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폴더블 디스플레이 핵심 소재로 휴대폰 블루오션 뛰어들어
전기차 배터리 사업은 그룹 신성장 동력
외부 환경 취약한 정유사업 비중 줄여 안정적 수익 창출

[한스경제=이성노 기자] SK이노베이션이 차세대 휴대용 제품으로 부상하고 있는 플렉서블 디스플레이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든다. 지난해 광폭 투자 행보를 보인 전기차 배터리 사업에 이어 차세대 먹거리 사업으로 낙점했다. 

SK이노베이션은 플렉서블 디스플레이 핵심 소재와 전기차 배터리를 중심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고 있다. /사진=SK이노베이션

◆ 폴더블 디스플레이 핵심 소재로 '블루오션' 진출

6일 업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은 8일부터 11일까지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가전·IT제품 전시회인 'CES 2019'에서 차세대 휴대용 제품으로 부상하고 있는 플렉서블 디스플레이(Flexible Display·휘어지거나 접어지는 디스플레이)의 핵심 소재인 FCW(플렉서블 커버 윈도)를 공개한다. 

FCW는 SK이노베이션의 플렉서블 디스플레이용 유연기판 브랜드 명으로 지난 2006년부터 관련 소재 양산을 통해 축적한 PI(Polyimide film· 폴리이미드 필름) 기술을 바탕으로 개발을 시작해 최근 플렉서블 디스플레이용 제품 개발을 완료하고 사업화 준비를 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투명성을 가지면서도 수만 번 접었다 펴도 부러지거나 접은 자국이 남지 않아야 하는 플렉서블 디스플레이 구현을 위해 특수 하드코팅 기술과 지문, 오염방지 등을 위한 기능성 코팅 기술도 함께 개발했다. 이를 통해 높은 수준의 접힘성과 강도, 내(耐)스크래치(Anti-scratch) 특성을 보유하게 됐다.

최근 전세계적으로 스마트폰, 노트북, 태블릿 등에 적용되는 플렉서블 디스플레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상황이다. 특히, '레드오션'이라 불렸던 스마트폰 시장은 폴더블폰으로 다시 '블루오션'으로 향하는 분위기다. 지난해 중국 로욜이 세계 최초로 폴더블폰을 출시한 가운데 올해 삼성전자를 비롯해 LG전자, 화훼이, 샤오미 등도 출시 혹은 관련 특허 출원을 계획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세계 폴더블폰 시장 규모를 올해 320만대에서 2022년에는 5010만대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블루오션에 뛰어들기 위해 만반의 준비를 마쳤다. 올해 초 데모 플랜트를 완공해 FCW 제품 실증을 통해 디스플레이 업체들의 폴더블 디스플레이 개발에 참여할 계획이다. 지난해 2분기엔 충북 증평 LiBS(Lithum-ion Battery Separator·리튬이온배터리분리막) 공장 내 부지에 약 400억원을 투자해 2019년 하반기 상업가동을 목표로 FCW 양산 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향후 급격한 시장 확대를 감안해 2공장 증설도 검토하고 있다.

노재석 SK이노베이션 소재사업대표는 "이미 확보한 기술과 마케팅 역량을 총동원해 플렉스블 디스플레이 기기의 시장 확대에 대응할 준비가 다 됐다"고 밝혔다. 

SK이노베이션이 8일부터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최되는 'CES 2019'에서 플렉서블 디스플레이 핵심 소재인 FCW(플렉서블 커버 윈도)를 선보인다. /사진=SK이노베이션 

◆ 전치가 배터리 사업은 그룹 신성장 동력

SK이노베이션의 비(非)정유 사업 확장은 지난해부터 시작됐다. 그룹에서도 큰 기대를 하고 있는 전기차 배터리 사업에 대규모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지난해 8월과 10월 중국 장쭈성 창저우시에 각각 전기차 배터리 생산공장과 전기차 배터리 핵심소재인 리튬이온전지분리막·세라믹코팅분리막(·Ceramic Coated Separator) 생산공장 신설을 발표했다. 

이어서 지난해 11월에는 글로벌 자동차 브랜드인 폭스바겐그룹과 미국 및 유럽향 전기차 배터리 공급계약을 체결했고, 한 달 뒤에는 사회를 통해 미국 조지아 주 잭슨 카운티 커머스시에 전기차 배터리 공장 건설을 위한 1조1396억원 투자를 결의했다. 이로써 SK이노베이션은 한국, 중국, 유럽, 미국에 이르는 글로벌 4각 생산 체계를 완성하게 됐다.

전기차 배터리는 SK이노베이션뿐 아니라 그룹에서도 신성장 동력으로 삼고 있는 사업이다. 최태원 회장은 향후 시장 상황을 살펴본 뒤 50억달러(약 5조6000억원) 투자까지 고려하고 있다. 

전기차 배터리 시장 역시 현재보다 미래가 기대되는 시장이다. 전 세계적으로 환경 규제가 강화되면서 전기차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전기차 시장은 향후 7년 동안 약 10배, 22년 뒤에는 약 50배가 넘는 고성장이 기대되는 '블루오션'이다. 그룹 총수가 직접 대규모 투자를 밝힌 이유이다. 

1일 충남 서산배터리 공장을 방문한 김준 SK이노베이션 사장(왼쪽에서 2번째)이 조립공정을 둘러보며 구성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SK이노베이션

◆ 안정적 수익 창출 위해 비정유 중심 포트폴리오 다변화

'정유 회사'라는 이미지가 강한 SK이노베이션이 이처럼 비정유 사업에 광폭 행보를 보이는 이유는 유가, 환율 등 대외 영향에 취약한 정유사업을 대신해 보다 안정적인 수익을 확보하기 위한 행보이다.  

2014년 37년 만에 영업적자를 낸 SK이노베이션은 비정유 사업 비중을 늘리는 사업구조에 변화를 준 결과, 1조원대였던 영업이익은 최근 2년 동안 3조원대까지 증가했다. 석유사업 중심에서 벗어나 비정유 사업의 차별적 경쟁력 확보를 통한 안정적인 사업 포트폴리오를 구축한 결과 지난해 3분기 실적에서 비정유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66%에 달했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정유 사업이 국제 유가, 시황 등에 따라 실적 편차가 크다"며 "유가와 환율 등 외생 변수가 실적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딥체인지 2.0(사업구조 근본 혁신)에 기반한 사업구조·수익구조 혁신을 지속적으로 추진한 결과 실적도 좋아졌다"고 밝혔다. 

비정유 사업 포트폴리오 확장에 앞장선 김준 SK이노베이션 사장은 지난해 실적에 대해 "경쟁사와 비교해 환경 영향을 덜 받았을 것"이라며 "욕심만큼은 못했지만 다른 기업과 비교해 의미 있는 차이를 보일 것"이라고 밝혔다. 비정유 부문 선방으로 유가 변동에 따른 피해를 최소화했다는 뜻이다. 

김 사장은 새해 첫날부터 찾은 곳 역시 비정유 사업장이었다. 그는 1일 서산과 증평에 있는 배터리?소재 공장을 방문해 비정유 중심 사업구조 혁신 의지를 강조했다. 

 

이성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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