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양지원 기자] ‘한 우물만 파는’ 시대는 지난 모양이다. 새해에는 본업을 잠시 멈추고 감독으로 연출작을 선보이는 배우들이 속속들이 등장할 전망이다.

■ 촬영장 노하우를 담아 메가폰 잡다

가장 먼저 연출작을 선보이는 배우 겸 감독은 김윤석이다. 김윤석은 오랫동안 준비한 ‘미성년’을 올해 초 공개한다. ‘미성년’은 동명 연극을 바탕으로 10대 소녀가 동급생 친구와 겪는 일을 통해 이를 대하는 어른들의 시선을 담은 영화다. 어른들의 잘못된 행동과는 달리 올바르게 살려는 여고생들의 이야기로 가슴 깊은 울림을 선사할 전망이다. 김윤석이 연출 겸 출연까지 한 작품이다.

출연진은 연기력으로 흠 잡을 데 없는 배우들로 구성됐다. 김윤석을 비롯해 염정아, 김소진, 이희준이 한 배에 탔다. 김윤석이 발굴한 김혜준, 박세준이 10대 소녀들로 분해 관객들의 눈에 띄는 연기를 펼칠 예정이다.

배우 정진영 역시 감독 데뷔작 ‘클로즈 투 유’를 공개한다. 정진영이 직접 시나리오까지 쓴 작품으로 자신이 확신하던 모든 것이 사라지는 충격적인 상황 속에서 진실을 찾아 나서는 한 형사의 이야기를 그린다. 조진웅, 배수빈, 차수연, 정해균, 박두식 등이 의기투합한 작품이다. 정진영은 “시나리오를 쓰고 버리고를 반복했다”며 “어제의 내가 마주한 진실이 오늘 모두 사라진 순간을 통해 사람이 살아가는 의미는 무엇인가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배우 하정우는 ‘롤러코스터’(2013년) ‘허삼관’(2014년) 등 감독으로서 기발한 작품을 연출해왔다. ‘허삼관’에서는 감독뿐 아니라 각본, 각색에 이어 1인 4역을 소화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배우, 감독, 제작자로도 활동 중인 하정우는 현재 신작 준비에 한창이다. 언론사 기자들의 이야기를 다룬 케이퍼 무비를 준비 중이다. 하정우는 “곧 초고가 나온다. 초고를 바탕으로 천천히 시나리오를 발전시켜 나갈 생각이다”라고 말했다.

이들 외에도 꽤 많은 배우들이 감독으로서 재능을 발휘한 바 있다.

배우 추상미는 지난 해 10월 다큐멘터리 ‘폴란드로 간 아이들’로 데뷔했다. 현재 북한 전쟁고아들의 이야기를 다룬 ‘그루터기들’ 연출을 준비 중이다. 이희준 역시 제19회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자전적인 이야기의 단편영화 ‘병훈의 하루’를 공개해 호평 받기도 했다.

지난 해 ‘여배우는 오늘도’로 감독 데뷔를 마친 문소리와 다양한 작가주의 영화를 선보인 구혜선 역시 창작 재능을 여지없이 발휘했다.

■ “본질에 접근하고 싶어” 감독 데뷔 왜?

배우들이 감독으로서 메가폰을 잡는 이유 역시 각양각색이다. 정진영은 “어린 시절부터 꿈이 감독이었다”라며 “이 꿈을 갖고 있는 것 자체가 내게 희망이자 행복이었다. 남에게 피해가지 않을 정도, 내가 감당할 수 있을 정도의 꿈은 이뤄내고 싶은 마음”이라고 밝혔다.

그 동안 많은 상업영화에 출연한 김윤석은 연출작을 통해 자신이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명확하게 전달하겠다는 각오다. 김윤석은 “영화를 하면 할수록 본질에 접근하게 된다. 정확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이다”라며 “상업적인 재미보다는 불필요한 걸 덜어낸 영화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하정우는 매너리즘을 느끼던 중 감독 데뷔를 결심하게 됐다고 밝혔다. “내가 주연배우로서 대작을 이끌고 나갈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이 있었다. 그 때 5개월이라는 시간이 주어졌다”며 “뭘 할 지 고민을 많이 했는데 그 때 ‘직접 영화를 만들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야 영화에 대한 사랑과 존경심을 가질 수 있겠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많은 배우들이 감독으로 겸업을 택함에 따라 충무로에 신선한 바람이 불지 않겠냐는 관측이 이어지고 있다. 한 영화 관계자는 “기존의 감독들에게서 보지 못한 새로운 창작물을 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미성년’을 투자 배급하는 쇼박스 관계자는 “연극에서 출발한 배우들은 기본적인 연출 능력이 뒷받침된다”며 “이들이 감독으로 데뷔하게 되면 연출은 물론 배우들에게 직접적인 연기 디렉션을 줄 수 있다. 영화를 좀 더 풍부하고 깊이 있게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사진=한국스포츠경제DB

양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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