용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날 애플 주가는 시간 외 거래에서 7.35%나 내렸다. 이 여파로 국내 증시에서는 LG이노텍(-2.39%), 삼성전기(-6.00%), 비에이치(-9.94%), 인터플렉스(-3.37%), 실리콘웍스(-6.38%), 와이엠티(-3.90%) 등 관련 부품주가 3일 동반 급락했다. 삼성전자(-2.97%), SK하이닉스(-4.79%) 등 시가총액 상위종목의 반도체주 역시 장중 각각 3만7450원, 5만7500원까지 하락, 52주 신저가를 새로 썼다. 

팀 쿡 애플 CEO. /사진=연합뉴스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 가시화...시장 변동성 확대

증권가에서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제기된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가 경제지표를 통해 가시화하면서 시장의 변동성을 키웠다고 보고 있다.

조용준 하나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은 “중국 경제지표가 좋지 않았던 데다 애플 실적 부진 전망이 겹치면서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가 높아졌다”며 “외국인 선물 매도와 기관 프로그램 매도 등 수급적인 원인도 있었다”고 진단했다.

이경수 메리츠종금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중국 PMI 제조업 지표가 부진하고 지난해 12월 국내 수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1.2% 감소하는 등 경기 악화 전망이 경제지표로 드러나기 시작했다”며 “우리나라의 경우 내수 침체에도 수출 호조에 힘입어 버틸 수 있었는데 수출 실적까지 안 좋아졌다”고 설명했다. 

특히 경기 둔화 우려가 완화되려면 경제지표가 개선돼야 하는데 쉽지 않다는 분석이다. 이 센터장은 “수출 실적의 경우 수출 물량 감소보다는 반도체 가격 하락과 유가 하락 등 단가 하락의 영향이 크다”며 “반도체 가격은 상반기까지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고 유가 역시 회복되더라도 전년 기저가 높아 약세가 이어질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장기적인 시각에서 국내 증시의 하락세가 계속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와 중국 정부의 경기 부양 정책이 국내 증시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조용준 센터장은 “당분간은 투자심리나 수급 악화에 따라 변동성 장세가 지속될 것”이라면서도 “장기적인 시각에서 보면 반등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이경수 센터장 역시 “현재 증시 조정의 핵심 요인인 경기 둔화세가 돌아서기는 쉽지 않다”며 ”다만 정부가 부진한 경제지표를 확인하는 오는 4월 이후 부양정책이 나온다면 반등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김솔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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